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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모든 신경을 소리에 집중해보자. 귀를 열고 주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따라가 보자.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오후 두시의 소리: 거실의 tv소리, 윗집의 쿵쾅거리는 발자국 소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광고 음악, 창문 밖으로 들리는 차 경적 소리, 새의 지저귀는 소리, 지금 내 앞에 놓인 노트북의 팬 돌아가는 소리까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소리는 우리와 함께 한다. 동시에 우리가 의도적으로 특정 소리를 골라 듣고, 또 역시 의도적으로 그 밖의 소리를 무시하는 작업 또한 계속 된다. 막상 귀를 기울여 모든 소리를 의식하려하니 내 주변에 이렇게 많은 소리가 있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우리는 어떤 기준의 거름망을 통해 소리를 듣고 버리고 있는 것일까?' 이번 글의 주제는 '사운드스케이프'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이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소리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1.Music Concrete(구체음악)
 

'구체음악'은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음향, 또는 인공적인 수단(녹음기나 전기 장치에 의해 변형, 생성된 음향)에 의해 얻어진 음향 등 여러가지 음소재를 써서 구성하는 음악으로서 1948년 프랑스의 피에르 쉐퍼(Pierre Schaeffer, 1910~1995)에 의해 창시되었다. 현재는 'tape music, electroacoustics'등의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구체음악은 실존음, 자연음을 녹음하고 채집하여 몽타주나 역회전(reverse)또는 속도를 변화시키는 등의 조작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로써 전통적인 의미의 악보가 필요 없게 되며, 전통적인 음악에서의 감상자,연주자,작곡자의 역할 구분이 모호해진다.


힌데미트는(Paul Hindemith, 1895~1963) 이러한 구체음악의 특장점을 "작곡가의 의지를 절대적이고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가능성 및 기술적 가능성과 음색의 확장"이라 말한 바 있다.


1948년 10월 5일 라디오 프랑스(RTF)에서 피에르 쉐퍼는 의해 '소음음악회'를 연다. 그는 녹음한 소리를 재료로 한 5개의 연습곡을 발표하였다.
 

<Pierre Schaeffer "Etude aux chemins de fer(1948)"> 


다섯 곡 중 한 곡인 "Etude aux chemins de fer(1948)" 이다. 과연 이것을 '음악'이라는 범주 안에 넣을 수 있을까? 일종의 충격과 혼란이 가시고, 이 곡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전통적인 개념의 음악의 형식, 리듬, 음고를 찾을 수 있다.



2.Soundscape(사운드스케이프)
 

운드스케이프(Soundscape)란, 소리(sound) + 경관(landscape) = 소리 풍경(sound scape)의 합성어로 캐나다의 작곡자이자 환경예술가인 머레이 쉐이퍼(R.Murray Schafer, 1933~)가 만든 용어이다.
 

사운드스케이프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소리들을 음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과 음악과 비음악의 구별이 없다는 점은 구체음악의 모티브와 일치한다. 하지만 현대의 예술 사상과 생태학, 도시, 사회, 환경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운드스케이프는 구체음악 보다 더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사운드스케이프는 컴퓨터 음향 장치와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시각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합성 시각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반향정위(human echolocation)'와 같은 소리는 그것의 일례이다.


용어의 창시자 머레이 쉐이퍼는 사운드 스케이프의 주된 요소를 다음의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Keynote sounds, Sound signal, Soundmark.


● Keynote sounds

키노트 사운드는 항상 의식적으로 듣게 되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자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바람, 물, 새, 동물들의 소리와 도심의 다양한 교통소음들이 특징적 윤곽을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 Sound signals

이는 의식적으로 들리는 소리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각종 경보음, 종소리, 사이렌 소리 같은 것들이 있다.


● Soundmark

이는 <랜드마크>의 범주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운드 마크란 소리의 독특한 지점을 의미한다.
 


"기술이 새로운 작품 형식의 모티브가 되다."


사운드스케이프는 녹음된 소리를 거의 가공하지 않거나, 작곡가가 아주 약간의 가공을 더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장르의 음악보다도 작업하는 과정에서의 작곡가의 소리에 대한 감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게 되고, 그의 선택이 중시된다. 기존에는 음악을 작곡하기 위해 많은 테크닉을 익혀야 했고, 수많은 시간 습작해야 했다. 하지만 사운드스케이프의 경우, 작곡가에게 필요한 것은 녹음기와 약간의 사운드 편집기술뿐이다. "녹음"이라는 소박한 기술은 누구나 쉽게 음악을 제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는 마치 사진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사운드스케이프의 장점이 단지 작곡 작업의 간소화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편집기술에서 작곡의 새로운 테크닉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음악은 테이프 루프(tape loop)를 이용한 실험에서 만들어졌다. 


