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관련 서적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_존 A. 워커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2. 20:40



이 책의 키워드인 '명성'은 문화 ㆍ예술사회학이 추구하는 학문적 성격에 상응한다. 좀 잔인하긴 하지만(?) 명성은 분명 그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들에 의해 매겨진 하나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명성은 '관계지향적'이다. 이러한 관계지향성은 문화 ㆍ예술사회학에서 찾아내려는 예술세계 내 '의미의 망'을 불러낼 수 있는 요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의미의 망'은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자본론'으로 설명될 수 있고, 때론 하워드 베커의 '예술세계론'으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부르디외나 베커가 설명하는 두 이론은 차이가 있지만, 예술세계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 지니는 특성을 지향한다. 이것에 충실하자면, 예술가는 독존적일 수 없다. 예술가가 바라보는 풍경, 혹은 예술가를 둘러싼 풍경에 문화 ㆍ예술사회학은 귀를 기울인다. '예술'이 '예술세계'로 명명되었을 때, 그 효과는 세계 내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소환한다. 예술세계의 각 요소에 대한 소환은 문화를 매개하는 사람들, 예술세계의 고유성을 지켜내는 제도, 대중과의 소통 방식을 도모하는 매체 및 (예술을 하는 데 중요한) 현대 기술의 특성 들을 문제화한다. 그렇다고 이 문제화의 과정이 예술가를 둘러싼 맥락 찾기에 매몰된 나머지, 예술가의 자율성에 기인한 예술적 창작의 영역을 훼손해선 안 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우리가 바라보는 한 예술가의 작품 속 특성을 파악하고, 그 특성이 표출하는 주제의식 등을 유념하면서, 그 주제의식을 둘러싼 물질적, 비-물질적 조건 등을 배치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워커가 그려내는 스타와 예술가의 상관성은 오늘날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상관성이 빚어내는 접점을 밝힌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넘어선 일정한 '전략'이 동반된 커뮤니케이션 행위와 그 행위로 이어진 '관계의 고리'를 그릴 수 있게 된다. 본 책은 스타와 예술가들의 내면에 숨겨진 일정한 '야심'이 드러나는 스타일리쉬한 예술 행위에 주목하면서, '의미의 망'이 직조해내는 관계성들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재구성의 효과는 우리가 “연기 혹은 노래 이외 할 줄 아는 게 있어?”라고 무시해 왔던 스타들의 모습에 대한 일정한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대중 앞에서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지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예술가의 입장에선 그들이 갖고 있는 '사회자본', 그것이 형성하는 관계의 경계가 아우르는 폐쇄성 및 유연성이 자신의 이름을 견고히 하는 데, 또 널리 알리는 데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사회자본은 일정한 '그룹'을 형성하여, 서로의 미적 스타일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그 스타일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매개가 된다. 이는 예술을 소비하는 일정한 계급층들의 담화적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대표적으로 '살롱'문화가 있다). 이처럼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이 주축이 되어 형성된 예술세계는 예술을 생산하는 예술 생산자, 이들의 작품을 알리고 평가하는 문화 매개자,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예술 소비자들의 관계를 되짚어보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이음새와 강도를 관통하는 것은 본 책이 강조하는 대중문화의 상관성에 따르자면,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방식, 매체의 힘과 그것을 반영하는 예술 생산 방식의 특이점들과 결부된다.

'사회과학자'의 감수성을 체득하길 좋아하는 나에게 '풍경'이라는 개념이 선사하는 효과는 '내가 무엇을 바라보는가'를 넘어, '내 주위를 둘러싼 풍경의 이채로움은 과연 무엇인가'에 주목하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주목은 다양한 '의미의 망'들을 만들고, 풍경의 개념을 다채롭게 한다. 풍경을 문화에 비유해 보았을 때, 우리는 문화가 표층과 심층이 겹친 '중층 구조'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그림을 통해 풍경의 표면을 보며 감탄하지만, 연구자로서 가지는 혹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가지는 특유의 지적 감수성은 풍경의 그 표면을 넘어선 심층의 의혹과 신비함을 매만지게 한다. 중요한 것은 표층과 심층의 관계 인식과 조절이다. 그리고 배치다. 연구자들은 또 다른 풍경을 디자인할 준비를 해야 한다. 예술의 자율성과 그 자율성을 형성하는 사회적 조건들을 어떻게 매만질 것인가. 그 이상적 감촉을 위한 학문적 실천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때다.

글. 김신식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전공 / <당대비평> 책임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