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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테크놀로지Para-technology - 이상하고도 이로운 기술들 展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1. 18:33





 




이번 전시는 기술, 미디어, 사운드, 장치, 공간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예술 작품들을 통해 현재 혹은 미래의 첨단 테크놀로지로서의 스틸아트의 확장된 의미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전시의 주요 키워드인 파라테크놀로지Para-technology는 기존의 기술에 기생하는 테크놀로지로 관습적인 기술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변이, 생성시켜 또 다른 기술을 파생케 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정상과학이 가진 시스템의 틈바구니에 자리를 틀고, 무언가 새로운 유효성을 끊임없이 창안하는 테크놀로지인 것이다. 그렇기에 기술의 위계를 결정하는 일반적인 잣대인 경제성이나 유용성에 따른 가치평가에서 자유롭고, 주류 기술의 지향이라 할 수 있는 기술만능주의나 결정론과도 다른 지반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색다르고 별난 가치에 목숨을 거는 기술들이다. 그리고 먼 훗날 새로운 패러다임의 조건이 만들질 경우 또 다른 과학으로 자리를 틀수 있을 만큼의 잠재적인 유용성을 가지지만 아직은 미처 사회적 공인을 받지 못한 기술이고, 상식적인 용도와 기능을 갖지 않아 언뜻 이상해보이지만 미적인 기능과 감성적인 유용성을 갖고 있어 우리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도 있는 테크놀로지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하고도 이로운 기술들異技利術인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기술들이 때로는 넓은 의미의 예술 개념과 겹쳐진다는 면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예술art은 라틴어ars에서 유래한 말이고, 희랍어인 테크네를 번역한 말이다. 테크네는 법칙에 입각한 합리적 제작 활동 전반을 의미했는데 넓은 의미의 솜씨, 즉 물품 가옥 배 침대 옷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솜씨뿐 아니라 군대를 통솔하고 토지를 측량하고 심지어 청중을 사로잡는 웅변술까지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만큼 다양하고 넓은 쓰임을 갖고 있었다. 오늘날의 파인아트로 한정된 예술 개념은 물론 생활의 달인들이 갖고 있는 그 모두, 다시 말해 일상의 안팎에서 거시적인 삶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삶의 소소하고 미시적인 것 모두에 영향을 주는 것까지 포함했던 것이다. 이러한 광의의 예술 개념이 이번 전시에서 말하는 파라테크놀로지 개념과 연결된다. 파라테크놀로지는 거창하고 대단한 기술들이라기보다는 삶의 미시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에 자리하여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서도 작동하는 감각-테크놀로지라 할 수 있는데, 예술적인 효과를 작동하는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기능성을 가지게 될 경우 예술로 묶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감성테크놀로지라는 면에서 개인의 내면화된 실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미셀 푸코가 말하는 자아의 테크놀로지 개념이 그렇다.  ‘개인들이 특정한 상태의 행복, 순수함, 지혜, 완전함, 혹은 불멸성을 획득을 목표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스스로 혹은 타인의 도움을 얻어 그들 자신의 육체와 영혼, 사고, 존재방식에 특정의 작용들을 일으키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 역시도 또 다른 의미의 테크놀로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파라테크놀로지는 미적 기능을 파생케 하는 테크놀로지를 포함하여 우리의 삶을 더욱 낫도록 만드는 실천들이며 그렇게 더 나은 심미적인 삶에 대한 요청을 가능케 하는 기술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테크놀로지 개념을 예술의 문제와 교차시켜 숙고해봄으로써, 이렇게 기술로 작동하는 풍부한 예술의 잠재적인 가능성과 현재 혹은 미래의 기술 발전을 추동하는 실험적인 예술과 과학이 갖는 창의성의 문제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파라테크놀로지는 이렇듯 기존 과학체계의 틈바구니에서 과학이 가진 창의적인 상상력의 추동력이 되어 미래의 더 나은 삶으로 우리를 변화시키는 다채로운 잠재력을 가진 테크놀로지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쾌한 과학이라 할 수도 있는데, 유쾌한 과학은 예술의 또 다른 본령이고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이끄는 매력적인 동인이다. 그렇게 이번 전시는 테크놀로지의 의미와 가치를 사회의 일반화된 잣대와 연관된 유용성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예술의 문제와 함께 고민해봄으로써 테크놀로지가 더 열려진 세상을 위한 잠재된 가능성으로, 더 나아가 삶의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적극적인 의미에서 폭넓은 아름다움을 위해 자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마치 예술이 우리의 삶에 그렇게 미묘하지만 의미 있게 묘한 영향을 미치듯 말이다. 

                                                                                                                                       - 포항시립미술관 발췌 -

- 전시날짜 : 2011년 10월 28일 - 12월 11일 (오프닝 10월 28일 금요일, 4pm)
- 전시장소 : 포항시립미술관
- 참여작가 : 김영섭, 남지, 노해율, 박준범, 우주+림희영, 이장원, 이학승, 임창민, 정태섭, 최종운, 한진수, 홍성철
- 포항시립미술관 사이트 : wwwpom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