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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파리, 시각문화의 폭발 : 구경꾼의 탄생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18. 11:52


밀어대는 구경꾼 앞에서, 
그들은 시체 안치대 위에 줄지어 있다. 
지난밤 마신 술에 취한 듯이
주정뱅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 무시무시한 시체들 앞에서, 
얼어붙을 것 같은 공포 앞에서, 
후회 없이 만족하는 구경꾼들은, 
극장에 온 것처럼 자리를 차지한다. 

                                                                                     - 앙줄랭 뤼엘(Angelin Ruelle)의 '모르그의 노래'  시 중에서 -


 이번에 소개할「구경군의 탄생」은 근대 프랑스의 도시문화와 시각문화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바네사 R. 슈와르츠의19세기말 파리 당시, 도시화가 형성되면서 시작된 다양한 도시를 즐기는 시각문화를 다양한 구경거리들을 소개한 책이다. 그는 책 초반 부분에, 농촌에서는 모든 일상이 이야기 식으로만 전해진 반면 19세기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의 일상을 이야기적인 서술 방식과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시각적인 방법이 함께 나타나면서 새로운 군중이 형성됨을 밝히고 있다. 이는 도시에 대한 재현이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문자 텍스트와 시각 텍스트의 연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본론의 다양한 파리의 구경거리들 소개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본문에 소개된 구경거리들을 잠시 살펴보자면, 1장에서는 19세기말, 파리에 오스망화(도시계획)로 인해 많은 대로들이 만들어지고 그 대로에 맞는 다양한 볼거리 문화가 형성되면서 시민들을 산보라는 형식으로 대로를 산책하게 했으며, 그 일상적인 모습을 신문의 삽화를 통해 인쇄물로 만들어지면서 다시금 시민들을 대로문화로 끌여 들렸다. 2장에서는 파리 중심가에 새워진 모르그(시체안치소)에 안치된 시체를 구경하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와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인기는 신문에 소개된 선정적인 시체에 대한 이야기기를 통해 그 기사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에게 또 다른 산보를 장려됨을 소개하고 있으며 3장에서는 과거와 현실의 사건들을 그대로 묘사한 밀랍 인형박물관인 그레뱅 박물관에 인기를 다루고 있다. 이 밀랍 인형 박물관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거나 가보지 못한 왕실의 궁전 속 모습을 그대로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있었으며, 단순히 그 역사적 장면 만을 보여주는 것이라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 방식을 그대로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4장에서는 기술에 의해 재현되고 가상이 된 현실을 다루는 파노라마와 디오라마가 큰 선풍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현실의 리얼리즘을 보여줌을 서술하고 있으며 5장에서는 그레뱅 박물관에서 투사된 움직이는 이미지 전시된 방식이 영화가 보다 넓은 의미의 시각문화가 출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앞에서 소개된 다양한 구경거리들의 발달을 통해 새로운 구경꾼(군중)이 탄생했음을 말하면서, 그 당시의 구경거리 현상과 지금 현 시점의 연관성을 말하고 있다. 특히 20세기 이후의 시각적 쾌락은 여전히 현대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군중의 강력한 도구로 남아있다는 그의 주장을 통해 얼마나 시각이 범람하고 있는 이 세상에 주인공은 '우리'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세기말 파리 도시를 장식했던 수많은 구경거리 들 중 특히 엔터테이먼트 요소에 더 치중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마지막 6장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탄생한 영화를 관람함에 있어 미리 준비된 관람객이 되기 위한 준비 체험 단계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말에 파리의 시민들을 산보자로 만들게 했던 수 많은 구경거리들을 단지 영화 관람을 위한 준비된 구경꾼이라 하기에는 너무 단편적인 서술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리 도시를 가득 매운 구경거리들이 얼마나 시민들에게 시각적 쾌락을 강력하게 주었으며, 새로운 당당한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 같다. 


 ⊙ 저자
바네사 R. 슈와르츠(Vanessa R. Schwartz)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로스앤젤러스에 위치한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역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근대 프랑스의 도시문화와 시각문화, 그 중에서도 특히 영화와 20세기 오락에 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레오차니와 함께 편집한 cinema and the Invention of Modern Life가 있으며, "Walter Benjamin for Historians"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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