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자벨의 문답장치問答裝置

자벨의 문답장치問答裝置 2화 _마론 여성과 인형사람 또는 페미니스트_2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21. 14:45


자벨의 문답장치問答裝置 2화 _마론여성과 인형사람 또는 페미니스트_2부는 갤러리 벨벳에서 지난 2008.12.10~15에 걸쳐[침.전.물.]이라는 제목의 첫 개인전을 열었던 독Dok 님과의 두번째 인터뷰입니다.

= 죄송합니다. 학습이 부족한 인터뷰어를 대동한 제가 대신 사과드리죠. 그의 미욱함을 넓은 아량으로 품어주셔요. 그러나 솔···직히 저도 이해도 높게 설명하긴 힘들 것··· 같아요. 

- 동료라 하는 분이 이렇게 대놓고 앞다마를 후려쳐주시니 성은이 망극할 따름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거대담론을 외부의 도구와 적절히 믹스하여 완결되어지고 갇힌 결론을 이끄는 것이 남성적 언술인 반면, 스스로의 감응을 기반으로 논리나 인과법칙을 배제한 채 자기 생식의 저변을 넓혀 비논리적이고 열린 마무리를 짓는 것이 여성적 언술이라고 간추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를 드신 작가들의 결정적 차이를 좀더 알려주심이 어떨까요. 우선 김인배 작가와 같은 사례를 좀더 선명히 해주셨음 합니다.

독 : 남성-여성적 언술이라는 것을 애들 책상에 금을 긋듯이 분류되진 않겠죠. 하지만 사물과 이미지 앞에서 취하는 자세/개념의 근저는 분명 다르다고 보여요. 제가 전시작업에서 느끼는 남성적 언술은 거대담론에 어울리는, 구조·사회·전체를 아우르는 구축적 성향이 강한 것을 말합니다. [진심으로 이동하라]의 경우도 단순한 조각체 안에 선묘의 형태로서 강렬한 생략과 강조의 수법으로 전체를 조망하는 체계로 구성되어 있죠. 


또한 서도호[각주:1] 작가의 <낙하산병>이나 <유니폼들 자화상들 나의 39년 인생> 그리고 <KARMA>의 경우, 자신의 기억이나 사소한 주변 이미지에서 시작하지만 그것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사회 구조와 계급을 망라하는 거대 담론을 건드리고 있죠. 또한 최근에 전시된 스탠 더글라스[각주:2]의 전시는 가장 명확한 샘플 아닐까요? 그는 개방된 구조를 가진 이틀이 넘는 지독한 길이의 영화를 만듦으로 인해 지리한 인생들이 영겁을 회귀하는 듯한 "구조"를 궁구했다고 보입니다. 더욱이 영화가 상영되는 전시장 아래층에 등장인물의 정밀한 대형 프로필 사진을 게시하여 관람하도록 유도했죠. 그로 인해 관람객이 인생 전반을 일반화하여 개괄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삶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 처음 그의 [클랏사신] 전시장에 입장하며 한쪽 벽면에만 걸린 생뚱맞은 사진들이 몰려있어서 이게 뭔가 황망했는데, 그 위층에 있는 각 등장인물의 삶이 얽히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점차로 컨셉이 명료지더군요. 그런 식의 전체 체계의 "구조화"가 남성 작가들의 특징이라 한다면, 그와 상이한 특징을 가진 작가들의 예제도 좀더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독 : 김정욱의 [세상을 보여주는 얼굴] 展은 삶의 상처가 가면-인형-공포를 거쳐 응축된 감각 이미지로 귀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봐요. 페미니즘이 여성 주체의 문제를 심도 깊이 괘념하는 것으로 출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잖을지. 또한 이진주[각주:3] 작가의 [모든 입 다문 것들의 대화] 展에서 <애도>와 같은 작품들이 보여주는 깊이 있는 안료의 사용을 통한 섬세하고 유연한 표현도 미시적 관점으로 파악됩니다. 


이를 통한 현실의 작은 조각들은 온전한 일상을 명징히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강력하게 확대된 현실 인식을 구현할 수 있이 분명합니다. [인물원人物園]이란 개인전을 열었던 이지영[각주:4] 작가의 경우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갇힌 공간과 일상에 대한 개인적인 상념을 미려한 세필의 풍경으로 보여주면서도, 각각 다른 풍경의 매질들에게 자신만의 기억을 붉은 태그로 형상화했죠. 색이 형태를 압도하여 창조된 기묘한 개인 감각의 생기로움은 자연 풍경이나 아우라[각주:5]적 구조를 보여주는 기존의 랜드스케이프 이미지와 분명 변별된 관람을 하게 만들어요.


