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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방가르드_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29. 11:39


사이방가르드 -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 / 이광석 지음 / 안그라픽스

[사이방가르드]는 예술·미디어 저항과 실천의 맥락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작업들을 통해, 사이버 시대(디지털 시대)의 아방가르드적 행동주의의 흐름을 들여다보고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현실의 야만에 반응하는 '싸움의 기술'을 알려주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사회 현실의 해부학보다 생성과 대안의 문화 정치학적 기법을 찾고 개발할 때이다. 즉, 촛불의 현실 정치적 무력감을 딛고 이의 생생한 경험들로부터 권력이 만들어 내는 허구의 정치를 깨뜨리는 개입과 저항의 논리와 방법을 더욱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부 미디어 운동가들과 실천적 현장 예술가 진영에서 논의하기 시작하는, 다양한 신종 미디어들의 사회적.정치적 역할과 관련해서도 현실 개입과 저항의 아방가르드 문화 정치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 무엇보다 현대 권력의 야만과 폭력에 저항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디지털 시대의 아방가르드 예술과 미디어 행동주의의 접점에서 그 가능성을 살핀다."


이 책은 약 1년여 전에 출간되었는데, 아방가르드 정신에 근거한 현대 예술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들이 디지털 시대와 맞물려 어떻게 변화해나가야 할 지, 그에 대한 고민과 담론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2008년 촛불시위에서 전자 매체가 시위문화와 접합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기능성 및 가능성들에 주목하고, 이러한 가능성들이 어떻게 우리의 현실에 개입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함을 말한다.

이후 1년 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러한 가능성들의 연장선에 있는 실제 사례들은 더욱 많아졌다. 4대강 사업, 구제역 살처분 문제 등 봇물처럼 터져나온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SNS를 통한 여론 확장부터 다양한 놀이 형태의 반값 등록금 시위, 서울대학교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촉구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문화시위였던 본부스탁 락 페스티벌, 그리고 희망버스와 나꼼수에 대한 환호까지. 이제 일반인들 역시 점점 더 '디지털시대'로 변모해가는 환경들을 소유하고 이에 적응해나가면서 일상생활 및 사회적 관계, 정치적 활동에서 사용자와 매체가 어떻게 결합되고 작용하는지 주목하기 시작하고 있다. 저자 또한 디지털을 부유하는 의식, 살아 있는 유기체 등으로 정의하며 디지털이라는 문명의 전환이 왜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일 수 있는지를 역설한다. 

우선 이 책은 디지털이 가지는 주요 키워드들을 주제로 디지털이 가지는 문화적 특징 읽기로 시작되며, 다양한 문화적 저항 행위의 사례 소개로 이어진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전통으로부터 사회적 참여와 개입을 위해 새로운 매체를 수용했던 선례에 주목하고, 이와 같은 흐름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음을 오늘날 디지털 문화나 아방가르드 예술의 경향 속에서 채집할 것이다. ... 이 책은 오늘날 새로운 매체 수단들의 정치 미학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아방가르드 예술·미디어 행동주의에 관한 기록들이다."

현실 개입의 문화 정치로서, 가짜 세계무역기구 웹사이트를 만들어 진짜로 둔갑해 실제 학회에 초청을 받아 황당한 퍼포먼스르 벌이는 등, 자본주의 권력을 풍자하는 화려한 악동짓을 펼쳐 온 "예스맨" 등의 게릴라식 문화 간섭이나 비주류 문화에서 주류 미술계로 진출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씨 등의 활동을 조명한다. 

또 마릴린 먼로의 가슴에 미키 마우스의 얼굴을 그려넣은 작품으로 잘 알려진 론 잉글리시(Ron English)나 존 프레이어(John Freier)의 이베이 경매 퍼포먼스와 같은 전유 예술의 방식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작업들과, 자본주의에 의해 비물질 재화에 대한 재산권과 저작권에 대한 법적 규제로 억압당하는 창작 환경에 대해 저항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예술의 기술 공학적, 유전학적 표현을 통해 군사 기술, 생명 공학, 환경 파괴 등에 대한 비판과 경고를 남기는 실험적인 작업들을 다수 소개하고 있는데, '생존연구실험실' 활동가 마크 폴린의 폭력 기계 시연이나 프랭크 무어의 생명공학으로 인해 일그러진 미래상을 초현실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처럼 과학 기술에 대한 비관적 측면에 서 있는 사례 뿐 아니라 기술을 삶의 일부로 끌어안는 피치니니의 시선 또한 언급한다. 

책에 소개된 27가지의 실험들은 모두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매체나 퍼포먼스를 통해서 당대의 사회 문제들을 작품과 행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행동주의, 저자의 표현으로는 '사이방가르드 아트'이다.

