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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미학_book review

kunst11 2012. 6. 12. 18:58

"관계의 미학은 어떤 기원과 목적에 대한 진술을 전제로 하는 하나의 예술이론이 아니라 일종의 형태에 대한 이론이다" 

                                                                                                                                        - 니꼴라 부리요 

니콜라스 부리오(Nicolas Bourriaud)는 미술계가 1990년대에 들어 대다수의 비평가와 철학자들이 다루기를 꺼려하는 새로운 현상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바로 이러한 새로운 예술현상을 이론적으로 '관계미학'과 '관계예술'이란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오늘날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인 관계를 생산품으로 분류하는 통제된 공간들 속에서 인간관계들을 집어삼킨다. 예술적인 행동은 소박한 접촉들을 실행하고, 막힌 통로들을 열며, 서로 동떨어져 있는 현실의 여러 층위들이 접점을 찾도록 노력한다. 예술적인 활동은 시대와 사회적 맥락에 따라 형태와 양상, 그리고 기능이 변화하는 게임이지 불변하는 하나의 본질이 아닌 것이다. 사회적으로 개괄하자면, 관계적 예술의 가능성은 근대예술에 의해 제기된 미학적, 문화적, 정치적 목표들의 전면적인 전복에 대한 증거일 수 있다. 이러한 발전은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도시 문화의 탄생과 이 도시적 모델이 문화적 현상의 거의 모든 부분으로 확장되는 것에서 기인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도시화 urbanisation의 일반화는 놀라운 사회적 교류의 증가와 개인들의 이동성 증대를 가져왔고 새로운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전통적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사회, 문화적 지형학의 윤곽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사회전체가 발 밑에 놓인 현실의 기반을 상실하고 새로운 도시로 변환되는 '과정'에 있게 했다. 

부리요도 언급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회 - 철학자인 기 드보르(Guy Debord)는 그의 저서 <스텍타클의 사회 society of the spectacle> 에서 현대적 생산조건들이 지배하는 모든 사회들에서, 삶 전체는 '스펙타클'의 거대한 축적물로 나타난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서의 스텍타클은 총체적으로 파악하자면, 현존하는 생산양식의 결과이자 또한 기획이고 과정인데 특히 사람들간의 '사회적 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스펙타클한 도시는 '장소로서의 공간'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흐름의 공감'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흐름에서 거주가능한 도시 공간의 협소함 때문에 가구나 오브제들의 규모 역시 다루기 쉽도록 작아지며 예술작품도 이 도시적 맥락안에서 작품의 기능과 그 전시 방식의 변화가 예술적 경험에 있어 증가하는 '도시화'를 증명한다. 일련의 도시화는 예술작품에 있어 유용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회적 형태를 취하게 한다. 다시 말하자면 예술작품이 사회적으로 무용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향을 갖는" 가변적이고 유연한 것이라는 사실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예술가가 무엇보다도 먼저 생산하는 것은 바로 미학적 대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인간과 세계 사이의 관계들이다. 

사실, 부리요가 이 책을 출간한 1990년대 말은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속화되던 시기였고, 예술에 있어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그 효력을 상실하면서 새로운 매체의 발달로 인해 예술의 위기와 종말론이 끊임없이 다시 회자되던 시기이다. 이러한 혼잡속에서 동시대 예술 contemporary art 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시기에 부리요는 "특정한 한 시기에 제기된 문제들의 복잡한 게임을 재구성하는 것과 그것에 주어진 다양한 대답들을 검토" 해야하는 비평의 임무를 많은 작가들(비록 유럽의 작가들이긴 하지만,,)과 관계의 예술의 구체적인 형태를 설명하면서 이러한 예술가들의 문제의식,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예술적 형식을 다양한 개념들을 가져와서 설명하고 있다. 물론 <관계의 미학>은 출간 당시 부터 많은 논란의 여지를 가졌지만 그럼에도 1990년대 말 부재했던 비평의 준거를 제공하고 분산된 예술적 실천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의 영향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글. 앨리스온 정세라



관계의 미학 Esthetique relationnelle, 미진사, 2011

저자: 니꼴라 부리요 (Nicolas Bouriaud, 1965 - ), 프랑스의 큐레이터이자 평론가, 이론가.

1990년 부터 베니스비엔날레, 리옹비엔날레 등 유럽 각지에서 크고 작은 전시를 기획하는 동시에 이론적 작업을 수행하면서, 현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유럽의 큐레이터로 자리 잡았다. 저서로는 <관계의 미학>, <형태의 삶>, <포스트프로덕션>, <래디컨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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