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Angel Soldier_ 이용백 개인展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3. 1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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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진적인 미디어이론가 볼츠(Norbert Bolz)는 이른바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예술가에게는 기존과는 전연 다른 의미가 부여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앞으로 예술가는 테크놀로지컬 디자이너 내지는 프로그래머이거나 아니면 영적인 영역을 맴도는 주술사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다분히 파격적인 발상이지만, 짚어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통찰이다. 미디어아트의 여러 속성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비물질성은 기실 테크놀로지라 통칭되는 물리적 메커니즘을 기저로 해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이용백은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이미지를 창출하는 디자이너 혹은 연출자이자 동시에 논리적인 언어로는 풀이할 수 없는 관념의 세계를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볼츠가 제시한 극단적인 예술가 상을 두루 반향한다. 그의 작업은 잠자고 있던 감각의 촉진을 위해 미디어의 직접적인 접촉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여타 미디어아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표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미디어를 그 자체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단조하게 제시함으로써 미디어 접속을 통한 사유의 연쇄적인 연상작용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이는 기존의 닫힌 논리상에서의 언어작용과는 다른 것으로, 관념상에서의 심상을 촉발시키는 가운데 작품과 관찰자(보는 이) 사이의 부단한 피드백을 유도한다. 그의 작품이 상당히 개념적이라고 해석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에서 기인할 것이다. 따라서 이용백에게서 미디어아트의 테크놀로지란 일면 회화에 동반되는 캔버스의 연장이며, 미디어 자체 또한 테크놀로지 수반체로서의 미디어라기보다는 관계망을 형성하는 오브제에 다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