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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_TAG 2. 미디어&교육 _ # 3 미디어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8. 18:00


 

앞서 소개한 전시와 워크숍 사례, 그리고 미술교육과 연계된 미디어의 활용에서 살펴보았듯이, 지금까지 미디어아트 혹은 미디어를 통한 어린이 교육은 미디어의 체험적인 특징, 공감각적 체험, 미디어에 대한 친숙한 이해와 활용에 충실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우리 세계를 구성하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는 이르지 못한 듯 하다.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인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생각하고 상상하고, 그림을 그리고 세상을 구축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환경 속에 놓여졌다면, 아이들은 이러한 세계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미디어 혹은 미디어 아트와 교육이 손잡게 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가 아닐까? 미디어 아트 교육에 대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승준 작가와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앨리스온: IT 전문가, 미디어아트 작가, 미디어 교육 전문가 등 최승준 작가의 다양한 이력이 말해주듯이, 미디어 혹은 미디어 아트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특히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최승준: 이공계통 전공자로서 IT와 연결 고리를 가지면서 예술의 영역을 넘나드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아무래도 미술을 전공한 작가들 보다는 컴퓨터 리터러시(computer literacy)에 좀 더 익숙하기 때문에 IT와 예술을 매개하는 중간자적 역할에서 작업을 해왔습니다. 2005년부터 아트센터 나비에서 INP(Interactivity & Practice)라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서 미디어 아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작가들에게 부족한 점이 오히려 저에게는 익숙한 부분들이었기 때문에 안무가, 소설가 조형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협업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품 전시라든지 이러한 협업들이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기술을 매개로 한 지속가능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항상 던지게 되었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사람들과의 연계, 즉 내 마을에서 시작해서 일상으로 전파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사람들과 작업하는 활동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고양사회창안센터, 도토리 미디어 사랑방, 연세대학교 청년 문화원 등과 함께 진행한 미디어 아트 워크숍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앨리스온: 미디어 혹은 미디어 아트를 매개로 한 교육프로그램이 가지는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최승준 작가가 진행해온 교육 프로그램들을 예를 들어 설명해주신다면?

 

최승준: 지역공동체와 협력을 통한 교육활동을 진행해 오면서 내 주변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IT에 좀 더 친화적인 사람으로서 컴퓨팅을 통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크리에이션을 사회적인 활동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소명의식 혹은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니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OLPC(One Laptop per child)같은 사회적인 활동에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IT에서 얻은 영감이나 컴퓨터 언어의 특징을 교육의 방법론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IT분야의 Agile software development를 유치원 교육에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술에 대해 느끼는 진입장벽은 생각보다도 더 높았고, 이러한 장벽은 바로 지속가능한 교육을 가로막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기술에 앞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문화, 특히 학교의 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교사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었고, 교사들의 페어 티칭(pair teaching, pair programming)이나 비폭력적인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와 같은 활동을 통해 점차 그러한 교육 공간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점진적으로 변화를 가져와, 유치원 웹사이트는 교사들의 협업으로 위키(Wiki)형태로 만들어져 집단지성을 구현했고, 서로의 지식과 장점을 서로 가르쳐주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던 협업을 과정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팀의 협동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성공적인 교사 교육은 좀 더 창조적인 툴을 활용한 협동적인 창작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비교적 쉽게 인터랙티브한 이미지를 만들고 사운드와 쉽게 결합하여 퍼포먼스까지도 구현할 수 있는 Scratch라는 프로그램을 통한 협동적인 창작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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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온: 미디어 혹은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협업의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교사 교육의 사례가 인상적입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아이들의 경우 협의의 과정에 대한 반응이 궁금합니다.

 

관련된 프로젝트들 중에서, 작가 혹은 기술자로 챔여했던 PINY 캠프(Powerful Idea Journey)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PINY 캠프는 10대 청소년들과 20,30대의 IT 작업자들의 협업을 통해, 컴퓨터를 새로운 창작과 사고의 도구로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워크숍입니다. 일종의 지식공유이자 인간공유의 활동의 다름 아닙니다. 참가자들은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아닌 협력의 관계에서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생각의 렌즈를 통해 사고하고 창조하는 실험에 참여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피아제와 MIT가 협업을 통해 학습을 과정을 수학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던 연구들이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앨런 케이가 중심이 되어 개발한 객체지향형 언어인 스몰토크(small talk)를 활용한 협업의 과정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몰토크는 아이들 교육에서부터 전문 개발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을 만들기도 한 것처럼, 컴퓨터 랭귀지를 중심으로 한 상호 탐색과 협업의 과정은 바로 ‘과정’ 그 자체가 의미 있는 학습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아주 단순한 몇 개의 명령어가 주어지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치 어떤 화학작용이라도 일어난 듯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곤 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 언어의 모델은 사람들 사이의 협동의 과정에서도 그대로 발휘되어, 단순한 룰에 기초한 협업의 과정은 놀라운 결과를 낳습니다. 아이들이 바로 이러한 협동의 과정과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 최승준 작가의 교육과 미디어 아트의 결합에 관한 견해와 자료들은 2007년 앨리스온 칼럼을 통해 소개된 다음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교육과 미디어아트의 만남, Future of Learning _최승준(미디어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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