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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어느 방향의 경계로 나가던지 반대방향의 경계로 들어오게 되는 주기적인 조건을 가지는 평면 위에 서로 척력을 작용하는 입자들을 뿌리면 신기하게도 점차 삼각격자(육각형의 단위로 보면 마치 벌집처럼 보이는)를 생성해 나간다. 응용물리학을 공부하던 시절 초전도체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접하게 된 이런 단순한 규칙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내가 미디어 아트와 관계 맺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자연을 기술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그 언어를 사용하여 비슷한 현상을 재현하는 일은 참으로 흥미 있는 일이다. 당시에 매료 되었던 입자 시뮬레이션이 남기는 궤적으로부터 얻어지는 실험적인 이미지들은 나중에 알게 된 소프트웨어아트라는 장르에서 하는 일과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하나의 갈래는 컴퓨터그래픽스다. 고교시절부터 아마츄어로 시작했던 것인데, 처음에는 3D 모델링을 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했던 것이 1995년 TOY STORY로부터 Pixar를 알게되고 RenderMan과 Shading Language ( http://en.wikipedia.org/wiki/Shading_language )를 알게 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물체가 빛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것, 패턴을 수학적으로 디자인 하는 것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술하는 것은 하나의 충격이었고 이에 자극을 받아 전공과는 일단 무관한 Siggraph 논문을 읽으며 독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의 일이다.


1990년대에 대량으로 유입되었던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문화는 굉장한 자극이었고 이를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게임은 과학, 예술, 엔터테인먼트가 만나는 굉장히 복합적인 것으로써 현재 단연코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분야다. 기술은 발전해서 오랜 시간 렌더링을 해야 했었던 Shading Language를 사용한 기법들은 현재에 와서는 실시간으로 렌더링이 가능해지고 게임의 비쥬얼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스, 인공지능 등의  컴퓨터과학은 전반에 걸쳐서 많은 부분이 사용되는 것은 당연할 뿐더러 수학, 물리 등의 자연과학은 가상 세계의 현상을 모델링 하는 데 쓰이며 게임 안에서의 내러티브 형성과 플레이어의 재미와 몰입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게임업계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내 관심사를 미루어 볼 때 필연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미디어 아트에서 바로 응용이 가능한 것들이다.


흔히 미디어 아트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곳이라고 한다. 최근 2년동안의 경험을 짧게 말한다면, ‘대체로 과학기술이 돕고, 예술이 취하는 형태를 가진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만남을 시도하지만 잘 어울렸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자연과 같은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 흉내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얻어진 나의 과학/기술적인 배경을 가지고 다양한 예술가들과 직접 어울려 보기로 했다. 현재까지 조금이나마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은 (실험)극, (실험)음악, 현대무용, 문학 그리고 다른 미디어 아티스트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이 것이 뉴미디어를 매개하지 않고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혼자서 하기에는 그 것을 해낼 수 있는 공부에 필요한 노력과 걸리는 시간을 너무 많이 든다. 때문에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것이 전형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어울림의 경우에는 그것을 가능케 했던 수단에 대한 이해는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무엇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과학기술은 그냥 그 존재를 알고 빌려다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깊이 있는 이해할 필요는 없는 블랙박스로 두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뉴미디어에 있어서 과학기술은 때로는 목적 자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중요한 표현수단으로 작용한다. 그 것은 화가가 좋은 질료와 도구를 사는 행위 이상의 것임은 물론이며 붓을 놀리는 기법 이상의 것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그 것은 작가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웍샵이나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 새로운 표현수단을 공부하고 획득하길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프로그래밍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고 빠른 포기를 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 보인다.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다. 조금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Peter Novig이 쓴 Teach Yourself Programming in Ten Years 란 글을 읽어보길 권한다.
(
http://www.norvig.com/21-days.html)



