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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래 작가는 비디오와 사진 매체를 통해서 과거 시간대의 특정한 사건, 장소에 대한 추적과 기록을 진행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 스스로의 혹은 세대의 무의식을 이미지화하여 표현해낸다. 이렇게 표현된 그 시기의 흔적은 재구성되어 현재의 공간, 현재의 자아와 맡닿아 이는 독특한 혼재공간으로 드러난다. 



aliceon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네 번째 개인전을 축하드립니다.^^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병래입니다. 지금은 비디오를 기반으로 미디어 아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에서는 회화를 전공했고요. 학부 졸업 후 독일로 건너가면서 비디오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당시, 2000년대 초반의 유럽은 비디오 작업의 열기가 차 있던 때였습니다. 유학갈 때만 해도 비디오라는 장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태였어요. 저에겐 새로운 문화였죠. 그러다보니 비디오를 어떤 식으로 보여주고 즐기고 있는지에 대해 생소했지만 그렇게 무에서부터 흡수하다보니 굉장히 재미있게 비디오라는 존재를 빨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2008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독일에서의 활동을 포함해서 4번째 개인전입니다. 




aliceon 회화 전공을 하시다가 비디오 작업을 시작하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첫번째 근본적 이유는 아무래도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있다고 해야겠죠. 대학을 위해 학원에서 오랜 기간 그림을 그리고, 입시를 통과해 학교에 들어가도 페인팅으로 시작해 페인팅이 지속되는 과정이 저에게는 별로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작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독일 학교에 어플라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들이 제 작업을 보시고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작품 활동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학교에서 더 배울 것은 없는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때가 제가 다른 매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이었어요. 
한국의 대학 시스템을 살펴보면, 스스로 작가로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과는 동떨어진 면이 큽니다. 내가 이수해야 할 학점에 쫓겨 정작 전공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져있죠. 그러다보니 막상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뭘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디오'라는 매체를 접했죠. 원래 사진찍기를 좋아해서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했었어요. 사진끼리의 충돌 혹은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등 포트폴리오 몇 권을 만들어 독일로 간 거였죠. 그런 상황에서 교수님들의 말씀을 접하고, 주위를 돌아보니 펼쳐져 있는 비디오라는 새로운 환경. 교수님들의 비디오라는 조언을 듣고 유럽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필름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존까지 보아오던 매체들과는 다른 서사구조 혹은 이미지의 진행 이런 것들이 매력적이었어요. 회화는 작품을 대할 때 관객들이 스스로가 관객인 것을 알잖아요. 동떨어져 보는 것과 달리 비디오는 관객들이 적극적인 개입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제가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충실하게 되고 작가 스스로 작품에 대해 책임감도 더해지고... 그런 점들이 매력적이어서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aliceon 비디오라는 매체에 대해 ‘적극적 개입’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비디오 아트가 회화 등의 다른 작업들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하다 라는 표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회화 등의 전통적 매체는 고정된 관람자의 태도를 가지죠. 작품을 대면할 때 스스로를 관람객의 위치로 규정합니다. ‘저 너머는 작가의 세계다’ 라고 인정하죠. 반면에 비디오는 우리가 집에만 들어가도 경험하는 수도 없이 많은 영상이미지들을 보며 익숙해진 구조와 방식이다보니 익숙한 만큼 빨리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자신 안에서 변형을 한다는 거죠. 작품으로라기보다 이야기가 있는 구조에 빠져드는 선체험을 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aliceon 회화에 비해 좀 더 자위적 해석이나 자유로이 재구성하면서 일방향적으로 받아들인다기보다는 재구성과 해석을 동시에 해낸다는 말씀이신지요.


