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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홍대 일대에서 펼쳐진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Nemaf)는 올해로 '10회'를 맞아 더욱 의미있는 축제로 치루어졌습니다. 앨리스온은 뉴미디어 예술를 주제로 하는 페스티벌로서 1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의 역사를 써내려온 네마프의 집행위원장이자 [대안영상공간 아이공]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기획자 김연호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aliceon. 아이공의 대안영상에 대한 개념 정의는 소수자언어와 여성주의철학에 기반해있는데 그 착안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연호. 제 세대가 생활 속에서 문화적 환경들을 접하기 시작했던 문화 혜택 1세대거든요. 우선 그 영향이 있어요. 90년대 중반에는 인권영화제나 인디포럼 등 소수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예술에 관한 컨텐츠들이 지금보다 풍부했어요. 소수자 - 비주류 영화제는 비주류의 해방구로서 큰 역할을 했었죠. 그러던 중 비디오 아트를 만나게 되었어요. 여기서 비디오아트 운동이 일어났던 배경을 염두에 두어야 해요. 테크놀러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술을 통해 찾고자 하는 시도이자 미디어에 의해 지배받는 대중매체 시대에 대한 비판적 계기가 예술의 새로운 개념에 개입된 표현 활동으로서요. 저 또한 어떤 철학과 언어로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는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고민들을 가지게 되었죠. 저는 그 중에서도 대안영화, 실험영화와 같은 영상 위주의 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 대안 영상을 소개하는 기획자이자 문화기획자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구요. 문화를 통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오늘날과 같은 다양성이 없는 사회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회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존중받기 위해서는 여성, 사회적 약자, 성적 소수자,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대안적 시각이 굉장히 중요해요. 주류의 언어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이 새로운 예술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여성주의, 소수자, 비주류의 새로운 영상들과 언어가 대안영상의 뿌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aliceon. 아이공이라는 단체를 어떤 목표를 가지고 세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연호. 부족한 문화의 장을 만드는 것 그리고 새로운 예술을 담론화하고 이를 통해 투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여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이유는 말햇듯이 주류의 언어에 대한 의문, 즉 비주류 정신에서 비롯된 새로운, 대안적 시각과 언어가 새로운 예술의 기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이공은 이러한 소수의 목소리들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기록하기 위한 단체이구요. 동시에 다양한 기획을 통해 이를 소개하고 그 경계를 넓히는 작업, 그리고 작가들을 발굴하고 대안영상 컨텐츠들을 생산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aliceon. 아이공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김연호. 가장 활발한 활동은 '미디어극장 아이공'의 활동과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NEMAF)이죠. 미디어 극장 아이공을 통해서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고 좋은 작업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왔구요. '여성주의 시네마테크'와 같은 주제가 있는 작품 상영회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2000년도부터 거의 매년 열리고 있는 국내유일의대안영상축제이구요. 올해로 11주년이자 10회를 맞이했죠.


aliceon. 네마프(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김연호. 99년에 처음 시작한 [비디오작가연대]의 정기상영회가 그 뿌리에요. 비디오 아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했죠. 여기서 인디 비디오 페스티벌을 3년 정도 진행했었는데 처음 함께 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길로 접어들면서 중간에 흐지부지되었죠. 그 이후 작업은 제가 이어서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로 만들어 아이공에서 주최를 했고, 그것이 지금의 네마프입니다.


aliceon. 2010년으로 네마프 10회를 맞이하셨는데 그 소회가 궁금합니다.

김연호. 10회 맞이했을 때, 그간의 고생이 많이 떠올랐죠. 누군가 행복의 가치에 대해서 말한게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기 위해서 일을 하고 그게 인생의 최우선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100% 내 자신의 행복으로 채울 순 없다구요. 근데 그걸 아이공을 하면서 많이 깨닫게 된 것 같아요.아, 맞아요. 노희경 작가가 그런 얘길 했어요. "행복은 스치는 바람에서 느껴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였나요. 행복은 그런 것 같아요. 11년동안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과 아이공을 하면서 했던 대부분의 일들이 제겐 생전 처음해보는 일들이었기 때문에 힘들고, 그 역경들이 고통스럽기도 했구요. 어쩌면 사회에 대한 증오나 오기와 번뇌로 각각 3년씩을 버틴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그 순간에서 느낀 보람이나 행복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죠. 힘든 가운데 그 순간에 느껴지는 행복들, 그것들이 11년을 버티게 했던 힘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폐막식 때는 또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사실 당시에는 스텝들 인건비도 제대로 챙겨줄 수 없는 시스템과 자금을 어디서 끌어와야 할지에 대한 고민 등...그런 부분들도 참 힘들었었거든요. 그래도 '나는 잘 산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작품들을 보고, 좋은 작가들을 만나고, 보람이 느껴지는 활동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 일 때문에 사주도 많이 봤어요. 사주에 지금까지 10년동안 환갑까지 할 고생을 다했다고 나오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더 가봐야 아는 거겠죠.