이 책은 사이방가르드 아트와 행동주의의 본진을 20세기 초 '다다'의 정신으로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일찍이 다다이스트들은 근본적으로 예술을 정해진 경계 안에 가두는 행위는 폭넓은 지식 체계의 접근권을 스스로 막는 행위라 봤다. 또한 이들에게 '예술가'라는 명칭은 시대착오적이었다. 시대가 갈수록 그 명칭은 빛을 잃는다. 지금과 같은 첨단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가는 오히려 '문화 노동자'의 지위에 처해,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을 가장 비싼 값에 팔아먹는 예술가 아닌 예술가로 전락한다. 예술가는 저항하는 주체이자 현실 삶의 단면들을 조립하고 축조하는 '엔지니어'가 오히려 그 격이 맞다."


또한 사이방가르드 행동주의의 조건으로 예술의 자기 함몰적, 엘리트주의적 자세에 대한 극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대중 역시 예술 생산의 주체가 되어 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예술가와 대중이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고 공동의 예술-미디어 행동과 집단 창작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에 미치는 권력들의 다양한 형태들을 끈질기게 조롱하고 비판하며 서서히 권력으로부터 벗어난 자율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사이방가르드 문화 행동주의의 비전이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예술의 조롱과 비판마저 허용하지 않으려는 권력에 대한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마저 생기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끈질긴 행동주의의 비전을 현실화하기가 녹록치 않음을 바라보는 자들에게 이 책이 좋은 참고 혹은 영감이 될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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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광석
현재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 울런공대학 미디어·문화 연구 프로그램에서 강의와 연구 교수직을 맡고 있다. 미국 텍사스-오스틴주립대학 Radio, Television & Film 학과에서 박사를 마쳤다. 한국언론정보학회 기획이사와 문화연대 운영위원을 지낸 바 있고, 이론적 실천모임 ‘뻔뻔한 미디어농장’의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진행 중인 연구 주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터넷 발전의 사회문화사 비교 연구, ‘공유지public domain’의 사회문화사적 고찰, 한국 ‘쓰레기 문화trash culture’의 민속지학 탐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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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글

1. 디지털 문화의 주요 키워드들
0&1 비트의 변증법
배니버 부시의 하이퍼텍스트 이후
사이버공간의 패러독스
가상현실의 진정한 꿈
신체-기계-네트 잡종의 미래, 사이보그
인간-기계 간 인터페이스 진화의 끝 1
유비쿼터스 코리아

2. 사이방가르드 문화 정치 2.0
네트극장의 배우들
디지털은 무엇을 꿈꾸는가
사이방가르드 행동주의의 조건
사이방가르드 아트와 문화 정치의 구상

3. 사이방가르드 문화 정치의 실험실: 스물일곱의 저항과 개입의 아이콘들

현실 개입의 게릴라 문화 정치
1 | 대중문화를 조롱하는 악동들, 개미농장의 10여 년
2 | ‘유비쿼터스’ 체 게바라
3 | 디지털 행동당, 전자교란극장
4 | 자본주의 권력을 등치는 영리한 악동들, 예스맨
5 | 현실극장의 역할론 거부, 게릴라 걸들의 고릴라 가상극장

비주류에서 비판적 주류로 떠오르는 예술
6 | 박제된 거리를 반역의 거리로, 뱅씨
7 | 미 언더그라운드 시사만평의 기수, 앤디 싱어
8 | 희망을 그리는 삽화가들, 하퍼, 드루커 그리고 사트라피
9 | 아우토노미디어출판사의 약장수 이동서점

후기자본주의 소비문화 비판과 ‘전유’의 저항 예술
10 | ‘팝파겐다’와 대중문화 비판, 론 잉글리시
11 | 저항과 상품 문화의 은밀한 거래꾼, 마크 에코
12 | 정보 자유의 아트 행동주의, 네거티브랜드
13 | 반저작권 예술의 최전선, 불법아트
14 | 물신성 끊는 경매 포퍼먼서들

뉴미디어 아트의 공학적 개입
15 | 권력에 대한 역감시, ‘역’기술국
16 | 체제 기술 비틀기, 카본방위연맹
17 | 감시 권력 앞에서 벌이는 시원한 부조리극, 감시카메라연기단
18 | 기술 문명의 폭력 학습장, 생존연구실험실

유전학적 미래에 도전하기
19 | 맥루한의 사이보그적 실현, 스텔락
20 | 사이보그 성형 수술극장, 오를랑
21 | 사이버페미니스트 예술 동맹, 비너스 매트릭스
22 | 생명 공학의 (초)현실주의자, 프랭크 무어
23 | 기술과 생명의 그로테스크한 결합, 피치니니의 생명 공학 예술사이방가르드 문화 이론의 재구축
24 | 문화 정치의 큐레이터, 아트마크
25 | 디지털 저항의 집단 창작 모임, 크리티컬 아트 앙상블
26 | 디지털 비평의 선구자들, 크로커와 더리
27 | 전자미디어의 미학과 문화 분석학, 마노비치

나오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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