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관련 서적

Bodies in Codes – Interfaces with Digital Media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6. 10:22


“모든 실재는 혼성실재이다All Reality is Mixed Reality.” 마크 핸슨Mark BN Hansen은 단순하지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현대 미디어 사회에 대한 한 단면을 직시하는 문장으로 이 책의 서문을 시작한다. 혼성실재, 혹은 Mixed Reality의 개념은 우리에게 모니카 플라이쉬만Monika Fleischman과 볼프강 스트라우스Wolfgang Strauss (1998)의 Murmuring Fields라는 혼성실재의 프레임워크나, 올리버 그라우Oliver Grau(2003) 의 가상현실과 관련된 친절한 설명으로 조금은 친숙해졌을 법하다. 그들에게 혼성실재란 사용자가 실재공간을 항해함에 따라 활성화되고, 드러나며, 재구성되거나 변형되는, 정보로 구성된 가상공간을 말한다. 다만 이 둘의 혼성실재의 개념이 “예술”이라는  다소 한정적인 분야에 집중되었다면, Bodies in Codes에서의 핸슨Hansen의 관찰은 그 경계를 넘어간다. 그에게 “가상”이란 인간 존재의 기본적이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혼성실재는 따라서 가상현실의 특정한 형태이며, “구체화된 감각 혹은 액션”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전통적인 가상현실의 요소였던 토탈 시뮬라크럼, 완전히 몰입적이고 독립적인 환상적 세계와는 거리를 둔다. 즉, 핸슨Hansen은 혼성실재를 직접적으로 경험되는 가상현실의 구체화된 형태로 규정한다. 이러한 “경험 혹은 체험”의 매개체로서의 혼성실재는 자연히 우리에게 이전의 비구체화된, 시각 중심의 전통적 가상현실연구에서 잊혀졌었던 “신체의 현전,” 그리고 “존재의 물리성”에 대한 재고려를 요구한다.

  우리가 이미지로 둘러싸인 이 세계를 우리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저자에게 혼성실재에서 중심적 역할을 행하는 몸이야 말로 생명의 기원이자, 모든 사물의 시작이다. 신체지각과 우주에 대한 관심은 핸슨Hansen의 지난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이전의 책,  New Philosophy for New Media에서 베르그송Bergson의 우주의 이미지들을 선택하는 인터페이스로의 신체에 대해 시각중심의 디지털 작품과 연계하여 서술하였다면, Bodies in Codes에서는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신체 개념 – 즉각적으로 주어진 불변의 어떤 것, 세계로의 일차적 접근, 세계존재의 운반체- 을 통해 공간중심의 미디어작품들에 접근한다. 세계로의 존재적인 접근의 포인트인 인간의 물리적 신체와 이러한 접근 안에서 촉각성의 역할은 이 책 전반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주된 관심이다.

  핸슨Hansen의 일반적인 세계와 신체지각에 대한 관점은 그의 적절하고도 구체적인 뉴미디어 아트 작품들과 작가들의 스테이트먼트들을 통해 자세히 서술된다. 핸슨Hansen은 특히 마이런 크루거Myron Krueger의 인공실재Artificial Reality 작품들과 개념이 혼성실재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으며, 고글이나 HMD(Head Mounted Display)등 특별한 컴퓨팅 장치의 도움 없이 자연적인 신체가 작품의 인터페이스로 작용하는 상호작용적 미디어예술 작품들을 가상현실의 구체화Embodying Virtual Reality, 웨어러블 스페이스Wearable Space 등의 분류 안에서 논의한다. 또한 신체의 이미지가 가상현실에서 디지털화 됨으로 인해 야기되는 타인의 이미지화, 사이버 공간의 아바타의 차용문제 등, 현재 이슈화 되고 있는 사회적 주제들을 Keith Piper 작품들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설명함으로써 설득력있는 문단을 구성한다.

  YCAM에서 최근 열렸던 전시Minimum Interface가 시사하듯이, 혹은 볼터와 그루신Bolter and Grusin이 설명하듯이, 우리의 미디어 문화는 인터페이스를 증강하는 동시에 사라지게 하고 있다. 즉, 가상공간에 접근하려는 많은 노력이 다양한 인터페이스의 발견을 통해 현실화 되고 있는 동시에,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성의 경험은 그러한 인터페이스를 사용자가 지각하지 못하는 경계까지 사라지게 하고 있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우리의 신체 뿐인 것이다. 세계에 대한 접근의 지점이자 예술의 미디엄으로의 신체, 그리고 뉴미디어 아트가 그러한 신체의 활용을 어떻게 극대화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저자 소개
Mark B.N. Hansen은 듀크대학의 문학비평과와 시각연구과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