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color of narrative_김창겸,김해민,올리버 그림展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4. 1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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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의 3중주


3월은 봄의 시작이다. 눈치 없이 찾아드는 꽃샘추위도 기분 좋게 눈을 찌푸리게 만드는 봄 햇살과 옷 속으로 파고드는 따뜻한 기운을 막을 수는 없다. 조금은 움츠려 들었던 전시장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꼼꼼히 날짜를 기억해 두지 않는다면 놓쳐버리고 마는 전시들이 많을 정도로. 그렇게 많은 전시들 가운데 그리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작가의 의기투합이 관심을 끌었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작가들마다의 개성과 색깔이 너무나 분명하다는 의미 이상은 아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떠오르는 대표작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회자되고 주목받았다는 뜻이지만, 야속하게도 '그 다음은?', '새로운 작품은?'과 같이 추궁 아닌 추궁이 될지 모를 기대를 모으게 된다. 아쉽게도 <컬러 오브 내러티브>라는 제목아래 모인 김창겸, 김해민, 올리버 그림의 전시에서 그러한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대부분 2004년에서 최근까지의 근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 번쯤 크게 주목을 받았거나 전작과의 연관이 분명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세 작가의 연합은 우리를 어떤 공감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한다. 그 묘한 힘은 무엇으로부터 연유된 것일까? 세 작가가 비디오란 매체를 가지고 영상작업을 시작한 시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를 생생히 경험한 세대다. 비디오라는 새로운 매체가 주었던 시간과 움직임이 결부된 비물질적인 세계의 파격을 최전방에서 응수했던 이들은 세계를 뒤덮는 디지털의 물결을 다시 한번 맞이했다. 디지털은 실재와 가상, 그리고 인공과 자연 사이의 틈을 점점 좁혀가고 있다. 그 좁은 틈새 위에서 쉽지 않게 균형을 잡고 있는 세 작가는 요즈음의 젊은 작가들처럼 디지털 세계에 완전히 침잠해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그들의 아날로그 감성은 이미지 세계와 프레임 너머 세계의 관계성에 접근하는 또 다른 날카로움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