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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0. 11. 11:32


근대이후의 학문들은 제각기 독립된 분과로 자리 잡으면서 학문적 지식의 깊이를 더해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이러한 세분화와 전문화의 양상은 오히려 각 학문분야의 적극적 교류와 협력, 경계 허물기를 요구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융합의 필요성은 인문학의 위기나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직면한 난점들을 타계하기 위한 돌파구로써 각광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통섭이나 학제간연구의 흐름들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인문학과 자연과학, 그리고 각 분과 학문 내에서도 경계와 영역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는 국내 학계의 현실에서 이러한 변화의 모색은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새로운 인문학자들’

  이 책 역시 이러한 흐름의 한 단편을 보여준다. 인터넷사이트 엣지(www.edge.org)를 운영하는 존 브록만과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은 인간 본성, 인간의 뇌와 마음,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의 주제를 수많은 과학 이론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풀어낸다. 생물학, 물리학, 정보통신공학의 발전은 인간에게 자연과학과 인문학이라는 분류체계가 무의미해지는 질문을 던진다. 과학 극단의 영역에서 필자들이 직면한 질문은 인간, 우주, 기술에 대한 다분히 철학적인 화두이다. 이들은 인문학자가 아닌 과학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연구가 밝혀낸 사실을 바탕으로 인문학자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위의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내놓는다.


  책은 크게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호모사피엔스’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와 공통점, 인간의 본성, 문화의 기원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2장은 ‘기계 인간’으로 기술과 인간의 관계,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3장은 ‘진화하는 우주론’으로 현대 천문학과 물리학의 연구결과들이 보여주는 세계상이 어떠한지를 설명한다. 각 챕터를 구성하는 소주제들은 다양한 분야의 최전선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와 엮은이의 대담을 에세이의 형태로 바꾸어 엮은 것인데, 각 소주제마다 책 1, 2권으로도 설명이 모자랄 내용을 소개하다보니 깊이 있게 논의를 전개하기 보다는 현재 자신의 연구가 다루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지 정도로 간략하게 설명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 소개와 함께 관련저작들을 소개하고 있어 좀 더 알아볼 수 있는 여지는 마련해 놓고 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여러 연구자들의 글을 모아놓은 것인 만큼 논의의 깊이와 수준이 제각각이고, 일치된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 하나의 맥락을 잡을 수는 없겠지만, 과학의 극점에서 연구자들은 세상과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책의 내용이 급진적이고, 기존의 학문에서 인간이나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념과 배치되는 내용도 있어 인문학이나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에겐 어느 정도 불편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반박의 여지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분명한 토대를 바탕으로 한 논의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지나칠 수만도 없다는 사실이다. 에필로그에는 책의 내용에 대한 여러  다른 배경을 가진 학자 혹은 일반인들의 적극적 동의나 신랄한 비판의 반응을 모아 실었는데, 이를 통해 불편함, 혹은 공감에 대한 단서를 좀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창우(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석사과정)

목차
감사의 글
서문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새로운 인문주의자들 _ 존 브록만

제1부 호모 사피엔스
01 왜 유럽과 아시아가 세계를 지배했는가? _ 제레드 다이아몬드
02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 _ 스티븐 핑커
03 인간의 본성이 권리를 얻다 _ 헬레나 크로닌
04 우리는 선천적인 사이보그다 _ 앤디 클라크
05 동물의 마음 _ 마크 하우저
06 요리의 진화 : 인간은 여전히 길들임의 노정에 있다 _ 리처드 랭검
07 연산에 의한 지각 _ 대니얼 데닛
08 독일산 셰퍼드의 귀는 어떤 모습인가? _ 스티븐 코슬린

제2부 기계 인간
09 소프트웨어는 문화의 용매다 _ 조던 폴락
10 두 번째 파도 : 선언문 _ 데이비드 겔런터
11 생명체 같은 시스템 만들기 _ 로드니 브룩스
12 마음 만들기 _ 한스 모라벡
13 양자 연산 _ 데이비드 도이치
14 무엇이 마음을 대신할 것인가? _ 마빈 민스키
15 특이점 이후 인간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_ 레이 커즈윌
16 사이버네틱 디스토피아―절반의 선언문 _ 제이런 러니어

제3부 진화하는 우주들
17 최후의 컴퓨터는 얼마나 빠르고, 작고, 강력한가? _ 세스 로이드
18 우주론의 황금시대 _ 앨런 구스
19 우주는 팽창과 수축을 영원히 반복한다 _ 폴 슈타인하르트
20 우리는 브레인 속에 있는가? _ 리자 랜들
21 고리양자중력 _ 리 스몰린
22 모든 것의 이론 : 종합과 전망 _ 마틴 리스

에필로그 이 책에 대한 반응들
니콜라스 험프리 ㅣ 제이런 러니어 ㅣ 조지프 르두 ㅣ 존 호건 ㅣ 티모시 테일러 ㅣ 카를로 로벨리
스티븐 존슨 ㅣ 리 스몰리 ㅣ 더글러스 러시코프 ㅣ 파이에트 허트 ㅣ 마크 D. 하우저 ㅣ 미아히 칙센트미하이
데니스 더턴 ㅣ 대니얼 데닛 ㅣ 하워드 라인골드 ㅣ 크리스 앤더슨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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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인명 대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