네 그렇죠. 




aliceon 바로 옆 보안여관에서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4번째 개인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개인전은 작년 8-9월 우연히 군산에 내려가게 된 것이 계기입니다. 군산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한가지 테마가 있었는데 인문학자들과 연계를 해서 도시를 들어다보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사실 저는 군산에 대한 연고도 없고 처음 가 본 도시였어요. 그런데 자료를 찾으며 알게 된 군산이 가진 역사적 레이어들이 매력적이었어요. 과거 일제치하시기에는 개항을 한 도시로서 번영하던 지역이었고 해방 이후에 시대가 흐르고 남한사회가 불균형적으로 발전하면서 소외된 곳이 되었죠. 그러다보니 공간에 시대가 흘러간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어요. 그런 것을 보면서 바로 제 기존 작업을 떠올렸습니다. 제 기억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내가 자라온 7-80년대에 내가 경험해온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한 지역사회의 기억들이 보였어요. 사실 당시 레지던시때에는 1층에 걸린 사진 하나밖에 못했어요. 그 공간에 쌓인 레이어. 계속 이 단초로 생각을 하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째보 선착장이라는 장소였어요. 그 장소의 이름을 듣자마자 생각났던 것은 ‘왜 지명에 사람에게 불리는 이름이 붙어있을까’ 라는 의문이였죠. 째보하면 익히 알듯 뭔가 흉터가 있는 사람에게 붙여지는 이름인데. (째보 : 언청이를 놀림조로 부르는 말. 언청이는 입술갈림증이 있어 윗입술이 세로로 찢어진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째보 선착장이라는 이름이 대체 어디서 왔을까. 그래서 리서치를 했죠. 위치는 금강과 만나는 지점인데 째진 형태로 생겨서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해요. 




박병래_Zeboriskie Point_3채널 비디오와 사진, 00:10:00_2011 

aliceon 전시 작품들을 보면 우주복 차림을 한 째보가 지구-정확히 말하면 군산-를 탐험하는데 마치 우리의 지구가 외계처럼 보였습니다. 외계인 째보가 사람인 것처럼 관계가 역전된 듯 느꼈습니다.


처음 작업 이미지를 잡을 때 째보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군산의 미묘한 공간들에서 제가 떠올렸던 건 SF같은 느낌이었어요. 이런 요소들을 합쳐서 제가 좋아하는 네러티브를 만든거죠. 낯선 공간에 낯선 이방인 째보가 와서 그 공간을 탐사하는데 배경에 일종의 풍경처럼 여러 가지 요소들이 배치되기를 바랬어요. 그리고 그 풍경은 사실 일상적인 우리의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역사적인 레이어들이 담겨있는 그런 풍경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또한 사람들이 암암리에 영상을 보면서 시각만이 아닌 오감으로 그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한 층에 그런 분위기들을 풀어놓은거죠. 

이러한 구성과 배치는 이번 제목의 어원하고도 상관이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를 만들며 떠올렸던 것은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지브라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 1970)였어요. 그 영화에서는 미국의 6~70년대 젊은이들이 이상(理想)세계와 현실이 부딪치는 지점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현실이 완전히 자기들의 상상하던 바라던 이상과 동떨어진 모습에 방황하다 데스 밸리(Death Valley)의 지브라스키 포인트에서 자신들이 원했던 현실을 보게 되죠.




aliceon 작가님이 전시글에서 밝히셨듯 일제시대의 은행(슈미모토은행)과 적산가옥, 현대 신자유주의의 결과물 새만금 간척지 등 과거와 현대라는 시간에 우리들의 이상이나 상상과는 관계없이 들어서는 시대적 결과물이 만들어내는 시대적, 인식적 충돌과 연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자신들이 손에 잡을 수 없는 일그러진(혹은 기이한) 희망들 안에 둘러쌓여 삶이 자신의 삶이 아닌 상태. 그리고 너무나 쉽게 자신의 삶이었던 곳을 포기하는 모습들이 영화에 비춰졌던 모습들과 오버랩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목을 앞서의 째보와 합성해서 째보리스키 포인트(Zeboriski Point) 라고 칭하고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을 했죠. 전시가 진행되는 이 공간도, 보안여관 자체가 담고 있는 역사적인 레이어도 째보의 여행의 뒷켠에 하나의 풍경으로 남겠죠. 그렇게 구성을 했어요.

