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Bitmap_International Digital Photo Project展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3. 1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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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디지털 이미지


이번 전시의 의도는 기획자의 설명에 따르자면, 웹상에 비트맵으로 존재하는 디지털 이미지 혹은 디지털 사진이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기존의 예술 공간에 물체로 구현되었을 때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초에 전시는 온라인 전시와 함께 여러 나라의 미술관에서 같은 기간동안 똑같이 출력된 디지털 사진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즉, 전시의 요점은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 존재하는 출력된 디지털 사진이 야기하는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디지털 이미지의 문제는 출력이나 인쇄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이미지 혹은 사진의 존재론이나 위상을 다루기 위해서는 원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진’이라는 단어에서 기인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에겐 새로운 예술을 기존의 문화적, 예술적 맥락에 기대어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사진은 애초부터 인간의 손을 거치치 않고 생성된, 빛의 산물이라는 그 공고한 우리의 문화적 믿음 덕분에 사실의 증언이라는 진정성을 인정받아왔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나 사진이 찍힌 맥락과 같은 여타의 과정에서 야기되는 물음은 차치하고, 일단은 아날로그 사진이 현실의 충실한 재현이라면, 이와는 달리 디지털 이미지는 그 태생부터 진실성이나 사실성과는 거리가 멀다. 디지털 이미지의 특징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미지의 자유로운 합성, 변형, 왜곡과 같은 용이한 조작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이미지는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사진이든, 아날로그 이미지를 스캔을 받아 옮겨왔든, 소프트 이미지나 마야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든 재현의 의미가 전혀 없는 이미지든지 간에 일단 이진법적 체계로 옮겨지거나 만들어지면 비물질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특히나 마지막의 경우 특히 어떤 실제적인 대상을 재현한 이미지가 아니므로 현실에 대한 보증이나 증인의 의미는 완전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