어떤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우물을 판다’라는 표현이 있다. 열심히 한 분야의 우물을 파다 보면 깊이 들어가는 대신 그만큼 그 우물 밖으로 나오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열심히 산을 오르다 보면 높이 올라갈수록 숨 쉴 수 있는 산소는 희박해지는 등 살아가는 환경이 척박해지며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외로워진다. 물론 높이 올라가면 저 멀리에 다른 봉우리도 보이고, 산맥의 전체적인 윤곽도 보이는 깨달음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공부라는 것은 우물을 파는 것 보다는 차라리 산을 오르는 것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겁게 이 산 저 산 오르내리며 놀아볼 수 있는 산기슭의 존재 의미를 많이 발견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왕 10년 정도를 여유 있게 투자할 생각이라면 내가 가고자 하는 봉우리의 근처 자락들을 즐겁게 주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보는 미디어 아트의 가능성은 현대적으로 재발견 될 수 있는 르네상스적인 또는 전인적인 인간상의 추구에 있다. 사실 프로그래밍만 해도 어떤 것을 가능케 하는 수단 이상으로써의 의미가 있다. 생각의 틀, 생각의 도구로써 가능성을 가지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인지과정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부를 하다보면 자기 자신을 많이 들여다 볼 기회가 온다. 내 공부의 과정 중에서도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했을 때, 문득 드는 생각이 도데체 나는 어떻게 이런 것을 생각하는게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했었다. 이런 궁금증은 마음에 대한 과학인 인지과학이라던가 철학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을 낳았고, 이런 것은 개인의 지평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물론 하이델베르그의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알 수 있듯이 관찰하려고 하는 행위자체가 관찰대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영향을 배제한 본질은 알기 어렵겠지만 그 과정에 참여하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미디어 아트 작가가 되고자 한 다음부터 가장 신났던 일은 만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3번의 연재 동안 들어내고 싶은 것은 다른 작가들과 협업에서 얻어진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그 안에 내재해 있는 맥락에 대한 부분, 미디어 아트에서 응용 가능한 다양한 과학기술을 소개하고 어떻게 그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대한 부분, 그리고 미디어 아트가 가지고 있는 전인적인 인간을 추구하는 부분이 어떻게 미래의 교육과 연결 가능한지에 대한 생각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미디어 아티스트는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세상을 엮는 날줄과 씨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제시의 실험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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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컬럼은 2006년 12월호부터 총 4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1.   프롤로그 (2006/12)
   2.   미디어아트, 테크놀로지의 현주소 (2007/1)
   3.   협업에 대하여, Being an Communication Facilitator (2007/2)
   4.   교육과 미디어아트의 만남, Future of Learning (2007/3)



글. 최승준(미디어아티스트, erucipe@hanmail.net)


* 글쓴이 최승준은 현재 숭실대학교, 아트센터 나비에서 미디어 디자인과 오픈 소스를 이용한 프로그램 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새로운 예술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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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1. Seoul Media Jam 01, Yri Cafe
2006. 11. [Love Shaker 2.0], The 2nd Art and Science Internation Exhibition and Symposium, Beijing
2006. 11. [The Moment], 현대무용과 미디어아트, 서울 퍼포밍 아트홀
2006. 10. [See Sound], 대림미술관
2006. 10. [술래잡기 on 한반도], Project I 2.0
2006. 9. [꿈나비 2006 디지털그림자극놀이], Design Asia Network
2006. 9. [Find the Cat, Windy Flower],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오감극장, 레인보우 캣을 찾아라
2006. 9. 5 Elements, Asia Business Council, ArtCenter Nabi
2006. 5. [꿈나비 2006 디지털그림자극놀이], 예술체험 그리고 놀이 Museum Festival
2006. 4. [Ekogram], COMO 녹음(錄音), ArtCenter Nabi
2006. 3. [Oz Graffiti], COMO, ArtCenter Nabi
2005. 12. [Moon Rabbit], 갤러리 정미소
2005. 10. [Finding The Spot], Urvan Vibe, ArtCenter Nabi
2005. 7. ~ 10. [bong~bong~bong천, Ecology], Project I
2005. 5. 걸리버 여행기, 꿈나비 2005, ArtCenter Nabi
2005. 5. Pacman in Myungdong, INP, ArtCenter Na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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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ucip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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