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일방적인 텍스트들의 향연! 내 가슴을 친다!_장영혜 중공업_exhibition review

kunst11 2010. 12. 22. 15:51


‘장영혜중공업(YOUNG-HAE CHANG HEAVY INDUSTRIES)’은 1999년 서울에서 창립한 2인조 웹 아티스트 그룹이다. 자칭 CEO(최고 경영자) 장영혜와 CIO(지식총괄책임자) 마크 보주(미국인) 두 명이 초창기 들고 나온 작품은 “삼성은 나를 죽음으로부터 구해 주리라 믿는다”는 구절이 섬뜩했던 ‘삼성(SAMSUNG)’ 연작이었다. 도발적인 이들의 웹아트는 관람객이 따라가기가 다소 벅찬 속도로 앞서 지나가는 단어와 문장은 조용한 듯하면서도 비트 있는 사운드와 어울려 관람객의 정신을 빼놓는다. 예측할 수 없는 패턴으로 지나가는 텍스트와 점멸하는 속도에 맞춰 흐르는 사운드의 능수능란한 향연에 관람객은 일방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은 일종의 상호작용 없는 디지털 아트인데, 이러한 음악에 맞추어 움직이는 텍스트들의 향연, 즉 타이포모션은 에프터이펙트나 플래시 같은 영상제작 툴을 다루는 모션그래퍼라면 누구나 기초단계에서 한 번씩 해보는 과정이라 할 정도로 지금은 일반화 되어있다. 그러나 장영혜중공업의 탄생은 1999년도에 이루어졌고, 당시 플래시 웹 장악이 그다지 크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그들의 이러한 시도는 가히 파격이었다 할 만 하다.

2인조 웹 아티스트 그룹 ‘장영혜중공업’이 서울 갤러리 현대에서 선보이고 있는 ‘수요일 밤 그는 술에 쩔었다’.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긴박감 넘치게 변하는 커다란 고딕 문자가 관람객의 가슴을 치고 들어온다. [이미지_갤러리 현대 제공]


HE WAS ACTING CRAZY AND BEGGING ME TO STAY WITH HIM, 2010 HD QuickTime movie, flexible dimensions Original text and music soundtrack 

2004년 로댕갤러리 전시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장영혜 중공업은 여전히 문제적 상황들을 던져주지만 이번 전시는 한 층 더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다운 인 후쿠오카 위드 디 벨라루시안 불르즈 (DOWN IN FUKUOKA WITH THE BELARUSIAN BLUES)라는 제목의 이번 신작은 1873년 프랑스의 시인 랭보와 폴 베를랭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동성 연인 사이였지만 싸움 끝에 베를랭이 랭보를 향해 총을 쏴 손목에 상처를 입혔다는 두 예술가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제시되는 텍스트에서 심각한 갈등 같은 것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 예술가들의 비극적인 사랑과, 질투, 갈등관계의 심리적 상황 등은 기타와 아코디언이 조합된 때론 나른하고 자극적인 재즈사운드를 타고 흐르는 텍스트들과 함께 우리를 그 문제적 상황에 동참시키고 가슴 속에 파고들게 하는 뭔가를 가졌다. "'다운 인 후쿠오카 위드 디 벨라루시안 불르즈'는 시인과 예술가는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는 자들이라고 제시한다. 그들은 과장된 행동으로 결함을 드러낸다(하략)"는 작가의 작품 설명문은 이 이야기가 랭보와 베를랭의 이야기를 빌렸지만 사실은 자신들을 비롯해 불안정한 존재인 예술가들과 더 크게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이야기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글. 앨리스온 정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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