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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부터 25일 동안 런던에서 열린 제 2회 ‘알파-빌 페스티벌’(Alpha-ville Festival)은 가장 당대에 충실하면서 분명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그 문제의식은 우리가 일궈 온 디지털 문화에 대한 시대적 고찰에서 나왔다. 디지털 문화는 오늘날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으며 어떻게 바뀌어야만 하는가? 이 시대적 반성이 ‘알파-빌 페스티벌’을 통하여 전 세계의 뉴미디어 아티스트, 큐레이터, 사업가, 사회 운동가 그리고 행정가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들었다. ‘알파-빌 페스티벌’의 참여자들은 이 시대적 문제에 대해 경쾌하면서 긍정적인 답변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을 넘어선 ‘포스트-디지털’(post-digital)시대로 향하고 있으며 포스트-디지털 문화는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바로 ‘사람 냄새’가 나는 디지털 문화라고 말이다.   

*왼쪽 위부터: Patch Slam, Wonderful Little Creatures, Prototype Workshop, Influencia

‘알파-빌 페스티벌’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직접 디지털 문화콘텐츠 함께 제작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장관주의’(spectacularism)적 미디어아트 페스티벌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번 ‘알파-빌 페스티벌’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되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창의적으로 이용하고 디지털 문화콘텐츠를 기획할 방법을 알려주는 워크숍들과 포스트-디지털 문화에 대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고찰하는 심포지엄, 포스트-디지털 문화의 특성을 드러낸 작품 전시, 관람객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미디어아트 퍼포먼스가 그것들이다. 이렇게 참여와 상호작용, 인간화된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기획된 ‘알파-빌 페스티벌’은 미디어아트가 더 이상 숙련된 아티스트들의 생산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가꾸어 나갈 개방된 문화공간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알파-빌 페스티벌’의 참여자들이 동의하는 기성 디지털 문화의 문제점은 그것을 향수하는 사람들이 창조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사운드 클리닉(Sound Clinic)' 워크숍을 진행한 데이비드 아담스(사운드클라우드, Business Development Leader)는 지금까지 디지털 문화가 시각 중심의 자본주의적 생산-소비 체제로 구조화되었다는 점에 동의한다. 기성 디지털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는 소리를 통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보다 감성적인 그리고 인간화된 디지털 사운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Make Music’ 워크숍을 진행한 일렉트로닉 음악가 제니퍼 커드니(Jennifer Cardini)는 여성들이 지금까지 디지털 음악 산업에 소외되었다고 하며 커스터마이즈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직접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blablaLAB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3D 프린터를 젊은이들의 거리인 해크니(Hackney) 한복판에 가져왔다. 이들은 행인들의 이미지를 3D 프린터로 출력하여 이들의 입체모형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직접 자신의 기념품이 되세요(Be your own souvenir)'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이 이벤트는 사람들에게 디지털문화의 수동적 소비자에서 벗어나 직접 디지털 프로덕션에 뛰어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위: ‘사운드 클리닉’ 워크숍, 아래: ‘Be your own souvenir’

심포지엄에서는 포스트-디지털의 의미와 그것이 오늘날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드류 헤먼트(Drew Hemment, 아티스트 겸 큐레이터)는 ‘포스트-디지털’을 개방적, 확장적인 상태의 디지털 문화라고 정의한다. ‘포스트-디지털’이란 디지털을 해체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간 중심의 그리고 참여유도적인 문화로 개선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생각은 다른 발표자들로부터 동일하게 피력되었다. ‘컬처 헥데이(Culture Hackday)'를 통해 예술 기관들의 디지털화를 주도한 케이티 빌(Katy Beale) 역시 포스트-디지털이란 실제 공간이 디지털화를 통해 개방적으로 개혁된 상태라고 말한다. 빌 톰슨(Bill Thompson, BBC Click 진행자)은 소셜미디어, 커스터마이즈된 디지털 기술이 디지털을 포스트-디지털로 이끌고 있으며 이것은 사회적으로 급속한 민주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빌 페스티벌’의 작품들과 퍼포먼스는 이러한 포스트-디지털적 생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현장의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전시와 퍼포먼스는 미디어아트가 더 이상 개인의 창조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제임스 엘리번(James Alliban)과 케이이치 마츠다(Keiichi Matsuda)의 ‘셀’(Cell)은 페이스북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실제 공간으로 옮겨 놓은 설치물이다. 관객들은 인터랙티브 스크린의 단어들을 통하여 자신이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어떤 타입으로 분류되는지 알 수 있다. 딘 맥네이미(Dean McNamee)와 팀 버렐-서워드(Tim Burrell-Saward)의 ‘에딧츠’(Edits)는 위키피디아의 실시간 편집활동을 출력하여 실제 공간에 퍼뜨리는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디지털공간의 상호작용이 가지는 문제점을 실제공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명하는 포스트-디지털적 시도를 하고 있다. 반면 맨 바트릿(Man Bartlett)의 ‘Grey Matter’는 실제공간의 문제점을 가상공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재모색하는 퍼포먼스이다. 그는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트위터로 서런던(서울의 강남 격)과 동런던(서울의 강북 격)의 사람들에게 묻는 실시간 가상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는 이를 통해 서런던과 동런던의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Ka5와 마크 멕키그(Mark McKeague)의 ‘바이오신세사이저’(Biosynthesizer)는 몸의 전류를 이용한 사운드 퍼포먼스이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진 몸 그리고 무엇보다 친밀한 상호작용인 ‘만짐’을 이용한 이 퍼포먼스는 디지털 기술이 인간화, 신체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과 퍼포먼스들은 디지털이 디지털의 영역을 넘어 지금-여기 실존하는 사람들에 의해 포스트-디지털적 전환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왼쪽: ‘셀’(Cell), 오른쪽: ‘에딧츠’(Edits)
*왼쪽: ‘Grey Matter', 오른쪽: ‘바이오신세사이저’(Biosynthesizer)

‘알파-빌 페스티벌’은 기성 디지털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참여, 상호작용, 민주화 등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점은 어느 도시보다 감시 카메라가 많고 최근 극심한 폭동을 겪은 런던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디지털 문화가 기득권층을 위한 생산-소비 체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적극 개입하여 가꿀 문화가 된다면 분명 포스트-디지털 사회는 풍요로운 소통의 공간이 될 것이다. 디지털적 지배를 넘어선 포스트-디지털적 민주화, 인간화는 런던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곳에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포스트-디지털적 민주화와 인간화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그것이 기성 디지털 문화에 대한 순진한 대안은 아닌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이듬 해 알파-빌 페스티벌 참여자들이 어떤 답변을 들고 모이게 될지 기대해 본다.

* 왼쪽: 애니메이션 ‘브릭스튼의 로봇들’(Robots of Brixton), 오른쪽: 영상 ‘Lux L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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