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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능, 혹은 과학만능의 신화는 끝이 났고 사람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았습니다. 

다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자본마인드, 기술마인드 시장이기에 인문학이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이던 IT분야에서도 다시금 인문학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월 27일 스티브 잡스는 자사의 ipad를 발표할 때 기술과 인문학간의 연결의 중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ipad를 만든 것은, 애플이 늘 기술과 인문학 사이의 갈림길에서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 잡으려 애썼지만 사실은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하는 것입니다." 2010. 1.27

본 인터뷰에서는 인문학의 지점에서 기술, 기계를 탐구하고 있는 비평가, 이영준을 만나 보았습니다.



선생님은 기계 비평가로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계비평의 시작점은 무엇이었나요.


시작은 아주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아빠가 사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죠. 그 장난감을 뜯어보며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는데 그게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했어요. 한참을 그러다가 미국에서 유학할 때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기계에 대한 노출, 일상생활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미국의 경우 DIY같은 게 많아서 오랫동안 밑으로 가라앉아있던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고개를 내민거죠. 그렇게 촉발된 관심은 1998년 귀국해서 어떤 분 소개로 인천항 돌아보면서 와 기계란 것이 이런거구나. 연구해 보자 라는 결심으로 이어진거죠 뭐. 

미술사와 사진을 전공했지만 98년 돌아온 이후부터 예술사진에 대한 평론은 안하기로 했어요. 사진 평론에 처음 발을 디딜 때부터 작품으로서의 사진이 아닌, 제 <이미지 비평>에 나온 것처럼 시중에 돌아다니는 사진들, 현상으로서의 사진에 관심이 있었어요. 어떤 작가가 찍은것이 개성과 특색이 있구나, 의미를 탐구해 보자라는 건 관심이 없었어요. 기계도 마찬가지죠. 작품으로서의 기계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이루는 데 잘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파헤쳐 보자 라는게 제 행동의 동기입니다. 처음에 날 끌어당긴 건 스펙터클이에요. 인천의 공장이나 항구 가보면 스펙터클이 대단하지. 나중에는 더 큰 항구도 가보게 되었는데 그러한 스펙터클에 끌린거 같아요. 그런데 비평을 할 때 스펙터클에 대해서만 할 수는 없거든요. 구조로 들어가야 되거든요. 즉 어떻게 하면 구조로 들어가 거기 있는 지식을 비평의 레벨로 끌어올리느냐. 그것이 관심사죠. 




기계 비평에 대한 연구와 저술을 진행해 오셨습니다. 추구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접근 방식도요.


언급하자면 기계죠. 특별히 새로운건 없고... 2004년부터 기계에 몸을 던지자 마음먹고 주로 현장을 막 찾아 다녔어요. 아는 사람 통해 공장도 가보고 했죠. 그러한 과정에서의 딜레마는 지식이나 정보 없이 현장에 가서 사진 찍고 하면 그냥 스펙터클밖에 안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일단 이해를 하자 해서 다양한 문헌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죠. 배타고 막 돌아다니다가 이거 뭐 구경만 해서는 뭘 얻겠나 라는 생각에 배에 대한 스펙을 엄청나게 다운받기도 하고. 예컨데 한국 선급에서 제공하는 선급 기술 규칙이 있어요. 이런걸 연구하는거지. 근데 문제는 혼자서 봐봐야 소용이 없다는 거에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두가지 층위를 연구해야 합니다. 하나는 여기있는내용 자체, 즉 무슨 용접인지, 종류에 대한 데이터나 강도는 어떻게 높이나 하는 물성적 질도 잘 알아야 하는데 문제는 이런건 혼자서 알수가 없단 말이죠. 또 다른 지점은 매뉴얼 자체를 하나의 네러티브 가진 객체로 봐서 이것 자체를 비평적 해석의 대상으로 삼는거죠. 그렇게 하면서 테크놀로지를 이해하는거죠. 




전자의 경우 전문가를 많이 만나야 할텐데 그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뭐, 썰렁하죠. 왜 이런걸 하는지 이해를 못하니까요. 비평가 라는 존재를 잘 모르시잖아요. 예를 들어서 허대찬씨가 연구를 하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당사자인 기술자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와서 논문쓴다고 이런저런 기술 조언구하면 어리둥절하겠죠. 혹은 좋은 평론하러 왔습니다, 이러면 당연히 보내버리겠죠. 이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사람인지도 도와줄지 말아야 할지 판단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협조적인 판단을 내려요. 그게 논리적인 판단이죠. 그래서 쓴 방법이 우리 학생중 관련분야의 학부모를 만나는 거였어요. 그런걸 해서 찾아가 귀동냥 식으로 몇마디 얻어 들었죠. 아쉬운 점은 뭔가 체계적으로 공장이나 연구소랑 관계를 맺고 연구를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그런 체계가 생긴적이 없어요.

 또다른 문제는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비평인데 이런 분야에서 비평을 요구하지 않는다는거죠. 그게 문제지. 그래서 제가 그냥 생각한 것은 일본의 비평가까지는 아닌데 전문가들을 알아보는 방법이었어요. 그들은 보통 전문지식의 해설까지는 도달해요. 저는 그것에 플러스에 비평적 해석을 진행해보려는 것이죠.




