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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cycle Roundup Vol.1 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24. 13:30

  가을 공기가 시원하니 산책하기 좋은 날씨를 보였던 10월 9일 화요일에 문래예술공장에서는 Upcycle Roundup Vol.1 공연이 있었다. 처음 방문한 문래예술공장은 주변 문래동 철공소 거리 건물들과 위화감 없는 모습을 보이는 자연스러운 예술공장 이었다. 이곳은 다양한 작업실과 공연장, 녹음실이나 세미나 실등이 갖추어져 있어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를 위한 공장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변 공장들의 용접 소리와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들을 들으며, 본 공연이 말하는 '쓸모를 잃은 사물들이나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오브제들을 소리로 표현하는 재생 음악회'는 서울에서 이 곳 만큼 어울리는 곳이 없을 것 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공연장으로 사용된 문래예술공장 2층 박스씨어터는 천장이 높고, 직사각형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소리를 전달하는데 무난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형 스크린이 전면 높은곳에 위치하여 작가의 영상표현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퍼포먼스 스테이지는 관객의 바닥과 같은 높이로 되어 있어, 뒷쪽 관람석은 아티스트의 행동을 보며 공연을 관람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느껴졌다.


 업사이클 라운드업은 재생음악회를 표방하는 공연인 만큼, 5명의 다양한 작가들이 각자의 주제와 재료를 가지고 공연을 만들어갔는데, 업사이클의 사전적 의미는 '기존에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디자인을 가미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본 공연에서 그들은 다양한 업사이클 재료를 가지고 연주나 퍼포먼스를 하였는데, 형광등, 각종 폐품, 오래된 전자제품,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보고, 들을수 있는 물건들과 소리를 사용하여 연주를 하였다.


 이강일 작가의 '애착의 재활용' - light noise는 빛의 양에 반응하여 노이즈 사운드를 발생하는 퍼포먼스 였다. 암전되어있는 공연장에서 작가의 손동작과 움직임으로 인해 노이즈 사운드의 피치나 리듬(일정한 음의 간격이나 규칙등을 이야기함)이 변하고 그 변화에 형광등의 빛이 반응하였다. 이러한 작업 표현의 의미는 작가 statement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작년 겨울 사인파와 펄스파를 만들어내는 아날로그 회로를 이용해 전시를 열었다.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입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구체적인 애착을 경험했다. 힘들여 만들어 낸 것들에 대한 애정(혹은 애증)과 집착은 아주 당연한 것이고 그리고 어쩌면 작업을 하는 것에 있어서의 시작과 끝이다.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사실은 그것밖에 없는 것."

-작가 statement-


 그는 지난 작품에서 선보인 재료와 기술들에 애착을 느껴 그것을 재활용 하였다고 말한다. 어둠속에 세로로 세워진 형광등은 소리를 귀로만 듣는 것을 넘어서 눈으로도 느끼도록 하며, 노이즈 사운드와 함께 하나의 생명체같은 메타포로써 다가왔다. '애착의 재활용'을 관람하면서 빛을 통한 1차적 공간 확장도 인상 깊었지만, 노이즈 사운드에 딜레이 이펙터를 더하여 2차적 공간 확장이 되고, 더욱 깊은 공간감 표현을 통해 공연에 몰입감을 더해 주었다. 


이강일 작가 '애착의 재활용'

 

 배인숙 작가의 '일상음악', '나는 길을 걷고'와 김지연 작가의 'fdbk'의 공연이 이어졌는데,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들을수 있는 소리들을 재조합하며 공연에 사용하였다. 그녀의 작업 텍스트가 스크린에 계속 나타나며, 생성, 반복, 변형, 삭제등을 통해 끊임없는 변화를 하면서 음악의 재료로 사용이 되었다. 도심에서 들리는 소리(혹은 소음)들은 저마다 다른 상황과 의미로 인하여 반복됨이 느껴지지 않아 연속성과 음악적인 요소로 느껴지지 않는데, '일상음악'에서는 이러한 재료를 반복과 변형을 통하여 음악으로의 변형을 만들어 내었다. 본 공연에서 보여지던 텍스트들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으로써 그 의미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료의 사용들과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픽토그램' 형태의 모습이 텍스트를 대체하였으면 조금 더 믹스가 잘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인숙 작가 '나는 길을 걷고'


김지연 작가의 'fdbk'은 추측컨데, feedback의 줄임말이지 않을까 생각 한다. 피드백의 의미는 여럿이겠지만, 음향에서 주로 사용되는 의미인 '마이크로폰으로 입력된 소리가 스피커로 재생되고 다시 그 소리가 마이크로 유입되어 소리가 무한 반복되어지는' 뜻으로 사용되어진 것 같다.


