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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_TAG 1. Interview with 황정인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18. 19:05


Q 1. 현재, 당신이 생각하는 미디어아트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빌렘 플루서의 견해처럼 전통적인 형식을 지닌 시각예술, 예를 들어 회화, 조각, 설치 등과 다르게 매체를 통한 기술적 형상을 지니면서, 이것을 해석하고 바라보기 위해서 다른 감상의 접근방식을 요하는 작품, 기술적 상상, 사고를 요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미디어아트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와 같은 형식적 접근보다 매체 자체가 작품의 형식뿐만 아니라 네러티브,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혹은 주제와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의 형식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는지 여부가 미디어아트를 정의하는 기준이 된다.

Q 2. 지금까지 본인(혹은 본인이 업무하고 있는 기관) 이 진행해 왔던 미디어아트 전시 및 행사에 대해 정리해본다면?

사비나미술관의 경우에는 타 학문과의 교류를 통해 현대미술의 외연 내지는 해석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전시를 들 수 있겠다. 사비나미술관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주제아래, 2005년부터 해마다 주제기획전을 열어왔다.
전시를 요약하여 소개하기 전에 우선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전시를 미디어아트 전시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통적인 회화, 조각, 설치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에서도 소위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로 사고하는 세대에 속한 작가들의 의식들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의 형식으로만 보면 전시의 70-80%정도가 미디어아트의 범주에 속한다. 미디어아트의 본연에 대한 접근보다는 학제간의 교류를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접근을 모색한 전시였기 때문에, 기획전의 주제를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한 측면들에 중점을 두었다.
이를 전제로 했을 때, 사비나미술관에서는 현대미술에서 엿볼 수 있는 과학적 사고를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가늠해보는 전시로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주최한 <예술과 과학의 판타지-ArtiST PROJECT>(2005, 한국과학문화재단 후원)를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과 2008년에는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2006·2007·2008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연례 특별기획전을 기획하여 이것을 외부 전시공간을 통해 대규모로 선보였다. 미디어아트가 매체에 토대를 둔 작품인 만큼, 자연스럽게 과학기술과의 연계성을 모색하게 되면서, 과학계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었는데 이러한 과학기술계의 관심을 증명하는 사업 중의 하나로 국립중앙과학관과 사비나미술관의 협력 체결(MOU)을 통해 이뤄진 <제 1·2·3회 과학예술특별전>과 <미래를 여는 창, 과학과 예술>이라는 전시를 들 수 있다. 이외에도 과학계·미술계 전문가와 함께한 학술세미나 <ArtiST PROJECT2>(2007,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를 개최했으며, 이와 같은 사업을 통해 도출되는 이슈들은 이 후 전시사업에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소주제가 되고 있다.
현재 사비나미술관에서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미래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현대미술작품으로 상상해보는 <2050 Future Scope>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의 60%정도가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Q 3. 2009년 현재의 시점에서 미디어아트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간략하게 전망해보신다면?

2009년은 뉴밀레니엄을 맞아 서울시의 주최로 이뤄진 <제1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_시티 서울2000>가 진행된지 근 10년을 맞이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을 기점으로 전문전시공간에서 미디어아트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펼쳐왔고, 그에 대한 다양한 전시 성과들이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국내 미디어아트의 지금까지의 행보와 그에 대한 전문적인 검증과 진단, 해석, 그에 대한 연구성과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이와 같은 결과물을 미술사적 의미에서 총체적으로 망라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미디어아트의 범주를 보다 구체적이고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아트에서 매체를 통한 작품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할 것이며, 단순히 시각이미지를 형상화 하는 새로운 매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주제의식이 작품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어야 할 것이다(예를 들어 인터렉티브 시스템, 터치 스크린 등과 같은 형식은 작품에 대한 접근을 유발하는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품의 주제 자체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이러한 영역은 현재 게임산업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Q 4.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미디어아트 전시 및 행사가 있으시다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대미술에 대한 과학계의 관심이 이제는 낯설게 다가오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볼 때(이것은미술계에서 ‘앨리스온’, 과학계에서 ‘사이언스타임즈’와 같은 전문 웹진들의 지속적인 활동들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부 전문가와 시각예술전문가(예술인)의 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사업(전시, 학술 등)을 구상하고 있다.
2005년 <ArtiST PROJECT>전시에서 과학자와 예술가가 워크샵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협업의 한계와 가능성을 가늠하였고, 이를 토대로 ‘미래’라는 화두를 통해 2009년에 열린 <2050 Future Scope>전시에서 과학자의 자문으로 예술가의 작품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미래사회에 대한 주제를 살펴보았다면, 이후에는 과학자와 예술가가 지속가능한 협업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과학예술DB구축, 과학분과별 예술가협업 연락망구축, 과학기술 매체에 대한 예술가의 접근 가능성 확대 및 기타 과학-예술가 지원방안 마련 등)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에 대한 작업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직접적으로 미디어아트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이러한 시도들이 축적되면서 미디어아트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미디어아트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