기계 자체 분명히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현대 사회에서 테크놀로지를 빼면 설명자체가 안되잖아요. 근데 같은 맥락으로 기계에 대한 범위를 어디까지 보고 계시나요. 


모든 사물의 얼개? 가령 다리가 어떻게 맞춰져 있길래 이렇게 버틸까 하는 것, 이 의자가 사람 체중을 버티는 건 어떤건지 하는 호기심. 사물의 돌아가는 얼개에 대한 관심이 기본인거 같아. 스펙터클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고요. 이걸 좀더 확대해서 말하면 기계적인, 물질적인 구조와 함께 담론적 구조도 있겠지요. 그것도 같이 연구하고 있어요.

제가 상정하는 기계의 범위를 말해보자면 모든 사물이에요. 그 중에서 쇠로 된 기계. 이상하게 철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철과 콘크리트가 가장 관심있는 것입니다. 기계에 대한 관심이 있지만 한정하기보다는 그 범위는 한도끝도 없어요. 아무거나 다 되는거야. 왜냐하면 모든 것에 테크놀로지가 스며있으니까요. 심지어 산에 있는 나무 한그루 한그루 조차도. 잎을 보면 매연과 같은 도시적 흔적들이 침전되어 있어요. 설악산에 있는 나무랑 도시의 가로수는 서로 다르죠.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루면 이렇게 한도 끝도 없을테니 다 다룰 순 없고 그 중 저는 주로 산업게계에 대한 것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산업기계 하니까 산업혁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크라이트의 방적기부터 시작하여 증기기관까지. 간단히 생각해본것인데 핵심을 꿰뚫은 요소중 하나는 속도가 아닐가 합니다. 기계를 바라보시면서 발견하시는 기계의 핵심, 혹은 나아가 테크놀로지의 핵심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 중 하나가 속도입니다. 또 하나가 물질성이고요. 최근 기계비평이라기보다는 사물 비평적인 글을 하나 썼는데 액체금속에 관한 글이었어요. 어머니들은 액체에 대한 물질 공포증이 있어요. 저도 액체를 징그럽게 느끼는 때가 있어요. 이세상 모든 사물은 인간이 아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사람들의 관념이에요. 하지만 액체는 그 위치에 있지 않으려 하죠. 그래서 용기에 담겨 있다가 깨지면 난리가 나는거지요. 경계를 벗어났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인간이 언제부터 구획짓고 경계짓기 시작했나 라는 점을 따져 보면 근대 이후로 부터 시작됩니다. 근대 이전 사람들이 쓰던 그릇인 질그릇이나 나무그릇은 물을 흡수하고 투과하죠. 하지만 근대 이후 그릇들은 이러한 물질들을 강력하게 차단합니다. 즉 강력하게 사물들을 컨트롤 한다는 거지요. 여기에서 시작해 이런 관심이 어떤 식으로 퍼져나가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질성에 대한 다른 생각은 음식이 뭘까에서 출발했습니다. 기본적인 음식재료는 인간에게 적대적입니다. 날것먹으면 탈나거든요. 제가 요리를 마술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인간에게 적대적인 재료를 순화해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시켜 주는 점입니다. 전 거기에 마술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물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마술입니다. 예컨데 대장장이가 쇠를 달궈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것도요. 이러한 변화라는 팩트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마술은 바로 연금술로 표현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현대의 테크놀로지는 결국 연금술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 사물을 저 사물로 바꿔서 가치를 얻으려 하고, 새로운 기능을 얻으려 하죠. 이러한 사물의 변화,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물질성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Der Lauf Der Dinge (Faster and to the tune of the William Tell Overture)


Peter Fischli David Weiss의 작품을 보세요. 치밀하게 기체, 액체, 고체들이 서로간의 양태를 바꾸면서 하나의 운동 사이클을 만들어 내죠.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테크놀로지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가 사물을 변전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사물성과 변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이러한 사물성의 경우는 아직 레퍼런스를 가지고 정리한 것이 아니라 저 혼자 물질들의 존재 양태를 보고 생각한... 그냥 개똥철학이에요.(웃음) 앞으로 연구해 봐야 해요.

한가지를 더 들자면 휴먼 팩터(Human Factor)인데 그쪽은 아직 관심영역이 아니에요. 테크놀로지는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사람과 인터렉션을 하며 존재합니다. 제 관심은 인간 자체가 아니라 테크놀로지와 인간이 어떠한 인터페이스를 이루고 있는가 라는 점입니다. 기술적인 사물과 기술 자체와 인간의 환경. 환경과 기계와의 접점과 인터페이스. 이 점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있어 하는작가는?