*테이프 루프(tape loop): 테이프를 짧은 루프의 형태로 만들어서 반복적인 음향 효과를 내는 것. 특정 소리를 반복시키면서 속도를 변화시킬 수도 있고, reverse(역행), transposition(전위)시킴으로써 음악적인 효과를 준다.



<Steve Reich "It's gonna rain(1965)">
 

덧붙이자면, 기술에 의해 새로운 장르가 생긴 또 다른 사례로 "spectral music"이 있다. Spectral music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IRCAM(Institut de Recherche et Coordination Acoustique Musique)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소리의 배음을 이용한 작곡기법이다. 이 기법은 물리학, 음향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기초적인 원리는 FFT(Fast Fourier transform)을 사용한다. FFT로 분석된 음향은 Spectrogram으로 나타나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배음구조를 분석할 수 있게 도와주며, 작곡가는 그 데이터를 가지고 오케스트레이션을 한다. 다시 말해, 기술이 새로운 작품의 영감, 모토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spectral music의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Tristan Murail(1947~)과 Gerard Grisey(1946~1998)이 있다.  


다음에 링크시킨 Gerard Grisey의 'Patiels(1975)'는 트럼펫의 배음구조를 분석해서 오케스트라 곡에 접목시킨 것이다.


*배음(overtone): 음악에서의 음은 하나의 단수음이 아니고 여러 개의 부분음이 결합된다. 이때, 진동수가 최소인 것을 바탕음, 나머지를 상음이라고 하며, 바탕음에 대해서 진동수가 정수배 관계에 있는 상음을 배음이라고 한다. 배음 사이의 에너지 분포, 그리고 시간적 변화는 '음색'을 구성한다.


<Gerard Grisey "Patiels(1975)">


3.Soundscape,  예술의 의미를 확장시키다
 

사운드아트, 특히 사운드스케이프는 예술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또한 예술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는 것처럼 사운드스케이프 또한 예술의 경계를 뛰어 넘어 계속해서 지평을 넓혀갈 것이다. 이미 사운드스케이프 이론은 현대의 생태학, 도시, 사회, 환경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밖에도 사운드스케이프는 건축과 결합하여 공공예술로써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쉬운 예로 도시 곳곳에 설치된 분수를 보자. 분수는 도시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마스킹(masking)한다.

머레이 쉐이퍼는 소리를 환경으로 인식한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일상의 소리를 음악과 풍경으로 인식함으로써 지구 환경문제에 있어 소음의 방지나 규제만으로는 소리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다루며, 이는 소리가 음악과 환경이 되는 가능성의 발견으로 이어져왔다.

재미있는 사례로 몇 년 전 스웨덴에서의 실험을 들 수 있다. 소리나는 계단과 소리나는 휴지통으로 일반 시민의 행동변화를 관찰한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피아노 건반 모양의 소리나는 계단을 설치하니 계단 사용자가 65% 증가하고, 공원 휴지통에 쓰레기를 넣을 때마다 깊은 동굴에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나도록 장치하니 다른 휴지통에 비해 3배나 많은 쓰레기가 모였다고 한다. 이제 예술은 삶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으며 어디에나 존재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사운드스케이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마스킹(masking): 어느 음의 존재로 인하여 다른 음의 최소 가청값이 상승하거나 음의 크기가 작게 느껴지는 현상. 일반적으로 마스커와 마스키의 주파수가 근접할 때 마스킹 효과가 커진다. 시각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4.사운드와 음악, 그 사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악의 재료로 만들어낸 작곡가들, 그리고 기술로부터 영감을 얻고 새로운 음악적 형식을 만든 작곡가들이 있었기에 음악의 역사는 역동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청각이 인간의 지각 중 가장 보수적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질서를 깼을 때 가장 거부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위에서 소개했던 사운드스케이프는 이러한 통념에 반하는 일종의 실험이며 보다 다채로운 작품들의 탄생을 예고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생산된다. 예컨대, 어디까지를 음악으로 일컬을 수 있는지, 그것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어디에 근거하는지와 같은 질문이 그것이다.


다음은 사운드스케이프 관련 참고 문헌입니다.
 

머레이 쉐이퍼, 『사운드 스케이프』, 오양기, 한명호 역, 그물코, 2008.
Keiko Torigoe, 『사운드스케이프(그 사상과 실천)』, 한명호 역, 세진사, 2005.

마크 카츠, 『소리를 잡아라』, 허진 역, 마티, 2006.

바루흐 고틀립, 양지윤, 『사운드 아트(미디어 아트와 사운드웨이브의 만남)』, 국영문 공용 역, 미술문화,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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