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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의 끔찍한 기억 중 하나는 내 일상의 기록인 일기를 숙제라는 명목하에 매번 담임선생님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강제적인 일기 쓰기에서 해방된 이후에서야, 비록 습관적이지는 않지만, 솔직한 일상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자신의 기록을 혼자만의 공간에 사적으로 간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과 같이 공개적인 공간에 거리낌없이 펼쳐 놓기도 한다. 자칫 반대되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그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하루 생활의 단순한 나열이든, 세심하고 변덕스러운 의식의 흐름이든, 비록 대단할것은 없을지라도 자신의 자취를 어떠한 형태로 남기고 싶은 욕망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이라는 점이다. 알타미라나 라스코의 동굴 벽화만 놓고 보더라도 기록이라는 행위는 인간 문화의 매우 특징적인 행동양식이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술의 발전은 종종 새로운 형태의 기록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카메라나 레코드판의 등장은 빛과 소리를 기록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GPS를 이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나의 이동경로를 큰 오차없이 지도 위에 나타낼 수도 있다. 실용성이나 효용성이라는 부분에서 그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이번 리뷰에서 소개할 앱은 재미난 발상을 통해 흥미로운 기록물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IOGraphica의 IOGraph는 모스크바의 디자이너 Anatoly Zenkov와 그의 동료인 Andrey Shipilov에 의해 개발된 멀티 플랫폼 앱이다. 공식 웹페이지인 http://iographica.com/의 소개에 따르면 Anatoly Zenkov는 자신이 만든 MousePath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마우스 이동 궤적을 그래픽 이미지로 만들어 Flickr에 올렸고, 이것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면서 동료인 Andrey Shipilov와 함께 이를 더 발전시킨 IOGraph라는 앱을 만들었다. 

IOGraph의 장점은 무엇보다 인터페이스가 단순하고 쉽다는 것이다. 처음 앱을 실행하면 작은 창과 함께 기록을 시작할 수 있는 버튼이 나타난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마우스의 모든 움직임이 기록되기 시작한다.


움직임은 가는 선으로, 마우스가 일정시간동안 머물렀던 지점은 검은 원으로 표시되는데 그 크기는 시간에 비례해서 달라진다. 옵션에서는 현재 작업 중인 컴퓨터의 화면을 백그라운드 이미지로 사용할 수 있게 선택할 수 있다. 형태가 만들어지는 기본 원리를 이해했다면 의도적으로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앱의 묘미는 순수하게 사용자의 마우스 이용 패턴에 따라 만들어지는 무작위적이고 우연적인 이미지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면 시에서 사용되는 오토마티즘(Automatism)이 연상되기도 하고, 캔버스 위에 페인트를 마구 흩뿌려놓은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의 작품과도 맞닿아있는 듯 하다.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이 오늘같은 집 앞의 그저그런 풍경을 빠짐없이 매일 기록한 사진이나 같은 장소에서 매년 동일한 포즈로 찍은 가족 사진 같은 것들은 때때로 사람들에게 강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거기다 그렇듯한 의도나 맥락까지 갖춰지면 더 할 나위없이 예술작품과 같은 아우라를 지니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새로운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일주일이나 한 달 간의 반복되는 업무나 어떤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을 IOGraph로 매 순간 기록해서 그것이 만들어내는 우연의 결과물을 한 번 기대해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글. 장재원. loox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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