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스펙타클한 빛의 공간: more Light: 리경_exhibition review

kunst11 2012. 9. 2. 14:48

우리가 알고있는 매트릭스의 공간은 어떤가. 짙녹색의 사이키델릭한 빛들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공간 한가운데 우리가 서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하나의 감각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공감각적 체험이 가능할까. 보이는대로 믿는 것은 얼마나 불안전한 것인가, 우리의 일상 세계에는 무수한 가상의 이미지들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우리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설치 작가인 리경의 이번 전시는  'more Light 더 많은 빛'이라는 타이틀 아래 <more Light> <I am telling a lie>, 두 개의 대형 설치작을 선보였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여 하나의 가상 공간을 만들어냈다. 가상 공간 내에서 계산되고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우리가 아는 현실 공간과 유사하거나 혹은 우리 뇌가 상상할 수 있는 공간조형을 관람객 스스로가 가상할 수 있게 만든다. <more Light>이 설치된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어디로 발길을 향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됐다. 눈에 보이는 공간 속에 제시된 길은 너무나 혼란스럽고 어지럽게 관람객을 현혹한다. 빛 속에 둘러 싸여진 관람객은 시선을 고정할 수 없고 분열된 지각체험을 하게 된다. 녹색의 레이저와 유리 파티션을 이용한 빛의 규칙적인 확장과 열의 균형성은 연쇄적으로 뻗어나가면서 하나의 현실 공간에 무수한 가상의 공간을 제시한다. 관람객은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 사이에서 오는 혼란함과 신비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고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I am telling a lie>에서의 수증기가 깔린 붉은 방과 저 너머에 보이는 하얀 문은 나즈막한 사운드까지 더해져 공포스럽기까지 한다. 붉은 빛이 감도는 어두운 전시장에서 붉은 빛의 가느다란 레이저 선들은 교차하며 문과 벽, 계단 등의 이미지를 3차원의 공간에 그려낸다. 수증기를 이용해 공간에 선을 그리고 관객의 시선이 그것을 쫓다보면 하얀 빛을 쏟아내는 다른 방에 들어서게 된다

more Light_laser light, mirror, glass_2012

I am telling a lie_laser level, haze mist, video installation, sound_2012

I am telling a lie_ laser level, haze mist, video installation, sound_2012

두 작품에서 관람객은 공간, , 색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생각할 수 있다. 색면 추상에서 처럼  큰 스펙타클을 만났을 때 뜻모를 경이감,  초월감 그리고 종교적인 해석 등을  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빛의 속성인 직진성과 확산성을 이용한 재료로써의 빛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는 세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 정신, 육체, 기계의 세계다.  매트릭스는 녹색이고 정신세계를, 시온은 청색으로 육체를 의미하며 기계는 금빛으로 영혼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는 빛과 색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마크 로드코의 색면추상에서 오는 숭고의 개념 또한 마찬가지다. 색채란 빛 에너지다. 자연적이고 인위적인 독자적 감정표현이다. 색은 각각의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고유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색의 비언어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이고 그 자체가 메세지인 경우가 그렇다.

리경의 작품에서 제시되는 색의 공간과 빛은 어떠한 메타포를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단순히 빛의 비물질적 요소를 재료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작가가 던진 메세지가 있다면 그 자체는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정신에 대해서 감정적인 대행자이다. 작가가 던진 색채의 메세지는 일종의 불안전한 힘의 영역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러기에 관람자의 경험적인 심리가 반영되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심리적으로  타인과 자아 간의 이동 절차는 공간을 따라 흐르게 장치되어 있다. 사운드는 그 심리적인 자아의 방향에 효과를 더하고 있고 가상화된 공간에서 우리의 심리적이고 시각적인 이행은 어떤한 경우에는 환상 속의 이야기처럼 비실체화된다. 분화된 질적 공간 안에서 빛은 그 공간을 이루는 부분들로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배열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기호와 메세지는 공간을 통행하고 채우며 연결성을 가지고 현실화된 공간에 가상적으로 존재하며 관객의 정신적, 신체적 기능 안에서 주관화되거나 객관화되어 그것이 실체인 것 처럼 인지하게 된다.

Edwin van der Heide_LSP_2007

Edwin van der Heide_SML_2005

Erwin Redl_MATRIX II, 2000/2003
LED Installation, 36 x 26 x 12 ft (variable)
Riva Gallery, New York, NY (2002)


어두운 전시장에 제시된 빛은 수 많은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작업하는 많은 작가들의 소재 중 하나이다. 리경의 이번 전시작들에서 보여준 빛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어두운 공간에서 녹색, 붉은색, 흰색, 청색 등의 빛은 LED를 사용하던 네온, 레이저를 사용하든지 간에  초기 미디어아트 씬에서는 새로운 가상 공간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새로운 지각경험을 제시하는 상징적 메타포였고 매체 실험형식 중 하나였다. 이러한 코드들은 현재까지도 무수히 남발되고 있고, 다양한 매체와의 결합을 통해 확장되고 있다.  2007년 한국에서 전시했던 네덜란드 출신의 에드윈 반 델 하이드(Edwin van der Heide)는 건축과 사운드, 빛을 결합하는 인터렉티브 아트를 선보였다. 서울역사에서 진행된 LSP(laser sound performance)라고 불리는 그의 퍼포먼스에서는 실내 공간을 연기로 채운 뒤 레이저를 쏘아 입체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또 다른 작업 SML(Sound Modulated Light) 빛에 의해 발생되는 소리를 관객이 직접 공간 안을 움직이며 경험하게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어빈 레들(Erwin Redl)은 건축적 구조 개념을 도입한 LED와 전구를 이용한 공간 중심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작품 타이틀에서 직접적으로 매트릭스를 언급하고 있는데 매트릭스는 여러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쉽게 생각하면 순열을 의미한다.  레들은 2000년대 초부터 매트릭스 시리즈를 통해 가상공간을 물리적인 것으로 해석하였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수 천개의 LED 를 설치한 것으로 관객은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마치 비현실적인 3차원 공간에 들어선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리경의 작품이 그들의 작품과 차별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작가의 전작들을 이 글에서 세세히 짚고 넘어가지 못하지만 살펴본 봐 전시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 많은 빛'을 가져오는데는 직접적이고 성공적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작가가 제시하는 가상공간에서의 이러한 메타포들은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수 없이 제시되었고 미디어아트 씬에서는 정말 초기의 매체실험 형식이다. 그러기에 매체 실험 방법에서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여기서 기존의 디지털 매체예술 전반에 보여진 빛을 소재로한 작업들과 어떻게 달라져서 차별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글. 정세라(앨리스온 편집위원)


작가소개

리경 - more Light

2012.5.24-7.21 코리아나미술관 / spac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