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기획리뷰]sharing experiences 2009. 화려한 시작, 절반의 성공? - part I

aliceon 2009. 9. 16. 19:24

본 기사는 총 2부의 구성으로 진행됩니다. 1부에서는 컨퍼런스와 워크샵, 전시로 구성된 일주일간의 SharingExperiences 2009 행사에 대한 소개가 진행되며, 2부에서는 워크샵 체험기와 참가자들의 인터뷰들이 수록됩니다.
열정으로 가득 차 숨가쁘게 진행되었던 일주일간의 여정,
그리고 내년의 기대, 기약. PART I.

근래들어 open source 개념에 근간한 다양한 공유 활동이 눈에 많이 띄인다. TED.com의 국내 라이선싱 발표모임인TEDxSEOUL과 TEDxMyeongdong, 비슷한 지식 공유 발표 행사인 페차쿠차와 igniteSEOUL, 제주도에서개최될 제 3회 리프트 아시아 컨퍼런스 lift asia 09 등 많은 행사들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행사는 단지 한 가지 주제나 학문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학문들의 결과물들이 소개되고 공유되는 학제간 교류의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분명 그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와 갈망이 반영된 현상일 것이다. 본 기사에서 소개할 sharing experiences 2009 역시 이러한 흐름을 대표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이다. 총 2부의 기사를 통해 행사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자 한다.


MIT Media Lab
행사를 이야기하기 전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MIT Media Lab의 존재이다. "상상력의 천국"이라는 별칭에 걸맞는 명성과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풍부한 펀딩, 연구, 적용에 이르기까지 그 상상력을 펼쳐내기 위한 기반과 노력, 그 결과물이 꽉 차 있는 공간이다. 이 곳은 학위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의 절반 정도를 연구 및 프로젝트 활동에 사용하는 대학원과 연구소가 혼합된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또한 컴퓨터 전공자부터 엔지니어링, 물리학, 철학, 사회학, 교육학, 음악 등 다양한 출신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학제간'연구 및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http://www.media.mit.edu/


Sharing Experiences 2009
이런 미디어랩의 한국 석박사들을 주축으로 노스웨스턴대, 카네기 멜론대 등에 소속된 미국내 디지털 미디어 관련 연구자들이 그동안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을 나누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Sharing Experience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다양한 학제간 공감대와 소통 방식을 체험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컨퍼런스와 워크샵, 전시의 포맷으로 참여자들과 함께 일주일간의 여정에 들어갔다. 사람들의 관심도 대단해서, 행사에서는 결국 기존 준비 규모에서 두 배 정도로 커진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협업을 위해 모이고 소통하는 것이 아닌 협업 자체가 기반인 미디어랩이 진행하는 이번 행사에, '통섭이다 협업이다 교류다 그리고 컨텐츠다 '라는 대국적 바람이 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관심이 몰린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sharing experiences 09 promotion reel
photo and video team: 박기수, 최마돈, 이현성,박찬신님




행사의 첫날 - 컨퍼런스,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1. 정보의 전달, 컨퍼런스
미디어랩의 한국 방문에 대한 관심의 폭발이 시각적으로 가장 확연하게 드러난 풍경은 아마도 이 컨퍼런스 행사장이었을 것이다. 컨퍼런스는 당초 예상했던 참여인원수를 훌쩍 뛰어넘은 호응 때문에 다급히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으로 장소가 변경,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예상 이상의 호응으로 기존 500명 규모에서 1000명으로 갑작스럽게 진행된 규모의 변경 때문이었는지 패널 토론 코너와 지역 연구원들의 인터뷰 비디오 상영, 인스트럭터들의 분야별 의견 수렴 및 교환 등의 코너가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me2day 등 SNS서비스를 통한 실시간 QnA코너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점은 미디어랩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발표를 진행하는 지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생동감을 빼앗아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기존 구상대로의 행사 구성이 아닌 강연만의 진행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을 미디어랩 자체에 대한 피부에 와닿는 체험과 정보가 아닌, 일반론적인 지식의 나열로 전개되어 다소 김이 빠진 진행의 모습을 보였다.

주요 내용
a. 프랭크 모스Frank Miss MIT Media Lab 연구소장
: 협업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함으로써 기술과 창조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기를 바란다.

b. 히로시 이시이 Hirhshi Ishii Media Lab Tangible Media Group 교수 :
기술은 1년, 어플리케이션은 10년을 가지만, 비젼은 100년의 수명을 지닌다.

c. 신재식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단장 :
다양한 전문가들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길 바란다.

d. 월터 벤더Walter Bender 교수 :
정보는 명사이지만 배움은 동사이다.

e.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
정보의 흐름은 매스미디어에 의해 일방성을 지녔지만 다시금 상호작용성이 떠오르는 시대이다. 매스 미디어 이전의 쌍방향적 정보 교류라는 역사의 회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f. 이건표 KAIST 산업디자인과 교수 :
이제 유저가 디자인에 참가하는 시기이다. 기존의 for user design 시대를 넘어선 with user design 시대이다.

