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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의 빛 Metaphorical Space_한빛미디어갤러리_3월2일-3월25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3. 6. 13:28





인간은 항상 공간 속에 존재한다. 살아가면서 사물을 보고, 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느끼는 등 어떤 순간이든 공간과의 연계에 유기적으로 반응한다. 이들은 나무나 돌과 같은 물리적 실체와 연관되지만 형상이 없다. 이들의 특성, 차원, 스케일은 시각적 형태와 연관되어 생성되는 비어있는 공간 속에서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 비어있음은 무(無)의 개념이다. 빈 공간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無)로 꽉 차 있는 것이다. 비어 있음은 온전히 무엇이든 들어왔다가 나갈 수 있는 개방적 형상으로, 변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이 있기 위해서는 그것이 차지할 공간이 필요하고, 무엇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 기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여백이 필요하다. 예술에서의 공간은 감각적으로 체험되어지는 경험적 공간이자 동시에 가상적인 공간을 생성시키는 작가에 의해 창조되는 허구적 공간이며, 예술에서의 여백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부정적 형태와 긍정적 형태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통일된 공간을 형성하고 소멸되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비어있는 공간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구체적인 것을 비로소 가능하게 하는 묘한 교차점 같은 것이다.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적 허상이 아니라 형상화 된 것에 의한 또 다른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는 이러한 '비어있음'에서 출발한다. '빈방'은 작가의 작품 속을 말하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사건들로 채워질 장소로서의 의미가 아니다. 실제의 삶을 그린 것이 아닌, 시공간을 아우르는 삶의 전과 후의 시간을 그린 개방된 빈 공간으로, 꽉 차 있었던 것들을 비워내고 어떤 의미에도 기생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작가만의 언어로 정적이고 깊이감있는 비어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어 인간이 사고할 수 있게 한다. (중략)  본 전시는 인간과 공간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하여 공간의 안과 밖, 비움과 채움, 보여짐과 지움의 관계가 더 이상의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경계선 내에서 소통의 주요한 언어로 사용됨을 보여준다. 이는 현실이 드러내는 모습을 넘어서 어떤 감각이 지배하는 예술작품 속 가상공간에 관객을 위치시켜 공간을 읽어냄으로써 전시가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인간의 심리에까지 도달하여 더욱 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며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이끌어내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자, 이제 비어있는 마음으로 충만한 세계로의 유희를 즐겨볼 시간이다.

                                                                                                               - 글 : 한빛미디어갤러리 큐레이터 조희승 -



- 참여작가 : 정정주, 오용석, 하원
- 전시장소 : 한빛미디어갤러리
- 전시기간 : 3월 2일 ~ 3월 25일
- 관람시간 : 10:00 ~ 21:00 (월요일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