- 확실히 이미지를 직조해 나가는 출발부터 대상을 다루어 관찰하는 시선 모두가,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모더니즘적인 인식과 방법들이 전술한 남성들의 특징적 자세였다고 본다면, 반면 소소한 개별의 인식과 감각을 깊이 있게 벼리어 무의미한 것에서 자신의 의지를 채굴하는 포스트 모던한 자세는 현대 작가들의 공통된 자세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젠더로서의 여성이 많이 거론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군요. 

= 그리고 독님의 경우에서는 [마론 인형]에서 근원적인 구체적 분노를 견지했던 정치적 태도가 [침.전.물.]로 이르러서는 확연하게 변화되었음이 감지되어요. 작가의 기억과 감각을 상징적인 사물로서 표현하고 있음으로 더욱 강화된 여성의 관점이 드러난다고 할까요. 이제 독님의 전시작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주제를 옮겼으면 좋겠는데요.


독 : 더해서, 작가가 어떤 것에 대해 앎을 모색하느냐는 부분에서도 차이를 거론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작업의 시작점이 사회나 구조 같은 외부의 요인에서 언술을 펼치느냐 혹은 자신의 생각과 주변의 요소에서 작업의 출발을 시도하느냐 말이죠. 어쩌면 이런 후자의 개인적 지평이 앞으로 제 작업 전반의 테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침.전.물.]부터 지금 하고 있는 작업도 이런 지엽의 기억에 기초하고 있으니까요. 거대 구조에 의한 개인 자존의 침탈에 대해 구체적인 단절을 선언하고, 자기만의 유일한 소중함을 꿈과 의지로 가꿔내려 함이 제 작업 방향이 되었다 봐요. 관점이 강화되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작의 정치적 태도가 결국 현실적인 해결로서 개인화된 방법을 귀납시켰다 봅니다.

- 전시작업의 계기가 무엇이고 어떤 과정으로 진행이 되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남성인 제 입장에서 독님의 기억과 감각의 상징들이 형상화된 버라이어티를 적확히 흡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만···, 최대한 좀 쉽게 풀어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 : 우선은 아주 개인적인 기억과 감각의 저장 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실제 작업에 제 일기에 쓰인 텍스트가 적용되기도 하였고요. 선명하게 말하자면 사람과 연애의 소통관계에 대한 기억을 흡수한 감각들의 진술서 정도 될까요.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아주 간접적인 자극에도 시각으로 표면화되는 피부의 소름이 딱 맞겠네요. 갑작스럽게 부름 받아 튕겨져 나온 감각 뉴런들의 데이터 집합, 그 사소한 소름의 현상을 적극적으로 확장하여 외부 관계의 읽기와 해석을 시도했다고 하면 어려우시려나···. 암튼 [침.전.물.]을 통해서 어릴 때부터 켜켜이 쌓여온 감感의 “침전”들을 정리하고 여러 가지 반응들을 공고히 드러냈음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수확이죠. 구체적 소품들을 썼음에도 다채로운 감각을 우회적으로 표현 가능했던 것도 중요한 성취였고, 더불어 지난 시간동안 스스로 해소되지 못해 고양되었던 감정들에 대한 개인적인 굿판의 뜻도 깊습니다.

= 그랬군요. 일기로부터 라는 지점이 매우 흥미롭군요. 글을 사용한 작업이인데도 일반의 내러티브를 가지지 않았음이 이제 이해되네요. 전시방식도 타 사진전에 비해 유니크한 부분이 많았어요. 일단 사진과 글이 병렬된 것과 천장에서 바닥까지 닿는 긴 프린트도 매우 인상적이고 더군다나 라이트 패널 설치까지 말이죠. 이런 신선한 비주얼라이징의 이유를 들려주시고 괜찮으시면 간략한 작업 과정까지도 부탁드립니다.

