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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Marxism_Andy Merrifield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19. 02:47


Metromarxism: A Marxist Tale of the City  / Andy Merrifield / Routledge 

찬란하게 빛나는 것은 더 이상 아침이 아니라, 우리의 밤이다. 도시의 밤은 100년전 발터 벤야민을 설레게 했던 것처럼, 여전히 도시의 배회자들을 유혹한다.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마술이 시작된 이래, 도시는 빛을 잃지 않게 되었다. 도시의 빛에 대한 탐닉은 우리의 거대한 자본주의와 결부되어 24시간 돌아가는 광고와 선전의 도구로 변신, 수많은 광고판들이 빛이 되어 도시를 밝혔다. 이러한 빛나는 도시는 실상 자본주의의 상징이며, 자본주의 근본속성의 미학적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은 일종의 환각, 환타지의 세계로 도시를 이끈다.

아름다운 빛의 도시는 찬양의 대상이 되어 자본주의의 미학을 대변하고 영속적인 빛과 빛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는 그 안에서 영속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늘 빛은 어둠과 공존하는 법, 빛을 한꺼풀 벗겨내면 그 안에는 자본주의의 빛의 공간이 잠식하는 우리의 일상적 공간이 존재하며 자본주의는 분명 빛으로 장식되지 않은 이 생활의 공간을 밀어내고, 빛을 통해 영속적인 미학적 지표를 도시 공간에 세우기 위해 절치부심한다. 다시 생각할 때 신화적인 이런 미학적 지표들 속에 가리워진 일상적인 공간들은 자본주의의 또 다른 한 면, 소멸의 공간으로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가? 이러한 관점의 변환은 우리의 미적 판단도 재점검하게 한다. 간과되었던 이러한 관점을 제시해주는 책이 바로 이 <Metromarxism(Andy Merrifield 편저)>이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맑시즘에 입각해 자본주의 안에서의 공간의 함의에 대해서 고찰하게 하는 도시맑스주의 서적이다. 맑스주의적 시각의 도시문화 비평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본주의의 도시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써 맑스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맑스에서 시작해서 엥겔스와 발터 벤야민, 앙리 르페브르, 기드보르, 마뉴엘 카스텔, 데이비드 하비와 마셜 버먼까지 공간 연구자라면 한 번쯤 다 들어봤음직한(혹은 다른 분야에서도 익숙한) 그들의 도시공간에 대한 글들은 우리의 도시에 대한 생각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다. 여기서의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물리적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사회적 공간에 대해 더 중점을 두어 자본주의 하에서의 사회적 공간 내에서의 ‘관계’나 ‘논리’에 주목해 우리가 속한 공간인 도시에 대해 그 면면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자체로 거대한 기표인 도시를 분석해 도시가 만들어내는 자본주의의 신화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내는 공간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데, 이러한 관심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이상적 공간과는 다른 일상적 생활공간, 사람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인정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다. 이에 대한 접근의 시작을 신화적 도시공간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의 작동원리에 두고 우리에게 신화적 공간에서 빠져나오기를 촉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빛의 도시, 그 향연을 탐닉하며 더 거대한 스펙터클을 기대하며 자본주의의 소멸과 생성의 미학에 빠져있지만, 이 책에서는 현실 세계에서의 진정성에 대한 회복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을만큼 어두운 현실이기에, 모두 외면하고자 하는 현대 도시의 소멸의 공간들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변화의 실마리를 찾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빛의 건축물들에서 주는 스펙터클은 우리의 일상성과는 분명 분리되어 있다. 도심의 공공미술이 외면 받는 것 또한 ‘일상성과의 분리’의 연장선상에서 생활과는 분리된 미학만을 제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의 면면에서 등장하는 일상과 분리된 아름다움을 탓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 책은 일상과 분리되지 않은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고, 단지 자본주의에 의해 잠식되고 소멸되도록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거대한 힘에 휩쓸러 우리의 일상적 공간들을 소멸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일상적인 공간을 점차 더 도시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소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