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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Light - 리경展 :: Various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5. 29. 15:18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6월 21일까지 빛과 레이져를 이용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레이져 아트 리뷰를 흥미롭게 보셨다면 이번 전시를 꼭 관람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more Light - 리경展 』

Ligyung Solo Exhibition :: Various



전시작가  리경(Ligyung)
전시일정  2012. 05. 24 ~ 2012. 06. 21
초대일시  2012. 05. 24 PM 6: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일요일 휴관)
∽ ∥ ∽

코리아나미술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27-8
T. 02-547-9177
www.spacec.co.kr



 more Light - 리경展

코리아나미술관

<리경-more Light>는 코리아나미술관이 선정, 후원하는 중진작가 개인전이다. 리경은 스펙터클한 감각적 유희 대신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철학적인 사유의 영역을 건드리는 설치 작업에서 독보적이다. <more Light>에서 작가는 설치, 영상, 사운드로 공간 전체를 에워싸는 대형 설치작품을 통해 유동하는 빛의 공간을 제시한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리경의 설치 작업에서 중요한 의미로 작용한 빛의 개념은 전환되었다. 이전 작업에서의 빛이 보이는 대로 믿어버리는 인간 시선의 불완전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기제이자 어두움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빛이었다면, <more Light>에서의 소위 ‘더 많은 빛’은 지금 여기(here and now)에서 보여 지고 느껴지는 현상과 신체적 감각에 더욱 주목한 것이다. 정감과 리비도로 충만한 리경의 이질적이고 유동적인 빛의 공간은 인간의 분열적인 상황, 불안이 지배하는 현 시대의 비유이기도 하다.


 
▲ 리경, more Light2, 거울, 유리, 레이저 빛, 2012


네 면에 위치한 거울과 겹겹이 쌓여진 유리들의 반사작용에 의해 녹색의 빛이 연쇄적으로 뻗어나가 끊임없이 확장되는 매트릭스 공간을 만들어낸다. 관객은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는 빛의 공간속으로 빠져들게 되면서도, 동시에 무한한 공간 속에서 시선을 고정할 수 없는 분열된 지각체험을 하게 된다. 싸이키델릭한 수많은 광선들이 겹쳐져 다양한 초점을 만들어내며 관람객의 눈을 정처 없이 떠돌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의 빛은 시각적이라기 보다는 촉각적이다. 눈으로 빛을 바라보면서도 신체로 빛을 경험한다.

자신의 신체를 침범하기도, 그리고 신체에 의해 빛을 분산하기도 하는, 촉각적인 빛의 공간 속에서 관객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 불안감은 일차적으로는 안정감을 상실하게 만드는 무한한 공간감과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킬 수 없는 멀티 중심화된 지각경험에 의한 것이다. 작품 속에서 신체로 감지되는 이러한 불안감은 작가가 언급하듯 사회 속에 자신의 위치를 규정지을 수 없는 자신의 현 상태와 감정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구조화된 사회 시스템 속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현대인의 분열적인 상황의 표상일 수 있다.


 
▲ 리경,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혼합재료, 2012


 
▲ 리경,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혼합재료, 2012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빛과 연기, 영상과 사운드로 전시장 전체를 감싸는 공감각적인 대형 설치 작품이다. 분홍빛이 감도는 어두운 전시장에 들어서면 붉은 빛의 가느다란 선, 그 선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문과 벽의 이미지, 공간 전체를 감싸는 모호한 연기와 사운드만이 감지될 뿐이다. 15분에 한번 씩 뿜어 나오는 연기가 붉은 빛의 선에 닿는 순간 빛과 연기는 반응을 일으키며 어느새 가느다랗고 기다란 통로를 만들어낸다. 빛의 통로는 연기가 존재할 때 확연하게 나타나지만, 연기가 사그라지는 순간 시각적인 존재감은 모호해 진다. 또 다른 방에 들어서면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만큼 강렬한 빛이 시선을 침범한다. 빛을 뚫고 들어가 반대편 벽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은 중첩된 계단 영상들이다. 광원을 등지고 돌아섰을 때 신체 이미지는 계단 영상에 비추어져 혼성적으로 나타난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리경의 설치 작업에서 빛은 중요한 의미로 작용하였다. 이전 작업 <The True Knowledge of Good and Evil>(2001/2003) 이나 <Seeing is believing, believing is seeing>(2003/2004) 등에서 빛은 보이는 대로 믿어버리는 인간 시선의 불완전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기제이자 어두움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빛이었다. 신적 존재를 염두 해 두고 명상과 성찰을 요구하는 빛으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이나 울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이 빛을 중심으로 한 설치작업에서 정신적 관조를 이끌어냈던 것과 유사한 맥락이었다.

진리와 관념, 신앙과 믿음과도 같은 빛의 의미는 이번 작품에서 전환되었다. 텅 빈 명상적 공간에서 뻗어 나오는 한줄기 빛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소위 ‘더 많은 빛’(more Light)이다. 절대적인 신앙이나 자기성찰을 촉구하는 빛의 의미가 아니라 지금 여기(here and now)에서 보여 지고 느껴지는 신체적 경험에 맞닿아 있는 빛이다. 불변하는 광원(빛)이라기보다는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가려지기도 침범하기도 하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빛이다.


 
▲ 리경,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혼합재료, 2012


 
▲ 리경,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혼합재료, 2012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의미를 부여하는 빛은 보이지 않는 관념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세계 속에서 작가가 가지는 사회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를 통한 작가 자신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어찌 보면 <more Light>는 절대적인 믿음에 근거하였던 이전 작업의 맥락에서 벗어나 현재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시화한 것이기도 하다. 붉은 빛의 선이 만들어내는 문이나 벽의 이미지, 빛과 연기에 의해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통로는 명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면서 우리를 통제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표상이다. 빛을 등지고 돌아섰을 때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계단 영상들, 나의 신체와 만나 융합되고 얽혀지는 이미지들은 우리의 시선에 비치는 다양한 현상적 세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