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기획리뷰] true / 本当のこと by 10 Japanese Artists Collective_LIG아트홀 l 부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3. 15. 09:15


일본 야마구치 아트센터(YCAM)“true / のこと작품은 사실 예전부터 멀티미디어 관련 수업에서 멀티미디어 작업의 좋은 예를 소개하기 위해 학생들과 비디오를 보고 여러 차례 토론했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의 참여작가들은 미디어작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만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공연에 이어서 나의 미디어 작품 [con.act]가 바로 옆의  L-Studio에서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고한편으로는 나 역시 “true / のこと의 전체 작품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는 동안 공연에 대한 기대로 흥분되는 마음을 추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극장에 들어서서 보이는 것은, 정사각형의 하얀 댄스플로어, 그만한 크기로 뒤에 스크린이 있었고, 댄스플로어 양 옆으로는 철제 구조물(아시바?)들이 높이 세워져 있다. 위에는 LED조명을 위한 원형의 커다란 프레임, 그리고 무대 왼쪽 뒤편에는 커다란 책상이 비스듬히 놓여있다. 그 책상 위에는 지구본, 비행기, 접시 등 몇 가지 사물들이 놓여있다.
 

이상한 방 그리고 통제

 

아주 정결한(?) 무대에 마킹테이프 하나 없고, 아주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무언가 정해져 있어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무용수의 움직임과 사물들의 관계, 그리고 그 두 관계로부터 여러 가지 상호작용(interaction)들이 일어난다. 사물들이 특정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컵을 건드리면 반응하는 소리들, 스스로 춤추는 숟가락 등 다양한 상호작용의 모습은 작품의 주 공간을 이루는 곳이자 무용수가 속해 있는 이 평범한 공간이 아닌 이상한공간임을 직시하게 한다.

 

멀리서 그를 지켜보는 빨간 외투를 입은 또 다른 행위자가 있다.(아래 제어자라 칭함) 그의 몸짓에도 사물들은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무대 좌우 측의 철제 구조물에는 특별한 장치가 있어서 제어자의 움직임은 철제구조물을 흔들리게 하며, 그로 인해 그의 움직임은 마치 절대자처럼 보인다. 흔들리는 구조물은 이 이상한 방을 지배하는 느낌이다. , 제어자로부터 무용수의 환경과 성격 등이 통제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무용수가 일반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상한 방은 무용수가 가진 일반성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다. 뇌가 인식하고 있는 사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당연한 일반성’, 그리고 관객이 보고 있는 현실(무대)에서의 조작된 비일반성에 대한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관객은 무용수의 입장이 되어서 이 사물들의 비현실적인 현상에 대해 놀라게 된다. 그것은 비현실에 대한 뇌의 반응이다. 그것은 또 다른 해석을 하는 무용수 또는 관객입장의 제어자이다.




 

언어

 

언어는 이 작품에 있어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제어자는 조금 서툴긴 해도 한국어로 작품의 한 부분을 이끌어 나가며, 관객들은 그의 언어를 통해 또다른 이해를 얻게된다. 그는 제어자이자 절대자로 무용수의 몸과 환경을 지배하는 행위를 하며, ‘왜 이상한 방이 있어야 할까?’라는 의문에 대해서도 독백을 통해 더 많은 부분들을 면밀하게 이해시켜 나간다. , 그의 독백은 비현실적인 물상들, 그리고 뇌가 인식해오던 물상들에 대한 시적표현인 것이다.

 

시간

 

어느 순간에는 제어자에 의해 사물들이 시계 모양으로 놓여진다.

무용수와 제어자, 이 두 사람의 그림자들은 디지털화된 LED 조명과 두 사람의 몸의 움직임에 따

른 상호작용을 통해, 빠르게 또는 느리게 움직이며 시계 침의 역할로써 시간을 통제하기도 하고

제어하기도 한다.

 

타카유키 후지모토: 자신이 보고 듣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왜 그렇게 보이거나 들리거나 하는가에 대해서 공연을 통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타카유키 후지모토 인터뷰 中-

 

“true / のこと는 개념적인 사고와 현상적인 사고에 대해 흥미롭게 연결하는 작업이었다. 작업을 구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추상적인 오브제, 무용의 추상성, 또는 기술의 흥미로움 보다는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상상력을 오브제로 끌어내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나는 생각해 보았다.

 

이 작품에 숨겨져 있는 많은 고급 기술들, 그리고 절제되어 있는 추상성, 적절한 언어의 표현 등은 관객에게 편안한 상태로 연출자의 생각을 나누도록 하였다. 공연 전에 예상했던 극대화된 기술 보다는 공연 후에 남겨진 것은 연출자와 10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 작품의 의미였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절제가 만들어낸 하나의 핵심을 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종합예술이라는 장르는 일반적으로 여러 매체가 사용되어서 하나의 주제를 미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작품에서, 여러 매체들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복잡성·다양성 때문에 관객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는 표현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과 주제를 더욱 단순화 시켜서 모든 매체들이 그 구성안에서 조화되는 것을 느꼈다.





글. 양용준 (미디어아티스트)
사진 . LIG문화재단 (photo by 김상협)

 

* 미디어아티스트 양용준은

한국과 독일에서 작곡을 전공하였으며, 독일 ZKM에서 초청예술가로 2년간 근무하였다. 귀국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국민대 음악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음악을 비롯한 기타 여러 장르에서 '구성'에 대한 표현방법을 연구해오고 있으며, 지금은 종합예술을 통해 표현되는 구성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작]

-음악 작품: graublau(2002), breath(2003)

-종합예술작품: 승무(variation) - 2004, access - 2011

-무용 작품: 백색소음, 갈라파고스 (안애순무용단), Full moon, 마고 (창무회) 외 다수


* 공연 이미지의 저작권은 LIG아트홀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