독 : 전시 전반에 걸쳐 줄거리를 가지도록 할 생각은 없었지만 한 장의 작업 안에서 일정한 이미지의 흐름을 주고 싶어 기다란 걸개 인화를 시도 했어요. 글과 사진이 시간성을 가지고 서로 확장하여 감응되기 원했고, 몇몇에선 이미지적인 글과 읽게 되는 사진이 한 화면에 담겨있다는 말씀들도 있었습니다. 라이트 패널에선 발광하는 이미지가 가지는 집중도를 활용해서 색과 물성의 상징을 높이고 싶었고요. 실제 작업에 들어가서는 자신을 쏟아내는 텅 빈 공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죠. 그 곳에서 타인 혹은 나조차도 찾지 못했던 물컹이는 감각 이미지를 여러 가지 재료들을 가지고 끄적거리는 것이죠. 구체적인 계기는···, 사실 바퀴벌레 같은 곤충에 대한 극도의 무서움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커튼 밑에 거미가 기어 다니는 사진이 이 시리즈의 첫 컷중 하나인데, 그런 실제 징그러움의 극한 자극이 축척된 감각/기억들을 일깨우게 된 것 같아요.

- 그로인해 전시까지 하시게 되었다면 바퀴벌레가 백해무익한 건 아니로군요. 이번엔 최근에 진행하고 계시는 작업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핀홀카메라를 사용한 연출 사진작업이라고 하셨는데 타이틀이 [조그만 서사]. 이것도 좀··· 어렵군요. 쩝.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독 : 2009년 초반부터 시작된 작업으로 아직 진행 중이고 최종 완성까지는 [침.전.물.]보다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작업에 대한 텍스트가 나온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마론 인형과 침전물 작업이 혼성교배되리란 예상입니다. 여성신화의 전개 혹은 여성 역사의 재구성 즈음으로 예측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흐물거리는 감각이 명징한 현실성을 가지게 된다는 측면은 작업에서 계속 이어지는 부분일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반 사회에서 규정된 역사나 서사와는 명확한 이질을 보여줄 것이고 핀홀의 불분명한 시점과 화각이 다른 감각을 유도하길 원합니다. 

- 다음 작업에 깊은 기대를 가지고 마무리하기, 전에요. 저···어, 실은 처음부터 여쭤 보고 싶었는데 작업할 때 사용하신 핀홀카메라 이거라고 하셨잖아요. 어디서 사셨죠? 빈티지한 것이 예뻐서 되게 많이 궁금하네요. 똘망똘망 (장비욕심에 눈깔 굴러가는 소리)

독 : ······.

= 기···긴 시간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만 좀 쳐다봐!!!)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노니는 작가, 자벨의 문답장치問答裝置 3화는 또다른 작가와의 인터뷰로 계속됩니다.



전시작 침.전.물.과 작가의 근작은 아래 주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미지출처 
독 : 작가 본인
서도호 : www.suncontemporary.com / 구글이미지 검색
Stan Douglas : www.mongin.org / 구글이미지 검색
이진주 : http://www.galleryjungmiso.com / 구글 이미지검색
이지영 : www.neolook.net / 구글 이미지검색


  1. 조각가. 설치작가. 1962년 서울 출생.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구조의 관계를 밀도 있게 표현하는 설치 작업들이 유명하다. 최근에는 특정 공간의 유동성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최근에 선컨템포러리와 아트선재에서 전시를 가진바 있다. [본문으로]
  2. Stan Douglas : 캐나다 출신의 미디어영상 작가. 비선형적인 시공간과 내러티브의 조합을 사용하여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요소가 결합하는 작업으로 전통 영화 형식에서 벗어나는 작업을 한다. 2009. 9월에 몽인아트센터에서 67시간 짜리 영상작업 클랏사신(Klatsassin)과 11점의 흑백 초상사진으로 개인전을 가졌다. [본문으로]
  3. 새로운 신체로서 증식하는 이미지를 꿈과 기억의 단편들을 차분한 마티에르로 표현하는 화가. 파편화된 신체나 분절된 이야기들의 이미지로서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는 섬세한 그림을 그린다. 2008년 2월에 갤러리 정미소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본문으로]
  4. 자연과 인공이 충돌하는 우리 삶의 공간을 새로운 해석으로 보여주는 작가. 그 공간을 붉은 색과 여러 방법으로 개념화하는 특징을 가지는 한국화를 그린다. 오밀조밀한 지도 같은 그림으로 일상에 대한 단상을 역설적 이미지로 제시한다. 2008년 4월 미술공간 현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본문으로]
  5. 예술작품이나 거대한 자연풍경에서 우러나오는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말한다. 혹은 위대한 예술작품이나 경이로운 자연현상을 보면서 압도되는 감정상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