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인천디지털아트페스티벌 2010 <모바일 비전: 무한미학>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1. 5. 22:30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Incheon international digital art festival 2010(이하 인다프)>은 지난해 인천도시축전과 함께 첫 선을 보인 이후 두 번째 개최되는 인천지역의 디지털아트 행사였다. 인천광역시는 국제신도시로 개발 중인 송도가 지향하는 미래도시의 단면을 인다프에서 소개되는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고 있다. 좀 더 대중적인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인다프는 특히 인천 시민들에게 디지털 문화를 예술적 체험을 통해 경험하게 하고 이 경험을 토대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도시를 그려보게 하는 행사이다. 지난해에는 다수의 유명한 국내외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동시에 인천도시축전 행사의 일부로 전개되었던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은 (기존 서울지역 중심의 미디어씨티서울 등의 미디어아트페스티벌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더 대중적인 미디어아트페스티벌이라는 인상을 남기며 쉽게 미디어아트를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든 행사였다. 

올해 개최된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역시 이러한 페스티벌 기존 취지에 맞춰 송도국제도시 내 ‘투모로우 씨티’에서 지난 9월 아트센터나비의 노소영 관장을 총감독으로 하여 <인다프 2010-모바일비전:무한미학>이라는 제목으로 페스티벌을 진행하였다.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하는 무한미학’을 통해 예술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래의 예술’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삶았던 이번 페스티벌은 <모바일아트>, <웨이브>, <블러>, <송도9경>, <센스센시스>, <투모로우 스쿨> 여섯 개의 기획전과 컨퍼런스, 워크샵 등의 부대행사로 구성되었다. 우선 기획전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한 <모바일 아트>전, 빛과 소리의 파동에 초점을 맞춘 <웨이브>전, 미술, 건축, 음악, 디자인, 미디어아트, 과학 등의 장르 간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보여주는 <블러>전, 송도 곳곳을 네트웍을 통해 경험하게 하는 변형된 공공미술(public art)전인 <송도9경>, 한중일 3국의 큐레이터가 ‘감각’에 초점을 맞춰 기획한 <센스 센시스>,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에게 미디어아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기획전 <투모로우 스쿨>로 요약할 수 있다.

열린기둥(2007) 오마르칸 ⓒ INDAF2010

지난해 인다프는 완연히 대중친화적인 작가들의 작업을 중심으로 하여 대중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컴페티션을 통해 신진작가들을 소개하는 데에 힘썼다면, 올해의 인다프는 좀 더 본격적인 미디어아트의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컨텐츠들을 선보임으로써 전시 관람객과의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특히 이번 전시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해 관람해야 하는 전시 작품들이 다수를 이뤘으며, <모바일 아트>전과 <송도9경>과 같은 전시에서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하지 않고서는 관람객이 작품을 체험할 수 없는 전시 형태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시도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듯하다. 그 하나로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본격적으로 전시 관람에 도입한 국내 첫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일 것이다. <모바일아 트>전에서는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다수의 기존 국내 유명 작가들의 회화 작품들이 디지털화되어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전시되었다. 이는 관람객에게는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형태로 접할 수 있게 하는 지점을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시도는 단편적으로 단순 매체교체 형태를 취하는데 그침으로써 작품에 대한 호감도가 금세 떨어지게 되는 부정적인 효과도 함께 불러왔다. 모바일 디바이스로 이미 많은 체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관람객에게 단순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그침으로써 기존에 접했던 대중콘텐츠와 기술적인 면에서 비교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평가가 바로 이 부정적인 면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 전시장 외에도 이번 인다프 2010 기획전 다수 작업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접근 가능하도록 전시되었다. 그러나 관람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아닌 하나하나 전시 작품에 딸린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작품을 관람해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전시 작품에 사용되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역할이 단편적인 경우가 꽤 많아서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으로 인한 이점보다는 빈약한 디바이스 활용도로 인한 아쉬움이 쉽게 느껴졌다. 전에도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한 전시들에서 지적되어 온 문제이지만 다시 한 번 모바일 디바이스의 사용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 부분이었다.

강아지 & 꽃(2010) 이동기 ⓒ INDAF2010

<웨이브>전과 <블러>전에서는 최근 미디어아트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주요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두 전시 모두 탈장르적인 모호한 경계가 드러나는 작업들이 주를 이뤘는데, 울프 랑하인리히, 크리스 오쉬아, 세노코즘, United Visual Artists, 오마르칸, 하태석 등의 작업들을 통해 시각, 청각, 공간, 인터랙티비티 등 어느 각각에 대한 작업이라고 딱히 꼬집기 어려운 성격의 작업들로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완연히 미디어가 작업에 주가 되는 미디어아트작업이 아닌 그 어떤 작가의 의도를 완성시키기 위해 정교하게 컨트롤 된 작품들이 현재 더 발전된 형태의 과거와 또 별개 양상의 미디어아트 작업의 주류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웨이브>전은 상대적으로 비시각적인 감각이나 공감각적 감각에 더 기울어져 있다면 <블러>전은 기타 감각이나 체험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시각적으로 작품에 몰입하게 되는 작업들이 다수를 이룬 것은 두 기획전의 가장 큰 차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센스 센시스>전은 한중일 3개국의 큐레이터가 선별한 신진작가들의 작업으로 구성되어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비전을 제시했다. 여기서 한국 작업들은 ‘유머’라는 코드로, 중국 작업들은 ‘과학적이고 실험적인’으로, 일본 작업들은 ‘네트웍된 도시’라는데 방점을 찍었다는 것을 통해 각 나라의 주요 미디어아트적 흐름을 바라보는 큐레이터의 시각을 읽어낼 수 있었다.

위로부터의 손(2009) 크리스 오쉬아 ⓒ INDAF2010

미분생활 적분도시(2010) 하태석 ⓒ INDAF2010

이번 인다프 2010에서는 인다프가 국내 주요한 미디어아트페스티벌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전체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체적인 전시의 밸런스에서 나타나는 심한 편차를 커버하진 못했던 듯하다. 상당히 넓은 전시공간이 적절하게 배분되지 못했던 점이나, <미분생활 적분도시>와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완벽하게 조우하는 작품들과 그렇지 못한 작품들의 공존, 또한 도슨트에 너무 많은 의존해서 이해해야 하는 다수의 작업들은 전체적인 전시의 경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단지 인다프 2010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많은 수의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느끼게 되는 미진한 점들이 인다프와 같은 대규모 전시에서 한꺼번에 느끼게 되기 때문에 누적 실감이 더 큰 것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미디어아트기관에서 기획한 전시였던 만큼, 누군가 인다프2010의 기획 상에서 전체구성에 대한 고심을 기획부분에서 좀 더 많이 했더라면 전체적인 편차의 폭을 더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