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관련 서적

진동_오실레이션 : 디지털 아트, 인터랙션 디자인 이야기, 제이 데이비드 볼터 & 다이앤 그로맬라 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11. 07:01


아름다움과 기술, 다른 말로 아트와 테크네 사이를 연결하고픈 당신이라면, 이 책은 당신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견문록이다.가령 예술을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임상실험으로 본다면, 그 이상향은 지금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을까? 개인이 다룰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상승한 현실은, 모두를 예술가로 보이게 하면서도, 예술의 오라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아직낭만적이고 계시적인 예술의 운명(혹은 비극성)을 그리워하는 당신이라면, 만족감과 서글픔을 동시에 갖는, 누군가의 말처럼 행복을그리운 가치관이라고 들으며 그에 반박할 수 없는 입장은 아닌지.

그렇다면 이 책은 당신이 의지하고 있던 자의식을 산산조각내고 그 조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하나의 파괴식이 될것이다. 여기서 나는 그 역시 재미있는 시뮬레이트라고 생각한다. 아직 당신이 특별히 내세울만한 자아나 기술이 없다고 해도, 이책에 소개된 현실들을 좆아서 그려나갈 수 있다면, 스스로가 어떤 과정에 있는지는 깨달을 수 있을테니까. (물론 그 정렬방식이절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왜냐면 이 책은 시그래프 2000(http://www.siggraph.org/s2000)의 연장선에 놓인 하나의 체험적인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당 행사의 큐레이터와 저명한 미디어 이론가의 공동저술로 밸런스가 잘 잡힌사후 보고서라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당신이 세기말 닷컴버블의 붕괴 이후 득세하는 구글의 영향력이나 작금 유행하는 SNS들 같은플랫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또한 이제는 흔한 말로 느껴지는 미디어아트라는 현상에 대해 아직 애정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현업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길을 닦고 있다면,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보여지는 외관과 자신의 창조과정 사이에 있는불일치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면, 저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시 이유를 덧붙이자면, 이들의 테마들 ; 창문 - 거울, 투명성 - 반성성, 형식 - 내용, 그 대비들은 우리가 인간으로존재하는 한 도돌이표처럼 언제라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하게 말하자면, 그들 사이의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영화 봄날은간다의 두 주인공처럼, 현실의 변화보다 인간의 변화는 느리기 때문에.

그래도 우리는 저자-감독이 촬영한 몇몇 작품들을 통해 생물학적 성차처럼 당연하게 갈라놓여진 상반된 가치들이 동침하는 모습을볼 수 있다. 게다가 각각의 커플들은 아름답고, 갈등구조를 헤아려보는 재미까지 있다. 물론 이제 그들을 늙었는지도 모른다.(2000년의 행사, 2003년의 원서, 2008년의 번역) 다만 우리는 그 모습에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반추하고, 그토록 그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낸 영상을 보는 감독의 시선과 촬영노트를 통해, 그들이 가졌던 이상과 가들의 이상이 어떤 흐름을 통해선언되고 가시화될 수 있었는지 짚어볼 수는 있다.

그렇다고 마냥 그 흐름이 낭만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문화적이고, 사실은 상업적이며, 어쩌면 정치적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반성적은 디자인은, 결국 사용자로 하여금, 나는 이 멋진 인터페이스를 경험하긴 하지만 이것이 진짜 나는 아니다, 라는 의식을치솟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결론은 사용자의 몫이고,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선택이다. 그걸 의식하는 글쓰기의 모습은스스로의 프로세스를 남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그저 제스처에 불과하더라도) 그런 글쓰기는 실제로 존재했던 어떤 사건의 기록을통한 보존이나 유통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글쎄, 이것은 내가 이 책이 언급한 물질적 글쓰기라는 테마에 호도된 탓일까. 마치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처럼. 여기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미디어 아트는 정말 존재하는가?

이제 나는 존재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려내고 있는 미디어아트의 리터러시는, 이제 너무나 오래돼 본능처럼여겨질 정도로 확고부동한, 기술-예술-인간을 아우르는 어떤 신화로 대표되는 세상 저편의 리터러시를 해체하며 떨어져나간 조각들과오히려 상흔들이 연결되며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선언이 되고, 신화가 되고, 어여쁜 아이돌이 될지도 모른다. 그게 우리의, 아니 나의 현실이라면 그 역시 (덧붙여진) 어떤 선언이 될까? 여기서 이 책에 대한 글을 마쳐야겠다. 나머지는 살과 피를 지닌 사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