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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나비의 "소리왕" 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5. 22. 16:50


  지난 47일 아트센터나비의 사운드 프로젝트 쇼케이스가 있었다.

 <소리왕 프로젝트>는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과 사운드 쇼케이스, 사운드 워크샵으로 구성된다. 친근감 있고 이해하기 쉬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니아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사운드 워크샵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여 교육관련 행사도 함께 하였다. 총 3회에 걸친 어린이 워크샵은 <나만의 악기 만들기> 와 <폐품 오케스트라>라는 제목으로 권병준과 류한길씨가 진행하였으며 5월 5일에 워크샵 쇼케이스도 있었다. 한편 28일에 있던 최수환의 렉쳐 퍼포먼스는 <20세기의 소리와 음악-드뷔시에서 크라프트베르크까지>라는 주제로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러나 공연 제목 및 워크샵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생소한 사운드아트라는 분야에 쉽게 접근하게끔 해주었으나, 쇼케이스 공연에서는 관객과 타협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 공연(쇼케이스) - 4월 7일(토) 오후 7시  

   참여 작가: 트랜지스터 헤드, 류한길, 홍철기, 권병준, 모임 별, 최준용




  7시가 약간 넘은 시간에 도착하니 굉장히 많은 수의 2,30대의 사람들이 바닥과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트센터나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은 처음 본 것 같은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대해 기대하고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에디터는 2006,7년에 사운드아트 전시 및 공연을 처음 접했었는데 요즈음 다시 그 때처럼 많은 곳에서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모인 이들은 그저 관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을 하고 싶어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문지문화원 및 다양한 기관에서 사운드 및 미디어아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창작자도 늘어나고, 다양한 공연이 이곳저곳에서 생긴다면 무수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트랜지스터헤드 X 고트>


  트랜지스터헤드는 90년대부터 테크노음악을 해온 뮤지션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트와 함께 오디오 비주얼 공연을 선보였다. 얼마 전 2집 앨범을 내고 닻올림, 로라이즈 등에서 공연을 하며 요즘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쇼케이스 팀 중 가장 대중적인 성격이었고, 관객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리듬에 몸을 싣고 그에 맞춰 반응하는 영상을 보며 관객은 흥미로워했다.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들의 공연에서, 처음 사운드아트를 접하는 관객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류한길>


  이 날 쇼케이스의 형식은 다른 공연장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웠는데 무대와 관객석이 분리되어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중앙에 앉아서 관람을 하고, 곳곳에 책상을 설치해서 자기 차례에 공연을 하는 식이었다. 이런 식의 공연은 일전에 lig아트홀에서 권병준이 시도한 적이 있는데, 아티스트와 관객의 거리가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어 이번 프로젝트의 성격과도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또한 일반적인 공연에서는 하나의 무대만 존재하기 때문에 세팅 등의 문제로 각각의 프로그램 연결이 끊기게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그 사이에 음악을 튼다던지 가벼운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의 시도를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프로그램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취했다. 트랜지스터헤드의 공연이 끝날 즈음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는데 이는 류한길의 음악이 서서히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앞서 트랜지스터헤드는 오디오 비주얼 공연을 했지만 류한길은 보다 더 소리에 집중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일까? 실시간으로 현장을 촬영하여 그 영상을 4등분으로 나눠 프로젝터를 통해 무대 앞,뒤를 통해 보여주었다. 그래서 무대가 더 확장되고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모터 등을 이용해서 전기신호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개성있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 류한길의 공연을 보면서 그의 예전 작업들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소리의 스펙트럼이 더 넓었기 때문에 작은 소리에도 더 집중해서 그가 만들어 내는 것들에 흥미를 가지고 음악을 들었는데 최근 그를 비롯한 사운드아트를 하는 작가들의 성향은 더 과격해지고 폭력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반면, 유럽의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아주 극도로 예민하고 정제되고 계산된 소리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의 공연을 보며 Luigi nono(루이지 노노), Beat Furrer(베아트 푸러)의 음악이 떠올랐는데 겉으로는 완전히 다른 성향인 푸러의 음악과 류한길의 음악 모두 높은 긴장도를 가지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홍철기>


