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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그늘 -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소장품전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18. 16:05


숨은, 말 | 바르셀로나에서 말 걸기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의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스페인의 싱글채널과 미디어 설치 작업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일것 같네요. :)


《언어의 그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소장품》전은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MACBA)의 대표 소장품을 통해 동시대 스페인 현대미술과 그 미래를 알아보는 전시이다. MACBA는 1995년 개관한 스페인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관으로서 동시대 작가들과 작품들을 연대기보다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수집해 왔고, 이제 그 결실을 한국과 스페인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게 되었다.


'언어(Language)'는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창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미술작품에서 마치 그림자나 그늘처럼 그 층위를 다양화 시키며 존재한다. MACBA는 언어와 미술작품을 문학, 정치, 대중 매체 등과 다양한 연관을 통해 살펴보며, '시(詩), 글쓰기와 행위, 정치적 표현, 미디어, 연극과 영화'등의 8개의 소주제를 통해 나타내었다. 대표작가로 시인이자 미술가이며 근대 문화와 미술 기관에 대해 비판한 마르셀 브루타에스(Marcel Broodthaers)를 비롯하여 스페인의 시각 시와 문학을 접맥시킨 호안 브로사(Joan Brossa), 상징 기호와 오브제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들을 창작해낸 대표적인 작가 안토니 타피에스(Antoni Tapies)를 시와 글의 행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보다 직접적인 이미지와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호안 라바스칼(Joan Rabascall)과 프란세스크 토레스(Francesc Torres)는 우리에게 지나온 스페인의 현대사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문타다스(Muntadas)는 미디어로 인한 정치적 소통의 어긋남을, 라멜라스(David Lamelas)는 12대의 TV 모니터로 미디어의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 또 일군의 여성 작가들은 여성성의 왜곡에 문제 제기를 해왔는데 이 고민은 미국작가 조앤 조너스(Joan Jonas)의 작품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어 당시의 문제의식이 국제적인 공감 속에서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스페인의 카톨릭적 분위기를 현대화한 장엄한 연극적인 움직임을 내러티브(narrative)가 강한 설치 미술과 영화 이미지로 구현한 작가들의 작품은 그들의 말걸기 방식이 확장된 공간과 언어로 열려져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특히 후안 무뇨스(Juan Munoz)의 바로크 형식의 눈속임을 이용한 설치 작품과 미셀 프랑소아(Michel Francois)가 13명의 동료들과 함께한 협력 작업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이에 반해 이그나시 아발리(Ignasi Aballi)의 상상 속의 영화 표지와 노벨 문학상으로 유명한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실험미술 필름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귀중한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중앙홀에 설치된 리타 맥브라이드 (Rita McBride)의 <아레나> (Arena)는 이 전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모듈러 엔지니어링을 도입하여 투우장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작품은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이제 우리는 MACBA가 우리에게 선보이는 미술 작품 속, 그늘에 숨겨진 말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숨은 말들은 막연한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스페인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이해하고, 함께할 것을 찾아 낼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