정리하자면 이 공간은 째보(Zebo)라는 가상의 인물이 수집하고, 탐색하고, 모든 것을 하고 쏙 빠져나간 공간처럼 되기를 바라며 연출을 했습니다. 그의 수집품을 통해서 우리가 자신 주변의 풍경을 볼 수 있게끔.




aliceon 결국 군산이라는 도시는 시대상황 하에서 번영하다가 사람들의 관심, 그것이 문화적이던 경제적이던 그러한 포인트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됨에 따라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기억과 풍경들이 그대로 남는 동시에 시간이 쌓이고 변화하며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흔적을 째보라는 캐릭터가 수집한 결과물이 이번 개인전인 것이군요.


1층에서 상영되고 있는 인터뷰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군산-특해 째보선착장 주변-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사람의 인터뷰입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군산은 굉장히 일들이 많고 북적댔던 곳인데 지금은 마치 저 2층의 바람소리처럼 물질적으로도 황량하고 정신적으로도 황량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한국의 지역 사회들의 단면임과 동시에 이 작품과 더불어 우리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전 지역이나 역사라는 키워드 외에도 이런 우리 세대의 이야기도 하고 싶었어요. 7~80년대 유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의 세대. 물질적으로는 여유로움이 있었지만 전 세대와는 다르게 정신적인 상상력이랄까 이상이랄지 이러한 정신적 측면은 상대적으로 가난했던 세대... 항상 뭔가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뒤켠에 있었던 세대... 뭔가 일어났는데 다른 것을 통해 그걸 보았던 그러한 세대들의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어요. 





aliceon 또한 작가님 자신, 외부를 포괄한 의식적인 세계와 더불어 스스로의 무의식에 대해서도 탐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화자인 째보에 대한 이야기가 안나올 수 없을 것 같아요. 째보는 군산이라는 공간을 탐험하고 수집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간과 밀폐된 사람처럼 묘사됩니다. 째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외형은 5-60년대 나왔던 SF영화들을 많이 참조했어요. 원래의 대상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것이 아니라 제가 조금 가공을 해서 ‘마치 그것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우주복도 지금의 우주복이 아닌 과거 시대의 우주복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키게 혼합하여 만들었어요. 째보는 낯선 이방인일수도 있지만 자기를 투영한 또 다른 제가 만들어내는 케릭터입니다. 과거의 무의식속의 이미지. 그리고 집단-저희 세대죠-이 만들어낸 무의식의 또다른 형태. 그런 것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aliceon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다만 제가 이제 할 일은 바로 책입니다. 군산에 대한 작업은 1년간 진행되었어요. 작년 이맘때 군산에 내려가서 시작했고, 째보라는 테마에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했어요. 째보리스키 포인트라는 글자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공간을 구성할 때, 오프닝 퍼포먼스, 촬영스탭들 등 많은 분들이 째보와 함께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늘어놓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 이야기를 매개로 해서 순수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상상력을 넓힌 거에요. 배경과 상황이 이러니 이런 것들을 그냥 한 작가의 개인전으로 끝내기에는 아까웠어요. 그래서 하반기에는 각자의 상상의 키워드랄지, 여러가지 오갔던 교감들을 모으고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냥 앞에서부터 읽히는 그러한 책이 아니고 조금은 비 서사적이고 그 책을 보면서 또 다른 째보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책. 그래서 하반기에는 출판과 관련된 일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작업도요.^^




aliceon 많은 분들과 협업을 하셨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기본적으로는 우연한 계기에 만난 사람들인데 마침 만나서 교감하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각자 다른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돈이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펼쳐놓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요청을 했고 저도 그가 해야 하는 것들 중에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도움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단순히 도움과 도움의 교감이 아니에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들을 보며 새로운 상상력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적으로 그들이 했던 질문들, 이미지들을 통해서 저도 저의 이야기들이 조금 더 단단한 네러티브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바로 단순히 만났다 흩어지는 콜레보레이션이 아닌 교감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 사람들에게 했던 이야기는 한가지였어요. 건강한 협업을 해볼까. 도대체 건강함이란 뭘까. 그런 것들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교감이 진행되었고 지금도 그 가치에 대한 부채를 갚고 있는 과정입니다. (웃음) 그들과 함께 책을 만들며 정말 째보의 여정이 이랬고 이랬겠다, 이럴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어요. 



aliceon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작업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책도요.^^





글. 허대찬(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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