파나마 렌코(Panama Renko)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날 수 없는 비행기를 만드는 작가에요. 이카루스의 추락이 주제이기도 한데 어설프게 만드는데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만나보고 싶은데 작가로서는 은퇴했다는 것이 좀 아쉽다. 그래서 가상 인터뷰를 만들었어요. 수업 시간에 작가 인터뷰를 좌악 설명했어요. 항공기의 특정한 부품이 나올텐데 이건 뭡니까 라던지 날 수 없는 비행기 만드는게 창피하지 않습니까 라던지 가볍고 웃긴 질문으로부터 들어갈 수 있겠죠. 이 작가를 통해서도 부각시킬 수 있는 점도 테크놀로지와 기계의 접점인 인터페이스로서의 비행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날 수 없다 라는 점이 인간과의 관계 역시 건드리며 더욱 강화되고요.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역시 중요 관심사가 될 것 같습니다.


중요하죠. 테크놀로지를 말할 때 양 극단으로 생각되고 있어요.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찬양이 하나. 그 반대로 도덕적 비난이 하나. 요즈음의 대세가 테크놀로지를 통한 희망적 시선인데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공명해서 그 반대극으로 환멸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는 컴퓨터때문에 인생을 망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또, 하지만 찬란한 미래를 가져오는것도 아니죠. 기술의 발달이 희망적이라면 인생이 점점 즐거워져야 하는데 왜 아닐까라는 의문이 만들어집니다. 전기세탁기, 냉장고, 진공청소기가 나왔지만 가사가 편해지지는 않았어요. 가정 주부가 편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왜일까. 그런 기계들이 노동시간을 줄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해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 

테크놀로지와 사람은 서로 얽혀있는 관계이지 테크놀로지 스스로가 찬란한 미래를 가져오지도, 인간사회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지도 않는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네러티브가 각 양 극단을 오가고 있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요. 


테크놀로지에 대해 생각해 낸 개똥철학이 하나가 있어요. 테크놀로지 밑지층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어요. 공식적이고 표준적인 테크놀로지가 아닌 다른 테크놀로지. 예컨데 챠퍼라는 게 있어요. 규정 무시하고 만들어내는 오토바이인데 대표적인 언더그라운드 테크놀로지이자 결과물이죠. 어딘가 잘 안보이는 곳에서 만들어 나가는 것. 이런 영역이 우리 주위에 많다고 생각해요. 이 챠퍼같은 경우는 그들 중 비교적으로 체계화 된 것이고요. 테크놀로지가 자기들끼리 스스로 잔뿌리가 생기는 것. 이러한 영역 중 많은 부분이 사람들의 기호에요. 예컨데 챠퍼같은 경우 오토바이를 구성하는 각 부품들 비싸고 싸고, 크고 작고를 떠나 기능은 거의 같아요. 다른 건 딱 하나. 간지에요.(웃음) 간지에 3천만원을 투자하고 하는 거에요. 재미있는것은 기능도 간지에 포함된다는 거죠. 기어 몇단을 쓰는지, 배기량이 몇cc인지, 크랭크 밸브를 뭘 쓰는가 이 영역의 사람들에게는 간지 그것이에요. 이러한 밑지층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초보적인 단계이긴 한데 정선에 탄광들이 많아요. 그 곳에서 행사가 있을 것 같아요. 폐광되면서 광산촌에는 많은 변화가 생겨요. 그러한 지역들을 돌아다녀봤는데 시설들이 다 독일제였어요. 60년대 독일 기술자들이 설치할 것인데, 지금도 그 기계들을 국내에서는 손볼 수가 없어요. 에어 펌프들. 저런 탄광 테크놀로지들을 분석해보며 기술 그 자체, 정선-사북 등지의 카지노가 생김으로서 변화된 사회의 분석 등. 그러한 사북-정선 일대의 탄광 환경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변화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국제 컨퍼런스를 해보려고 해요. 기술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야기할 수 있을 거에요. 

또 하나 간절히 하고 싶은 것은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 거에요. 내 인생의 최대 목표중 하나는 다양한 배를 타고서 원하는 곳을 다 가보는 거에요. 예전 기계 비평 책을 낼 때는 자동차 운반선을 타 봤는데 그 이외의 다른 종류의 배, 예컨데 컨테이너선이라던지, LNG운반선이라던지 시추선 같은 것을 타보고 싶어요. 한번 교섭해보려는 것이, 한진해운 배를 타고 인천항을 떠나 싱가폴을 지나고 인도양 - 아라비아 반도 - 홍해 - 수에즈 운하 - 지중해 - 지르볼터 해협 - 독일을 찍고 다시 내려오는 항로가 있어요. 그 항로를 타보는게 꿈이에요. 그걸 하고 나면 마음편히 정년퇴직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의 로망, 스펙터클의 로망인 것 같아요. 그것이 저의 아젠다이기도 해요. 

또한 항해의 로망, 그러니까 기술을 거슬러 올라가며 마주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 공간을 경험한다라는 행동,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지구의 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술과 도구를 사용해 알지 못하는 영역을 헤쳐 나가는 것. 그런 것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인간이 어떻게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자연을 파악하고 살 길을 찾았는지, 이런 것을 연구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에서 궁극의 지점중 하나인 것 같아요. 

 운송, 탐험, 비즈니스, 여가 등 다양한 여행이 있잖아요. 여행하는 테크놀로지. 여행과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대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글. 허대찬(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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