  프리페어드 피아노, 현대음악의 독특한 음향을 내기 위한 다양한 연주 방법들의 연장선에서 홍철기의 음악을 감상하면 이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분명 그도 기타를 활로 긁는 식의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읽어내기에는 일반 관객에게는 다소 어렵지 않았나 싶었다. 굉장히 큰 소리로 증폭시켜서 만들어내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일단은 소리를 증폭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점이 들었다. 증폭되지 않은 보다 날것의 소리는 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세상에는 다양한 소리가 존재한다. 큰 소리와 작은 소리, 일반적인 악기로 만든 음악과 노이즈로 만든 음악, 구성적이고 논리적인 곡과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성향의 곡... 극도로 한 쪽 끝에 위치한 그의 공연을 보며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다가왔다. 하지만 요즈음 들어 사운드아트 씬에는 오디오 비주얼의 경향이 많이 나타나는데 여전히 소리에, 그리고 그 근본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그의 모습은 본받을 만 하다.




<권병준>

 


<손성제>



  권병준은 색소포니스트 손성제와 함께 협연하여 live-elcetronics(라이브 일렉트로닉)을 연주하였다. 무대에서 연주자가 실시간으로 연주하며 발생하는 소리와 그 소리가 컴퓨터로 들어가 음향 합성되어 재창조된 소리가 함께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라이브 일렉트로닉은 전자음악 연주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식이나, 아트센터 나비에서 대중을 상대로 연주되는 것을 보는 경험 또한 흥미로웠다. 프랑스의 IRCAM 음향연구소에서는 이런 라이브 일렉트로닉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으며, 관심있는 독자에게는 Kaija Saariaho, Tristan Murail, Hans peter kyburz, Philippe Manoury, Yan Maresz, Philippe Leroux, Marco Stroppa, Pierre Boulez 의 곡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권병준의 곡이 이번 쇼케이스를 더 다양하게 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하는데 일반 관객들이 접하기 어려운 형식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떻게 보면 가장 "소리왕" 프로젝트에 맞추어 선곡을 한 듯했는데 유명 연주자와 일반 관객에게 익숙한 악기를 사용하여 연주했다는 점에서 가장 음악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세팅 시간이 짧아서였을까? 초반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리버브 효과만 주다가 나중에야 인터랙티브한 부분들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장갑 컨트롤러를 통한 연주도 흥미로웠다. 


  공연을 전체적으로 정리해보면 결국 제목은 "소리왕"인데 형식적인 면에서의 시도와 노력은 있었으나 정작 내용적인 면에서는 제목만큼 대중적인 성향은 아니었고, 실험 이상의 그 무언가를 기대했던 이에게는 살짝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소리에 대해 작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다양한 방식의 음악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현대음악을 하는 사람들(특히 보다 실험적인 소리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지점에 대해 오늘 공연을 한 작가들은 각각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프로그래밍은 오디오 비주얼, 사운드에 보다 집중한 사운드아트, 라이브 일렉트로닉으로 다양하고 흥미롭게 구성되었다. 



2. 컴필레이션 앨범을 낸다는 의미에 대하여(레이블) :

 

  우선 일회적인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앨범으로 기록이 된다는 것은 아티스트에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나 아직은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사운드아트로만 구성된 앨범을 낸다는 것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운드 아트를 알리려는 시도가 느껴지는 부분이며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은 <아트인컬쳐> 2012년 4월호 특별부록으로 제작되었으며 권병준, 류한길, 미묘(Mimyo), 박주원, 스클라벤탄츠(SklavenTanz), 모임 별, 진상태, 최수환, 최준용, 트랜지스터 헤드(Transistorhead), 홍철기의 곡으로 구성되었다. 



3. 어린이를 위한 사운드 워크샵

<워크샵 모습들 _사진출처:http://youngminc.com>


4. 앞으로의 사운드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

 

  최근 아트센터나비는 사운드 관련 행사를 많이 하고 있다. 실험적인 무대 공간, 그리고 공연 형식,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연명 등의 다양한 시도들... 이전의 행사들을 통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 또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 이번 프로젝트에 있었다는 것 또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에디터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운드아트 관련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감히 제안하자면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운드 메이킹 워크샵이나 관련 이론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등의 시도가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소리왕 프로젝트>가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시리즈로 발전해 나가기를, 그리고 레이블도 활성화 되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를 전파해 나가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사진출처: 아트센터나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