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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경 개인展 ; Space cognition_공간인식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24. 17:09


반가운 이베경 작가님의 전시 소식입니다. 오래간만의 작업들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되는데요. ^_^


이배경 개인展

● 전시제목:  Space cognition_공간인식

● 전시기간:  2010년 8월 25일 ~ 9월 9일

● 전시작가:  이 배 경

● 전시장소:  갤러리 진선

● 전시소개

 
수백 개의 홑눈이 겹쳐진 홀롭틱(Holoptic) 공간으로의 확산

 

이배경은 영상과 인터랙티브 작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 개인의 경험에 관한 새로운 인식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작업으로 주목을 받아온 미디어 작가이다. 작품과 관람객과의 상호 작용성(interactive)을 강조하는 그의 이전작업들에서 볼 수 있듯, 이배경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감각의 확산과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었던 특수 카메라 장치를 제작하여 전시장을 둘러싼 원형의 스크린 위에 360도 각도의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영상을 선보이며, 인간이 시각적 한계를 넘어서 인식하는 새로운 인식의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시야는 170도 정도로 정면과 좌우 측면만을 한번에 응시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시야 범위 내에 들어오는 사물에 대해서만 인식한다. 그 시야를 좁혀 사물에 가까이 갈수록 대상은 왜곡되어 보인다. 그런데 만약, 인간의 시각적 경험을 360도로 확장한다면 어떠한 현상이 나타날까. 시각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오해와 왜곡이 가중될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오감 사이의 균형을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인식의 체계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이배경이 제작한 특수 카메라 장치는 원뿔 모양의 반사체(거울)를 이용하여 원뿔의 꼭지 점에서 직각으로 촬영함으로서 중심점으로 왜곡된 360도 영상을 얻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영상을 다시 촬영 때와 같은 원뿔의 반사체를 중앙에 위치시키고, 그 위에 빔프로젝트 영상을 전시장 공간을 가득 메운 원형의 스크린 위에 반사시킴으로서 360도 영상을 구현하게 된다.

 

이러한 360도 파노라마 영상을 촬영하기 위한 촬영장비 개발은 최근 컴퓨터 과학계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사실 이것은 기존의 CCTV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차원의 감시기술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360도 파노라마 영상은 감시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기술로, 1명의 교도관이 다수의 범죄자를 감시할 수 있는 원형감옥을 뜻하는 파놉티콘(panopticon)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영국의 사회학자 제레미 벤덤이 18세기에 제시한 파놉티콘의 모델은 둥근형태의 건물과 그 중앙에 세워진 탑으로 구성되어, 원뿔형태의 반사체를 이용해 해당 공간을 점유하는 원형의 스크린을 통해 전체를 볼 수 있는 이배경의 이번 영상 설치 작업과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배경은 다양한 역할과 기능으로 인간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디어에 의해 감시와 역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사회를 바로 전자-정보 파놉티콘에 빗대어 시각화 한 것이다.

 


그는 주변의 익숙한 풍경들이면서 사람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도심의 장소들을 촬영하여 도시의 표면을 관찰하고 있다. 수많은 팔과 다리를 가진 관세음보살이 무한한 자비심을 구현한 존재로 각인되는 것처럼, 그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제한되고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계에서 벗어나 인간의 눈이 사방으로 달려 인식의 사각지대까지 촉수를 뻗을 수 있을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의 화신이자 ‘21세기판 빅 브라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실상 오늘날 우리는 IT의 발달로 인해 모두가 소수의 권력에 의해 감시당하는 디지털 파놉티시즘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 아무리 특정 권력 집단이나 언론이 편향된 정보만 제공하더라도 각종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 유튜브, 트위터 등을 통해 순식간에 정보가 공유되는 우리 세대의 지식과 정보의 구조는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얻게 되는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이는 정보기술(IT)이 낳은 새로운 현상으로 파놉티시즘(Panopticism)의 반대적 의미인 홀롭티시즘(Holopticism)으로 불리운다. 홀롭틱(Holoptic)이란 파리의 겹눈, 그러니까 수백개의 홑눈이 겹쳐져 붙어 있는 복안구조를 뜻하는 것으로, 평범한 일개 개인이라도 IT발달로 수천, 수만 개의 겹눈을 지닌 사람이 되어 전체 상황을 훑어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보가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를 둘러싼 전체 맥락을 다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배경의 이번 설치작업은 바로 이러한 동시대 현상을 시각화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그의 작업에서 우리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상현실 내지는 하이퍼리얼리티 속에서 용해되고 축적되며 다양한 개입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만들어진 새로운 소통의 체계와 기능의 무한한 가능성을 읽게 될 것이다.

 

조 주 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