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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리뷰] 홍대 앞, 젊음의 에너지로 폭발하는 실험영상축제 : 제 9회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

yoo8965 2009. 9. 11. 10:11


‘‘홍대() 거리는 항상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공간이다. 혹자는 젊은 세대들의 자유로운 클럽 문화로서 홍대() 거리를 정의하고, 또 다른 이들은 예술의 거리로 명명한다. 현재의 홍대, 정확히 말하여 홍대 앞 거리는 한 두 가지의 정의로 규정되지 않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들이 얽혀있는 새로운 문화 지역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산재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꼬집지 않아도 느껴지는 공통된 두 가지의 키워드가 있다. 바로 젊음실험이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는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Seoul International New Media Festival, 이하 네마프 nemaf)은 이러한 홍대 앞을 규정하는 두 개의 키워드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는 영상 축제이다. 2000인디비디오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4회째가 되는 2004, 현재의 이름(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으로 개명되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젊은 에너지로 충만한 새로운 영상 작품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행사가 더욱 더 특색 있고 지속적인 행사로서 자리잡게 된 이유는 대안, 여성, 소수자라는 캐치프레이즈 때문일 것이다. 부연 설명하자면 세계 곳곳에서 개최되는, 소위 말해 뉴미디어 페스티벌이라고 불리우는 여타의 행사들과는 달리, 네마프는 뉴미디어가 지닌 형식적인 혁신성과 실험성이 아닌, 차별성 있는 콘텐츠의 실험성 자체를 보여주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올해의 ‘아홉빛깔 무지개장르’라는 슬로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
다양한 빛깔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무지개처럼, 다양한 목소리와 탈장르의 발칙한 시도로 유쾌한 난장亂場을 펼쳐보이겠다라는 그들의 설명은 일곱 가지 색으로 규정된 무지개의 분류 체계를 비틀어 그들이 시도하는 탈장르적 실험 영상에 대한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겠다. 행사를 들여다보면 개막과 폐막을 포함한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네마프를 만나볼 수 있다.


  Nemaf 2009 프로그램 _nemaf 홈페이지

 

九 口 절절 : 아홉 명의 시선으로 본 우리네 도시환경


    처음 주목하게 되는 섹션은 개막식이 진행되는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의 전시프로그램인 九口절절이다.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과 대안영상작가회의 디디고의 첫 번째 사업의 일환으로 채택된 기획전 “九 口 절절”은 아홉 명의 작가 스스로의 시각에서 바라본 현대의 도시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에서 제시되는 재개발이라는 주제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개발의 역사 속에서 낙후된 국민의 주거환경, 도시환경, 생활환경들을 새롭게 개선하고 윤택하게 한다는, 그리고 10~20년간의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전적, 법률적 의미와는 달리, 너무나 급박하게 교체되어 가는 도시의 풍경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현대인들의 피폐해지고 소외된 삶의 모습을 관찰하게 하는 모티브로서 사용된다.

김현주 작가의 <북아현동 방문기 visit in Buk-a-hyun dong>는 대표적인 아파트 건축 자재인 시멘트로 비석을 만들고, 그 위에 지역에서 수집된 단어들을 읽고 새기는 행위로 구성되는 작업이다. 과거,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매장하는 장소로서 애고개라고 불리우던 고개 마을인 아현동은 현재 재개발 지역으로 결정되어 그 지역이 담고 있던 과거의 이야기마저 피폐해진 개발 현장 속으로 묻혀져 가는 실정이다. 작가는 이러한 아현동의 이야기들을 수집하여 그들의 고유한 의미를 재발견한다. 이러한 재개발에 의한 지역성은 임홍재 작가의 <10 images of Gajaewool New Town>에서 보다 관찰적 시선으로 나타난다. 이 작업은 역사적 누적채로서의 도시 공간이 물리적으로 파괴되고 재건축되는 과정을 일련의 탈역사의 과정으로서 제시한다. 철거되고 건설되는 공간의 이야기가 작은 TV 모니터를 통해 Lo-fi 이미지로서 전시되어 관람객들에게 공간이 담고 있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뉴타운 지역에서 발굴되고 수집된 오브제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임홍재, <10 images of Gajaewool New Town>        

김현주, <북아현동 방문기 visit in Buk-a-hyun dong> 
(왼쪽
이미지
)

한편, 이러한 주제의 전시가 예전 서교동 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한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에서 개최되는 점은 흥미로운 점이다. 과거, 동사무소로서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역할을 수행했던 이 공간은 현재, 홍대 지역의 새로운 예술 에너지를 소개하는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구구절절 이라는 전시가 말하고 있는 도시 공간의 새로운 역할 모델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서교예술실험센터라는 전시장소와 유기적으로 호흡하게 된다.

