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에 출간(개정판은 1997년/한글 번역은 2003년)된,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에서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은 특유의 침착한 어조로 '시각적 사고'가 언어적 사고만큼 실제로 존재할 수 있으며, 어쩌면 더 신체에 가까운 도구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론은 형태심리학이나 인지심리학의 흐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감각을 형식화하는 과정에 필요한 일종의 설명서가 됩니다. 이것은 '시지각 설명서'로서 시지각을 통해 만들어진 미술 혹은 디자인 작업들의 뒷받침하는 역할과 동시에 '시지각 교육 지침'의 역할로도 충분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시각적 사고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어렸을 때 IQ 테스트했던 도형들이 있었습니다. 그 테스트는 언어적인 명제로 제시될 수 있는 규칙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도형들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추리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볼 때 늘상 어떤 선택과정이 있고, 그 선택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보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관계에서 선택하는 쪽과 선택받는 쪽의 관계를 살핀 이론이 현상학이라면, 그 선택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0과 1의 이진법으로 치환되어 저장되는 디지털 기술입니다. 디지털에서 각각의 선택은 무의미하지만, 그 선택들이 일정한 영역을 갖출 수 있고 그 영역을 재차 사용 가능할 때 거기에는 의미가 생기고 명령어로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그 작은 영역들이 모이면 프로그램이 되고, 한 폭의 그림이 되고,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시각적 사고가 이미지를 구성하는 공식이 아니라, 이미지를 사용하는 창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언어적 사고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편견에 대한 시각적 사고의 우아하게 느껴질 정도로 침착한 반론이지만, 이 책에서 그는 아직 의미를 밝힐 수 없고 아직 아름다움을 헤아릴 수 없는 이미지가 오히려 더 흥미롭다고 말할 정도로, 시각적 사고의 우수성(?)을 자주 내비칩니다. 불가지조차도 하나의 이미지로 감쌀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알 수 있을 거라는 신뢰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메시지와 형식이 일치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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