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테크놀로지가 우리를 밝혀줄 수 있을까 :「The Earth - Laser Art」展 _exhibition review

yoo8965 2012. 5. 15. 13:17


현대는 테크놀로지의 시대이다.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삶이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아 “제2의 자연”이라는 지위를 지닐 만큼 테크놀로지와 시대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현대 인류가 처한 시대적 위기 상황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인 테크놀로지가 사회 모든 분야의 변화의 속도를 바꾸고, 인간을 사로잡는 스펙타클 속에서 인간을 오히려 퇴행시키고 기계적인 메커니즘에 지배되어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테크놀로지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최초의 인류가 당면한 문제가 자연에서의 생존이었다면, 이제 인간은 테크놀로지 안에서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고,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가를 풀어나가야 할 때이다.

-The Earth - Laser Art, 한빛미디어갤러리 큐레이터 조희승-


서울 을지로의 도심속 높은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한빛미디어갤러리에서는 4월 3일부터 29일 까지 레이져 아트라는 장르를 선보이는 "채미현&Dr.JUNG [ The Earth - Laser Art ]"전이 열리고 있다.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중 하나인 미디어아트, 그중에서 레이져 아트를 소개하는 이 전시에서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설치작품들로 서로서로 독립된 주제를 가지고 레이져라는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도록 배치되었다. 전시장은 총 7점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고, 작품의 형태는 크게 Laser Installation과 Mixed Media로 나뉘어지며, 4개의 섹션으로 전시장을 구분하였다.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제1전시장에는 <대지의 영혼>_Laser Installation, <"in to" 사과나무>_Laser Installation가 전시되어있고, 제2전시장에는 <Spi老子-수평적 관계>_Laser Installation, <Spi老子-수직적 관계>_Laser Installtion과 <DNA - 물종자>_Mixed Media가 전시되어 있다. 제3전시장에서는 <Day Time>_Laser Installation을 만나볼 수 있으며, 마지막 제4전시장에는 <Stonehenge - What does the Earth mean to you?>가 설치되어있다. 테크놀로지를 주로 선보이는 이러한 미디어아트의 전시 작품 제목으로 보자면, 다분히 자연적이고 비 테크놀로지적인 제목이 붙어있다. 이러한 작품 제목들을 전시의 큐레이터 조희승씨는 아래와 같이 기획의도로서 설명한다.


생명성에 집중되어 있는 작가의 사유는 ‘생명의 본질’은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겠다. 작품현실은 자연의 본성과 이치에 대해 깊이 천착되어 무궁무진한 힘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자연과 생명력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스스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예술 행위는 생명을 지닌 존재의 끊임없는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통해 생명성을 형상화 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작게는 작은 생물체 하나에서, 크게는 지구의 모습까지 생명력을 레이저 언어로 지각한다. 하나하나 숨쉬는 나무의 호흡을 담거나 혹은 눈부시게 웅대한 태양의 움직임, 혹은 깊고 깊은 지구의 몸짓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내적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표현된다. 레이저는 하나의 흐름, 연속, 변화하는 존재로, 레이저의 자유롭고 불규칙적인 선의 형태를 통하여 생명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레이저 선 자체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지만, 그것이 화면 안에서 흔들리고 중첩되어 서로 수정, 보완되면서 생성의 의미를 더하게 된다. 이러한 작용을 거쳐 단단하게 굳어지는 그 시간의 과정 속에서 진실된 삶과 우주의 이치에 대한 인간의 의식은 물론 감각마저 재구조화될 수 있는 것이다.


-The Earth - Laser Art, 한빛미디어갤러리 큐레이터 조희승-


<"in to" Apple Tree>, Laser Installation_2011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in to" 사과나무>의 Artist statement를 보면 "2011년 5월 문득 스피노자의 '내일 지구가 망해도 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행동으로 옮긴다."라고 설명하는데, 작가는 이처럼 레이져를 통해 생명력을 표현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4개의 독립적인 설치물들은 저마다의 모양을 가지고 존재하며 사과나무의 형태로 앞으로의 미래의 기계에는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Day Time>, Laser Installation_120x120cm(2 piece)_2007


반면, <Day Time>은 레이저가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되며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작가는 본 작품을 통해 인간 범주 안과 밖의 작은 것들로부터 건져 올라온 생명성에 대한 오랜 관찰과 통찰로 부터 비롯되며 그것이 모여 근본적인 생명의 숲을 이루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본 작품에서 레이져는 미래의 생명체가 빛으로 존재한다면 이러한 형태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Stonehenge - What does the Earth mean to you?>, Laser Installation_194x130cm(5 pieces)_2011~12

마지막 제 4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Stonehenge - What does the Earth mean to you?>은 지구-태양-달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자연력 현상이 아무리 다양해도 그것의 본질은 단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조건만 일치한다면 천 년 전이나 오늘날에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 엄연한 진리는 인간의 생명을 성장, 유지시키고 만물의 활동의 원천이 된다. 작품 속 자연력에 의존하는 태양에너지는 고도로 전문적이고 시각적이며, 거대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돌아가고 굽어지며 기어오르는 빛의 풍경은 지구의 운동 법칙을 느낄 수 있게 하지만, 관람객이 자연의 섭리 안을 걷도록 참여하게 하는 상호 대화적 차원의 의도가 담겨있다. 지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테크놀로지를 재료로 한 현대미술은 작가의 의도 표현과 작품형태가 제한적이지 않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본 전시의 레이져 아트도 전시공간의 어둠을 빛으로 이동을 하며 관람객에게 아무런 소리의 도움 없이 전달한다. 미래의 우리 생활환경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인공적인 빛의 표현은 생활의 편리도구를 넘어서 우리의 눈과 귀, 생활을 즐겁게 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줄 것인가? 기술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일까 아니면 그러한 '편리'로서 결국 인간의 기능 퇴행을 유발할 것인가? 본 전시는 '레이저'라는 첨단 기술이 단순히 기술로서만 의미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빛을 밝혀줄 수 있는 예술의 도구로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아마도 이러한 새로운 차원의 기술 응용이 우리의 삶을 하나의 가치관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전시명    : 채미현&Dr. JUNG The Earth - Laser Art

전시기간 : 2012. 03. 02 fri - 03. 25 sun

전시장소 : 한빛미디어갤러리

참여작가 : 채미현&Dr. JUNG

전시작품 : 레이저 설치 7점 내외

주최후원 : 한빛미디어갤러리 / 서울시, GL Associates, streetworks


http://www.hanbitstreet.net/sub02/02_02_view.do?boardNo=253&page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