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기획리뷰] sharing experiences 2009 화려한 시작, 절반의 성공? - part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11. 17:28


워크샵 체험기
[이 시대의 Sharing에 관한 물음]


여름이 끝나는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장 잠입취재"라는 특별임무를 부여받아 참여한 MIT Workshop "Sharing Experience 2009". 그로부터 시간이 쏜살같이 달리더니, 벌써 겨울이 보이는 곳까지 왔습니다. 그리 따끈따끈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 때의 뜨거웠던 경험의 온도를 떠올리며, 이 짧은 글을 통해나마 지금부터 저의 경험을 'Sharing'해 보고자 합니다. 


'교류'을 위해 모인 사람들
MIT Media Lab
이 주최하는 첫 국내 워크샵. 어떤 모양일까? 궁금해하며 제로원디자인센터의 지하1층 전시실로 들어섰을 때,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꽉 차 들떠있던 현장 분위기가 떠오릅니다.


MIT 미디어 랩은 해외 유수의 교육기관들 가운데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꿈 그리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곳입니다. 그들이 시대를 앞질러가며 내놓는 연구결과들, 그리고 그 완성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습니다. 그런 만큼 이 워크샵에 대한 관심도는 상당히 높아 보였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다른지를 알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었을까요? 참가가능 인원을 훌쩍 넘긴 신청자수로, 주최측에서 참가자들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각 분야 디자이너부터 프로그래머
, 경영, 기획, 교육 등에 이르는 다양한 전공 및 관련분야의 학생, 연구원 또는 현업 종사자까지, 꽤나 다양한 분야에 걸쳐 경험과 배경이 각기 다른 인적 구성으로 총 120여명으로 이루어진 12개의 팀이 꾸려졌습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워크샵의 취지에서 주요한 부분이기도 한 다학제간 연구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 등에 대해 깊게 혹은 얕게나마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제간 교류의 경험이 전무했던 참가자들에게는 자기 분야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발상법이나 작업방식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하기에 앞서 생각의 틀을 열고 빠르게 흡수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워크샵 하루 전 열린 컨퍼런스에서도 이 주제를 가지고 공개 토론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중 Hiroshi ISHII 교수의 발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다학제간 연구의 장단점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제 다학제간 연구가 아니고서는 더 이상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낼 수 없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아직 100% 체감할 수는 없더라도, 학제간 교류  뿐만 아니라 발상법의 전환, 오픈 소스 및 플랫폼의 확대 등 현 시대를 투과하는 새로운 흐름들에 대한 이해와 참여는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일임은 틀림없겠지요.


앞을 향해 달리다

워크샵은 3일 내내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채 높은 참여도와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주제에 대한 발제와 세부 아이디어들을 모으는 IDEATION 작업을 거쳐 중간 프리젠테이션, 프로토타이핑 작업, 도큐멘테이션 작업, 최종 프리젠테이션, 그리고 아이디어 실현을 돕기 위해 준비된 튜토리얼 교육까지 소화해냈습니다. 밤을 새우기는 부지기수, 참가자 뿐만 아니라 팀을 이끄는 인스트럭터(MIT 미디어 랩 및 해외 연구진들)들도 3일을 뜬 눈으로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이디어의 실현을 위해 대대적으로 투입된 능력자 - 테크니컬 도우미들의 활약 또한 거침없었는데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눔으로써 참여자들의 생각이 구현되고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참여해 감동마저^^ 선사했습니다. 몸은 지쳐도 그 열기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고 기분 좋은 자극을 받는 일도 많은 사람들이 워크샵을 통해 얻어간 것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을 'sharing' 했을까?


워크샵에서 가장 주요한 과제는 '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느냐' 일 것입니다. Sharing Experience의 경우는 Life, Context, and Choices라는 테마 아래 각 팀의 인스트럭터가 자신의 경험 혹은 전공분야와 관련된 구체적인 주제를 미리 공지 하고, 해당 주제의 팀에 참가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방식을 취했는데요. 팀을 이끄는 인스트럭터들 각자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들을 참가자들과 ‘Sharing’ 하기에 좋은 구성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저의 경우는 Humanist vs Technologist라는 주제의 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이 그룹의 인스트럭터였던 정기원씨(MIT Media Lab 연구원)는 IDEO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IDEO식의 IDEATION PROCESS를 참가자들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유도했으며, 제한된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는 훈련으로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집착하거나 머릿속에 머무르는 생각에 잠기지 않고 빠르게 다음 단계로 전환하기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또 사용자의 필요에 근거하는 HUMANIST적 관점이 아닌, 기술을 어떻게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통해 접근하는 TECHNOLOGIST적 관점을 서로 대비시켜 경험함으로써 팀원들이 그 차이와 가능성 등을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은 주어진 과제를 진행하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른 솔루션들을 제시하고, 동시에 그것들이 부딪히거나 서로 융합되어가는 과정을 몸소 겪으며,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의 차이를 느끼고 이해하는 경험을 함께 했습니다.

전시, Critic

3일이라는 압축된 시간 안에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바쁜 일상과 휴식을 투자해 얻은 결과물의 완성도에 아쉬움을 느낀 참가자들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깊은 이해의 단계에서 새로운 것들을 흡수하고, 그것들을 작품에 잘 녹여내 전시 형태로 보여주기에는 워크샵의 일정이 너무 빠듯하게 계획되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최측의 많은 노력으로 부족하지 않은 물적/인적 자원이 준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자원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워크샵이 사람들에게 고무적인 사건이 되고 '의미'를 남길 수 있는 이유는 결과물의 퀄리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기술과 예술 및 디자인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여러 분야에서 '융합'과 '통섭', '교류' 이러한 키워드들은 더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나눔'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노력, 그러한 노력을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이러한 규모의 워크샵을 통해 실현해본다는 것에 가장 큰 의의를 두어야 하겠죠. 만약 '다음'이 있다면 '나눔'의 범위는 좀 더 넓히고 단위는 쪼개어 보다 섬세하게 몸에 새길 수 있는 경험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워크샵을 통해 국내의 젊은 예비 아티스트, 디자이너들의 열정과 잠재력을 가늠해 볼 수 있었고 기분좋은 만남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내것이 아니지 않을까 살짝 좌절했던 프로그래밍에 도전할 용기가 조금 회복되는 성과도 있었네요. 참가자들 각자가 저마다 '다른 도전'에 대한 자극을 하나씩 챙길 수 있었을 듯 합니다. 

이런 기회가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미디어 산업 전반과 교육 현장에서 긍정적인 영향들을 생산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럼 이만 짧은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