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관련 서적

캐주얼 게임-비디오 게임과 플레이어의 재창조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5. 15. 13:17



어릴적 코묻은 돈을 아껴 아낌없이 열정을 쏟아부었던 오락실(게임센터)에 대한 추억이 있는 세대라면 누구나 '비디오게임 세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느덧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 사십대가 된 그들은 '게임'이라는 단어를 오늘날 어떻게 이해하고 소비하고 있을까요? 과거에 최신형이라고 불리었던 컴퓨터(그러니깐 PC에 하드디스크가 없던(!) 패미컴이나 MSX같은)에서 조악하기 그지없는 그래픽과 틱틱거리는(물론 지금의 기준입니다면) 소릴 들으며 환상의 나라를 향해 매일밤 부모님 눈을 피해 게임을 즐겼던 우리들은 지금, 얼마나 게임과 가깝게 지내고 있을까요.

 

시간이 없어서, 맘에 여유가 없어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최근의 게임들이 최첨단 그래픽으로 마치 실사와 같은 현장감을 준다는 사실은 오히려 대부분의 게임세대(그러니깐 어릴때부터 비디오 게임의 문화권에 있었던)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게 아니라, 그러한 게임에 심리적, 시간적 부담을 가진다고 한다는 것이지요. 바로 이 지점이 '캐주얼 게임'이라는 장르가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게된 배경이라고 저자(예스퍼 율)은 말합니다.

 

본문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은 소위 말해 HD(High Definition)게임기인 PS3나 XBOX360보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닌텐도사의 Wii가 전 세계적으로 보다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데 그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예를 굳히 들지 않아도 요즘엔 우리 주변에서 새롭게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성인 유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죠. 네, 바로 스마트 폰때문입니다.

 

간편하고,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으며 순간적인 몰입만으로도(다시말해 장시간, 혹은 지나치게 몰입을 해야 게임 내 목표를 완수 할 수 있는 최신 블록버스터 게임들과는 다르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은 비디오게임과 플레이어의 재창조(이 책의 부제로도 쓰인)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과거에 비디오게임을 즐겼던 추억이 있는 세대들을 다시금 그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저자 예스퍼 율의 말처럼, 많은 캐주얼 게임들은 긍정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조작법이 모방적 인터페이스(플레이어의 행위와 게임내 모션이 유사한 성향을 지니고 있음 ex.Wii의 스포츠 게임)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게임을 중단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가 아닌 플레이어가 중단했던 그 시점부터 언제부터라도 다시 할 수 있다는 즉시성은 게임 유저들로 하여금 편리하고 부담없이 게임에 접근하도록 돕게 되는거죠.

 

이 책의 원제가 '캐주얼 혁명(A Casual Revolution)'인 것 처럼 저자는 캐주얼 게임이 '비디오'게임을 다시 비디오'게임'의 관점으로 돌려놓았다고 말합니다. '게임을 한다'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인다는 이야기이지요. 게임이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을 캐주얼 게임을 통해 다시 찾으며 다시금 우리들의 생활로 깊숙히 들어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역사는 짧지만 가장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문화'인 게임. 당신의 스마트폰을 가득 채우고 있는(몇번 실행해 보지도 않은!) 캐주얼 게임들은 바로 그 증거 일지도 모르겠네요.

 

덧. 이 책의 부록으로 실려있는 플레이어들의 설문조사와 인터뷰는 한국의 유저들과 유사하기도, 생경하기도해 매우 흥미롭습니다. :)


저자 : 예스퍼 율
저자 예스퍼 율(JESPER JUUL)은 덴마크 출생으로 게임 디자이너이자 연구자, 이론가로 활동 중이다. IT코펜하겐대학교에서 비디오게임의 룰과 허구 사이의 관계에 관한 논문 “하프 리얼: 현실의 규칙과 허구적 세계 사이의 비디오게임”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논문은 2005년 MIT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게임학(LUDOLOGY)의 이론 정립에 힘을 쏟았으며, 게임의 서사와 시간성에 관한 탁월한 논문들을 발표해 왔다. 또한 게임 연구자들을 위한 웹진 ≪THE LUDOLOGIST(HTTP://WWW.JESPERJUUL.NET/LUDOLOGIST/)≫ 를 운영하고 있다. IT코펜하겐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MIT대학교의 싱가포르-MIT GAMBIT 랩에서 게임 디자인에 관한 강의를 해 왔다. 현재 뉴욕대학교 게임센터의 초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