aliceon. 네마프도 여러면에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올해 느꼈던 십년 전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요?

김연호. 저는 비주류적인 감성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작가든 교육자든 그런 비주류적인 감성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약간 오판을 했던게, 기획의 시스템도 비주류적으로 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카페 상영관 운동이라던지, 문학까페 운동 등등. 비디오 작가연대 초창기에 까페에서 상영회 하던 경험을 빌어 했었죠. 그런데 영사사고가 너무 잦고 성능 좋지 않은 프로젝터에 삐둘어진 채 영상이 상영되고 그랬어요. 프로페셔널하게 기계를 다루지 못하게 되니까 관객 소통이 원할하지 못하더라고요. 2005년에는 또 걷고싶은 거리 공원에서 야외상영관을 진행 했었거든요. 거기에 미디어아트 전시관을 만들었었어요. 근데 그 때 태풍을 맞아서 난리가 났어요. 작가들 장비가 다 뒤집히고, 깨지고 그랬죠. 대안적인 실험들을 기획자로서 많이 하고자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그런 실험들은 자금이 뒷받침이 되야 가능한 것이었죠. 작가-관객-기획자 이 3자가 완성도, 호응, 만족도를 모두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부분들이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10회부터는 전문적인 공간, 전문적인 큐레이터와 같이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싱글채널 비디오아트나 대안영화들은 영화시스템이 제대로 되어있는 영화관 중심으로 소개를 하고 전시는 전시장에서 소개를 하고...그런식으로요. 어찌보면 공간에 대한 기획적인 실험을 그쳤다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자금을 더 확보할 수 없는 한 그 정도 선이 가장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aliceon. 한국 미디어 아트계에서 네마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생각하시는지.

김연호. 저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네마프)가 한 60%, 미안하지만 앨리스온은 30% 정도의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음, 아님 50:50으로 할까요?(농담)
가장 중요한건 사실 작가에요. 작품을 낳는 사람들이잖아요. 기획자는 기르는 사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획자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연구자들은 그 안에 소통의 언어를 창출하는 사람들로서, 아무리 낳고 길러도 사람들과의 소통의 매개점을 찾지 못하면 무의미하기 때문에 또 중요해요. 그런 각각의 역할들이 다 중요한것 같아요. 근데 많이 없잖아요. 앨리스온,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을 하는 대안영상공간 아이공, 그 외에 이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팀이 많이 없죠. 이처럼 장기적으로 길을 같이 갈 수 있는 팀들이 있어야 문화가 생성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이런 전문적인 팀들 그리고 미디어아트 작가 그룹이라던지 관련 그룹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공이 앞으로 주력사업으로 하려고 하는 것 중 하나는 배급사업이에요. 그동안 쌓인 작품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계약한 작품들 중심으로 배급운동을 해서 영화나 미술 쪽에 포지션들을 만들려고 해요. 아이공은 공공예술 단체로 시작된 만큼 관객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관객을 찾아가는 노력도 좀 더 하려고 해요. 미디어아트는 관람자의 입장을 능동적으로 바꾸어 줘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미디어 극장 아이공에 찾아오는 분들에게 늘 하는 얘기는 관람자가 대안영화나 미디어아트를 대할 때 상업영화 보듯이 수동적이면 안된다는 거에요. 같은 작업도 어떤 철학적 의미와 가치와 인식들이 들어있는지를 알려줬을 때, 관객들의 반응이 굉장히 달라지는 것을 늘 느끼거든요. 

aliceon. 네마프 전시제의 경우에는 '뉴미디어아트 전시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뉴미디어아트를 생각하는 관객들이라면 다양한 형태의 설치작품이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이 좀 더 많을거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물론 대안영화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비디오아트 위주의 작품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있나요?

