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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매체철학 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28. 17:13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 '매체'를 통해 보다 가깝고 구체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요즘, 그것(새로운 매체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철학의 부재는 새로운 사회 문제를 수반하게 됩니다.  최근의 스마트폰으로 인해 벌어지는(혹은 그 중심으로 이용되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문학의 종말'이 선언된 현대 사회가 가진 큰 문제가 점점 더 커져감을 느끼게 되죠.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찰은 늘 시대와 함께 했습니다. 철학자들은 사람들의 사유과정을 탐구함으로 산업의 발전이 단순하게 기능적으로만 흐르지 않게(인간이 도구화 되지 않게) 경고 하곤했죠. 그에따른 기술과 철학의 공존 또한  발전적으로 유지되었고 말이지요.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했던 20세기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끊임없는 탐구가 치열하게 계속되었던 때 였습니다. 특히 새 기술의 수혜를 입은 매체들을 등장은 단순히 산업의 발전에만 기여를 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 특히 소통의 문제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요즘의 신문 사회면을 채우는 여러 기사들은 바로 이러한 점, 급격한 기술의 발전에 뒤따르지못한 세대간의 충돌(?)이 주된 요인이리고 볼 수 있겠지요. 물론, 더 복잡한 결을 가지고 있는 복합적 현상 이겠지만요.

이 책 '20세기의 매체철학'의 저자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로 돌아가 고찰해볼 수 있게 해줍니다. 새로운 기술혁명이 날마다 등장했던 20세기로.

대도시에서의 대중의 등장은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새로운 사회 현상이다. 대중의 등장은 단지 사회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의미했다. 대중은 기술 재생산 시대에 대량으로 생산되는 새로운 예술의 관객을 의미한다. 대중은 대중문학과 화보의 독자이고, 영화의 관객이며, 그리고 라디오 방송의 청취자이다. 도시를 배회하는 대중은 전통적 예술작품의 수용자처럼 특정한 계급의 사람들이 결코 아니며, 다양한 계층이 뒤섞인 불특정 다수이다.  (p.65)

과거의 전체주의적 사회에서 분리되어 새롭게 등장한 '대중'의 등장은 20세기의 새로운 현상을 지배하는 중요한 화두입니다. 이러한 중대한 사건을 기조로 벤야민, 아도르노에서 보드리야르, 비릴리오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매체현상을 심도 있게 연구한 매체철학자 10인의 사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매체 시대에서는 현실과 실재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가상에 대한 이해도 변화한다. 이제 무엇이 실재이고 가상인지 분명히 선을 긋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기까지 했다. 존재했으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가시화시키는 단계를 넘어, 이제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현실 또한 가상으로 구현되기에 이르렀다. (p.206)

유비쿼터스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속도’다. 얼마나 빨리 접속해서 자연적 시공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이 구조 안에서는 ‘지금’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여기’라는 공간적 제약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원격 현전이야말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디지털 노마드가 살아가는 전형적인 존재방식이 되었다. (p.255)

또한, 저자는 철학자들 각각의 이론과 사유를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들 간의 유사점과 대별점을 잘 정리해 주고 있으며, 오늘날의 매체상황과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들을 부단히 찾고 있습니다. 각 장에서 실재와 가상의 문제, 시공간의 재편 문제, 감각의 확장 문제 등 그간 매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중요한 논쟁점들은 독자로 하여금 오늘날의 여러 미디어 현상에 대입해 볼 수 있게 해주죠.

일년 뒤, 아니 일주일 뒤의 세상도 예측할 수 없는 초-문명의 시대에 기술 혁명의 시작, 20세기는 우리에게 어떠한 메세지를 남겨 주었을까요. 그리고 그 메세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되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