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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에 유머나 연예 잡담으로 유명한 게시판에서 이런 글을 봤던 기억이 있다. '이거 너무 신기하지 않냐'라는 투의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올라온 질문들 중에는 어딘가에서 들었는데 귀에 꽂힌 노래라던가, 제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노래의 제목을 알려달라는 질문들이 올라온다. 그 질문자들은 텍스트 형태로 질문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멜로디를 입으로 전달할 수가 없어서 음악의 멜로디를 텍스트로 옮겨서 '따 라라라라 라 랄라~ '와 같이 의성어(?) 형태의 단서를 달아서 질문을 올린다. 그런데 별 다른 정보 없이 그 음절음절만 보고도 곧 귀신같이 정확한 답변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 몇 가지 사례를 '펌질'해서 보여준 것이 내가 본 글이었는데, 순식간에 적지 않은 댓글들이 달렸었다. 텍스트만 '읽고' 멜로디를 '들은 것처럼' 답변이 가능한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딴딴딴'은 그 사례들을 하나의 온라인 공간에 집대성 해 놓은 작업이다. 사운드@미디어 랩에서 10월의 프로젝트로 소개된 이 프로젝트는 '가짜잡지'라는 독립잡지를 만들어 온 팀인 '가짜잡지와 친구들'(홍은주, 김형재, 김자현)의 새로운 미디어 작업이다. 

   사이트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우선 그렇게 해서 찾은 노래의 제목들을 기준으로 (알파벳 순서대로) 목록을 만들었고, 좌측의 목록에서 노래의 제목을 클릭하면 우측 화면에는 실제 네이버 지식인에서의 질문-답변 화면이 상단에, 그리고 하단에는 해당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유투브 링크가 삽입되어 있다. 그리고 사이트 첫 화면에서는 찾은 노래들의 장르별 통계와 질문자들이 그 노래를 어디에서 들었다고 기억하고 있는지 노래를 접했던 매체별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작업이 내게 흥미로운 이유는 몇가지 지점에 있다. 

   우선은 이 작업이 사운드와 텍스트의 관계 사이에 흐르는 힘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운드라는 미디어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다른 매체와의 결합에서 각각의 관계를 다르게 정의하는 성질이 있다. 사실 사운드와 텍스트의 결합은 언어를 익힐 때 우리 몸에 시스템으로 장착되기 때문에 그 관계가 아주 견고하다. '안녕'이라는 말을 생각하고 소리를 내면서 '안녕'이란 글자의 모양 대신에 '하늘'이 머릿 속을 부유할 일은 없으니 말이다. 하나의 음악을 읊조리는 방법이 단지 하나는 아닐 것인데, 우리는 그 소리와 관계맺고 있는 '텍스트'를 통해 많은 가능성들 가운데 하나를 캐치해 낼 수 있다. 동시에 텍스트화 된 사운드가 얼마나 본래의 사운드를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지 못했던 발견을 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소규모 독립잡지를 만들어 온 이들이 사운드와 온라인 데이터에 관한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찾아낸 과정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매체와 노는데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은 이제 하나의 장르, 한개의 미디어, 한가지 역할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 작가든, 디자이너든, 프로그래머든, 엔지니어든 눈을 돌리면 활용할 수 있는 소스가 풍성하고, 자신이 도전해보고 싶은 다양한 분야로의 입문도 크게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미디어 아트나 혹은 미디어 아트라는 어찌 보면 낡은 정의에 갇힐 필요가 없는 새로운 작업들이 창작되는 패러다임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의 텍스트, 이미지, 영상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사용 행위 자체가 기록되고 저장된다. 이것은 예술가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의도하지 않은 크라우드 소싱도 될 수 있다. SNS를 활용한 예술적 실험들도 최근 많아지고 있는데, 누가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온라인을 떠도는 의미 없는 데이터들도 창의적인 작업으로 재 탄생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또 이와 같이 '발견'과 '모음', 그리고 '인터페이스 디자인'으로 이루어지는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작업들은 아티스트의 의도와 실험정신을 충실히 담은 표현에 못지 않게, 때론 그보다 친근하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딴딴딴'의 경우, 매체를 통해 살아가고 심지어 매체 안에서 살아가는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아카이빙 함으로써 온라인 미디어에서의 정보 교환과 소통이 어디까지 뻗어있고, 또 얼마나 직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새삼 체감할 수 있다. 


가짜잡지와 친구들: 딴딴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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