참고자료
Hiroshi Ishii 교수의 발표자료



2. 불타오르기, 워크샵
이번 기획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워크샵은 미국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15인의 연구원들이 그 축이 되어 워크샵 참여자 150여 명 정도가 함께 과제를 진행한, 커다른 규모의 덩치와는 상반되게 짧은 기간에 맞춘 경쾌한 구성과 진행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워크샵은 컨퍼런스의 주제에 이어 기술과 미디어의 관점에서 우리 삶의 맥락의 순간 순간에 침투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그 시연에 무게를 두었다.
인스트럭터 1인당 12인 정도의 팀이 꾸려졌으며 각각 Designing Interactive Stories, Affective Moviemaking, Interacting with Typography, Urban Ergonomics on the Move, Efficient Energy Use, Mobility and Experience, Life, Matrix and Mobility, Designing for Robotic Services, Commonsense Computing, Technologist vs. Humanist, Materials + Design, Tangibles for Games라는 대주제 아래 각자 다양한 컨셉을 잡고 각자의 이야기, 여정을 시작했다.



브레인 스토밍 결과의 발표자리, idea medness


발표 시간은 칼같이 1분. 5, 4, 3, 2, 1, 그만!!

브레인 스토밍 발표 idea medness는 눈에 띄는 워크샵의 첫 발걸음이었다. 이 코너는 각 그룹들이 진행한 브레인 스토밍의 결과를 짧은 시간동안 발표하는 자리였다. '행사 초반부터 공간적으로 경직되지 않도록 풀어내기 위한 시도'라는 부기획자 정기원씨의 의도처럼 쭈볏쭈볏 똑바로 서서 경직된 발표가 아닌 런웨이에서 내딛는 한 발걸음에 긴장의 벽 뿐 만이 아니라 소통의 벽마저도 부숴버리는 듯한 활기어린 분위기를 뿜어내는 자리였다. 순식간에 처음 만나는 팀원들간의 벽, 워크샵에 모인 사람들간의 벽, 그리고 아이디어의 벽마져도 흔들 수 있는 즐거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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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를 걸어가며 진행한 발표

컨퍼런스에서도 언급되었듯 미디어랩의 자세인 "Be bold to speak up and don’t be afraid to make a mistake." 즉,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아이디어는 단지 몽상이며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실수를 우려해서 아이디어를 사장시키지 말라는 태도 아래 많은 사람들이 밤낮을 안가리고, 식사시간마저 걸러 가며 배우고, 공유하고, 실현해 나가는 자리임을 참여자들의 표정과 행동과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워크샵은 너도나도 강조해서 일반어가 되어버린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research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의 장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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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워크샵 사진
http://www.flickr.com/photos/fattik/collections/72157622157361737/



3. 형상화된 아이디어, 전시
전시는 인스트럭터와 워크샵 참여자 모두 밤을 새다시피하며 각자의 아이디어들을 현실화하여 각각의 프로토타입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그 여정을 공유한 대미였다. 비록 그 결과물은 완성도있게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 그리고 피곤함을 얼굴에 고루 칠했지만 그 결과물을 설명하면서 전달되는 사그러들지않은 열기를 담은 표정과 몸짓은 그동안 진행된 행사를 전시된 시제품을 넘어 확실히 드러내 주었다.
이 전시는 '전시'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결과물이 잘 짜여진 동선에 배치된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다기보다는 각자 다과를 들고 무엇을 진행했는지, 어떤 사건 사고들이 오고갔는지, 서로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해 서로의 노고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학예 발표회라는 표현이 더욱 잘 어울리는 자리였다. 물론 3일만의 과정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그대로 프로토타입은 프로토타입일 뿐. 누구나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기대한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단 그러한 과정 중에 현장의 공기와 분위기를 통해 전달된 다양한 베이스의 사람들이 서로간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공유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과정에 대한 경험이야말로 이번 기획이 제시할 수 있었고, 전달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들은 잠깐의 휴식과 가족과의 해후를 뒤로 한 채 서둘러 일상으로 복귀했을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번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지인들과 대화를 하며, 괜찮았던 행사에 대한 기억을 뒤로 한 채 역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은 행동하지 않으면 꿈으로 남을 뿐이고 아이디어는 말하지 않으면 단지 망상으로만 남을 뿐이다. 행사나 이벤트는 기록하지 않으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휘발적인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그 잔존 열기가 숯처럼 완전히 식어버리지 않고 다시금 계기가 찾아왔을 때 그 이상으로 불타오를 수 있게끔 그 불씨를 남기는 것은 이번 행사의 중요한 숙제일 것이다. 진정으로 이번 sharing experiences 행사가 단발 행사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보충설명
1. 전시의 목표
a. 하드웨어와 피지컬한 면모가 필수적인 작업을 진행.
b. 코딩하여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 프로젝트를 관람객과 방문객, 동료 참가자들에게 데모하는 것까지가 전시의 목표이자 프로세스임.

2. 미디어랩의 특성은 자신이 한 프로젝트를 학계와 업계, 예술문화계에 끊임없이 어필시키는 훈련을 받는다는 점이 중요함.
   엔지니어와 아티스트이며 동시에 강연자이면서 교수, 창업자가 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문화가 미디어랩의 근간.

3. 미디어랩이 말하는 경험 :
아이디어를 내는 것, 협력하여 만드는 것 뿐 만 아니라 자신이 낸 아이디어와 만들어 낸 프로토타입을 설명하고, 세일즈 할 수 있는 것까지가 워크샵에서 나눠보고자 했던 경험이다. 또한 전시의 경우 결과의 시각화 뿐 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에게 데모demonstration하는, 워크샵의 마무리로서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MIT Media Lab




글. 허대찬(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