김연호. 음, 사실 자금 때문이죠. 

aliceon. 꾸준히 해오시는 걸 보면서 일종의 비판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김연호. 네, 비판도 있어요. Seoul International NewMedia Festival에서 이 'New'를 저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뉴 테크놀러지'가 아니라 '새로운 쓰임 새로운 상상의 뉴미디어'로 정의내리고 있거든요. 미디어라는 것을 어떻게 새롭게 쓰고 새로운 상상으로 표현할 것인가가 중심이에요. 화려하고 새로운 기술 중심의 작품들을 따라가다간 속된 말로 가랭이만 찢어지는 셈이 되요. 사실 철학적인 정신을 갖고서 모바일로도 표현해보고 싶고 인터랙티브한 작품을 선보이고도 싶은 욕망은 있죠. 근데 그 욕망도 2003년도 즈음 버린거 같아요. 2003년 즈음에는 미디어아트 관련 기관이라 할 곳이 아트센터 나비, 아이공, 일주아트하우스 이렇게 3곳 밖에 없었는데. 일주아트하우스는 2004년에 없어졌고 아트센터나비는 이후 테크놀로지 중심의 활동들을 해오고 있죠. 저도 2002년~2003년에 그런 욕망을 가지고 기획을 했었는데, 제가 너무 허무하더라고요. 테크놀로지 아트를 중심으로 하는 작가들과 작업을 해봤는데, 그들이 얘기하는 의미가 유희 이외에는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기획자인데 작품에서 감동을 받지 못하는거에요. 그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기획자가 작가의 작품에 감동을 받아야 모든 에너지를 쏟아가면서 기획을 하고, 사람을 끌어들이고, 홍보를 하고, 마케팅을 할 수 있는거잖아요. 근데 그 감흥이 안에서부터 올라오질 않는거에요. 그 때 가장 고민을 했던게 '내용'이었어요. 중요한 것은 '테크놀로지에 어떠 내용을 전유할 것인가'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뉴미디어를 새로운 쓰임 새로운 상상의 미디어로 지향하겠다고 한거죠. 여성의 문제라던가 퀴어의 문제라던가 미혼모에 관련된 문제, 이주노동자에 관련된 문제와 같은 내용의 다양성이 중요해요. 이혼한 엄마가 어떻게 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외면받고 사는가와 같은 이런 내용들이, '이게 훨씬 더 급진적인 뉴미디어다'라는 생각과 취지에서 그렇게 해온거죠.

aliceon. 그것이 네마프가 앞으로 쪽 이어갈 방향성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김연호. 네. 그리고 형편이 되는대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올해도 사실 어플리케이션 제작을 굉장히 하고 싶었어요. 트레일러도 너무나 재미있게 만들어지고 해서 아이폰이나 스마트폰 어플 등을 통해 제공하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예산 때문에 하지 못했던 거죠.

aliceon. 앞으로 아이공과 네마프 역시 또 다른 10년을 향해 가야하는데 그 안에서 본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연호. 쉼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일단 좀 채워야 될 것 같아요. 사실 작가들도 기획자가 많이 품어주길 원하거든요. 그러려면 일단은 많은 걸 비우는게 먼저인 것 같네요. 그리고 앞으로 10년은 담론 투쟁을 중심으로 활동하겠죠. 최근에는 미디어가 주는 치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요. 음악만이 아니라 영화도 치유를 하고 고민을 하게 하고 철학하게 하거든요. '그것들을 어떻게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할까', '어떻게 하면 미디어아트나 대안영화가 대중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것도 고민이에요. 워낙 작가주의 작품을 많이 소개하기 때문에 일반 관객분들이 많이 어려워 하기도 해요. 너무 엘리트적인 것 아니냐. 이런 말도 듣곤 하는데요. 소수자를 이해하는게 엘리트라면, 그런건가 보다 해야죠. 제가 하는 일은 소수자 입장에서 제작된 작업들을 소개하는 것이 다인데, 그게 만약에 엘리트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가보다 하는거죠. 그 말이 중요한건 아니니까. 앞으론 좀 더 고민을 많이 할려고 해요. 직접 체험도 많이 해보고. 작품을 통해 치유하는 방법들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치유의 경험들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맞는 것 같아요. 

aliceon.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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