 

 


네마프의 유일한 경쟁 섹션
본선구애전

이제 네마프의 유일한 경쟁 섹션인 본선구애전을 들여다보자. 공모전 심사를 거쳐 선정된 36편의 영상 작품들은 미디어극장 아이공, 서교예술실험센터, 시네마 상상마당 등의 장소에서 상영된다.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이번 본선구애전을 9가지의 섹션으로 구성한 네마프의 시선이다. 네마프 측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섹션 1은 젠더적인 확장을 다루고 있는 대안적인 내용과 형식적 새로움을 갖고 있는 여성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섹션 2는 음악, , 영상이 함께 어우러진 리듬영상, 댄스다큐멘터리, 뮤지컬 영화 등이 소개된다. 섹션 3 6은 사회, 노동, 정치, 젠더, 성적 소수자와 같은 진보적인 내용과 파격적인 관점의 작품들이, 섹션 4는 형식의 파괴, B급 상상력의 가능성을, 섹션 5는 가부장의 틀에 관한 사적 다큐멘터리, 섹션 7은 자아정체성의 탐험, 섹션 8은 남과 북의 분단의 현실, 섹션 9는 미디어의 새로운 형식을 소개하는 작품으로 구성된다. (발췌요약) 이렇듯 다양한 섹션들은 너무 자세한 분류 덕에 복잡한 감이 없진 않지만, 각각의 섹션은 기존의 영상제가 담지 못한 대안적 시선을 응원하고 유도한다는 점에서 네마프가 지닌 차별성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지숙, <포크레인코끼리 Crane elephant> 스틸이미지


몇몇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2005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얼굴 없는 것들>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김경묵 감독의 <청개천의 개>가 상영된다. 여성이 되고 싶은 소년 민수가 벽에 걸려있는 사진 속의 폭포를 찾아 떠나는 김경묵 감독 판 서울 기행쯤 되는 이 작품은 몽환적인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사이를 오가며, 도시 속에서의 개인의 욕망과 좌절을 표현한다. 개막작이기도 한 정지숙 감독은 <포크레인코끼리 Crane elephant>를 통해 코끼리로 대변되는 자연과 기계 문명의 충돌, 그리고 조화를 동화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정감 어린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2008년 대전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김혜원 감독의 <Eden>에서는 인간의 잔혹성과 이기심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에덴의 풍경 속에서 섬뜩하게 나타난다.

 

김혜원, <Eden> 스틸이미지

 

아홉빛깔 작가 프리젠테이션


네마프에서는 이외에도 풍경영상, 도시심포니장르, 리듬영상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이 제작한 어린이 대안영상 공공예술 장르인 대안영상 장르 초청전,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역사에서 중요한 작가 중의 한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페기 아훼시(Peggy Ahwesh)의 작품이 소개되는 해외 작가 회고전, 디지털 풍경 영상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전 세계 포커스전 등이 서교예술실험센터, 시네마 상상마당, 갤러리 꿈 등 홍대 일대의 문화공간에서 펼쳐진다. 이 중에서도 보다 밀접하게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아홉빛깔 작가 프리젠테이션은 앞서 설명한 네마프가 추구하는 대안영상문화를 선도하는 작업들이 소개되는 코너이다. 9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상영되고, 관객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진행되는 이 행사는 미디어 작가로서 실험적인 싱글 채널 영상을 선보였던 한계륜 작가를 비롯하여, 극 영화 및 실험 영화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황보임 작가, 광고 영상 제작 경험으로부터 Streoscopic 3-D 모션그래픽을 활용한 작품의 김종훈 작가 등 독창적이고 노선이 뚜렷한 작가들의 작업을 생생하게 감상하고 소개받을 수 있는 기회이다.

 

김종훈, 신소영 작가 프리젠테이션 현장 이미지 



대안영상문화의 장
,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

이쯤 되면, 네마프가 추구하는 대안영상문화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입버릇처럼 ‘영상세대’라는 말로 그들의 정체성을 함축해서 표현하곤 하였다. 이러한 용어로서 그들을 지칭한 까닭은 과거 텍스트에 기반한 미디어를 넘어 영상 미디어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또한 창작할 수 있는 시대적, 기술적 요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그들은 정말 영상세대’로서 기능하고 또한 유희하고 있는가? 다소 광범위한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위의 용어들이 겉만 번지르르한 마케팅적 의미로서만 이해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 볼 일이다. 물론, 소비의 양상으로 보자면 분명 인문학의 위기와 함께 넘쳐나는 영상물이 유통되고 있기에, 그러한 해석들이 사실상 반절 정도는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상을 만드는 작가들의 현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세태는 아직까지 활성화된 영상 창작의 세대로서의 그들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대안영상문화축제로 위치한 네마프가 집중하고자 지점이 바로 이러한 지점이다. 매스미디어와 대중영화를 통해 우리는 너무나도 획일적인 영상 문화의 관습을 스스로 만들어버렸다. 따라서 가능성 있는 새로운 영상 문화를 발전시켜나가기 전에 오히려 획일적인 채널로서의 영상을 전제하고 또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영상 문화의 가능성을 접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환경이기에 새로운 대안적 시각이 더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네마프의 시도들이 더욱 유의미한 까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스로 증식하고 확산하여 한국 대안영상문화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점일 것이다. 10회째가 되는 내년 여름, 보다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영상 언어의 장으로서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을 벌써부터 기다려본다.



사진제공 : @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  http://www.nemaf.net/
* 본 기획리뷰는 서울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문화+서울>지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