 "언제인가 산간 마을을 찾은 적이 있다. 마을 주미들은 내게 산에서 마을로 나무장작더미를 옮기는데 사용되었던, 이제는 버려진 아주 긴 쇠줄에 대해 귀뜸해 주었다. 그들은 어릴적 그 쇠줄을 잡아 튕기며 공상과학영화에 나올법한 독특한 소리를 내는 놀이를 하곤 했었다고 했다. 산에서 녹음을 하던 날 밤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는데 비바람과 천둥이 쇠줄을 흔들어 나는 공명 소리에 나는 순수히 매료되었다.”

-작가 statement-


김지연 작가 'fdbk'

 

  "본 공연은 그 날의 기억을 라이브 퍼포먼스로 재현하고자 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서로 물려있는 두 대의 노 인풋(no input)스타일 믹서 피드백과 트랜스듀서 두 대가 만들어내는 피드백, 이로 인해 진동하는 베이스현 픽업 연주, 그 셋의 믹스를 시도한다. 장비는 다르지만 방법적으로는 녹음할 때와 동일하다. 하지만 나의 악기들은 폭우와 바람을 대신할 수 없고, 듣기의 기억은 부분적으로만 재생되며, 소리의 결도 다르게 되었다. 결국 둘은 다른 작업이 되어간 듯 싶다." 

- 작가 statement-

 

그녀는 '듣기의 기억은 부분적으로만 재생된다'고 하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내 기억도 공연때의 기억이 부분적으로만 생각이나며, 들렸던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내가 느낀 소리들로 재해석 하고 있는걸 발견한다. 작가가 표현하려고 하였던 산간 마을에서 경험한 공명 소리는 그곳에 있던 모두에게 재해석 되어 들렸을것이고, 내가 경험한.. 당신이 경험하고 정의하던 의미로 인하여, 본 공연의 'fdbk'가 산간 마을의 기억과 다른 작업이 되어버렸다는 작가의 말처럼 관람객들에게 저마다의 의미와 경험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김선형 작가의 'a-muse'는 사물의 재구성과 소리의 조합이다. 5명의 작가중 가장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받는 퍼포먼스 였는데, 다른 작가들보다 영상의 비중이 더 컷다. 소리와 스크린으로 경험하는 그녀의 공연은 어릴적 놀이터에서 장난치던 기억과, 아기일때 모빌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며 잠들던(이제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멀리서 관람을 하여 정확한 재료의 종류를 알수는 없지만, 은박지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종소리, 나무장작이 탈 때 나는 소리 같은 것을 들을수 있었다. 서정적인 소리들과 흑백영상이 트랜지션되며 사물들의 움직임을 확대하여 보여주었는데, 여러 장면들이 겹쳐 보임으로 놀이동산의 거울의 집에 들어와 길을 잃은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김선형 작가 'a-muse'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정창균 'rework'는 수학적으로 그려진 컴퓨터 그래픽들과 함께 강한 노이즈 사운드들이 영상에 반복되며 재생이 되었다. 사용된 연주 알고리즘의 형태는 알수가 없으나, 작가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영상의 오브제에 영향을 주어 객체의 생성, 변형을 이루며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에게 다가올것 같은 이미지들로 보여지는 경험을 하였다. 처음 시작과 끝 부분에 라디오가 재생되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마 작가는 라이도의 오디오 신호를 실시간으로 변형하여 공연에 사용한듯 보인다.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친숙한 소리들과 전자제품들이 컴퓨터를 통과하면서(본인은 일렉트로닉 바이러스라고 표현하고 싶다) 파괴적이고 강한 이미지들로 변형됨에 큰 인상과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엔딩부분으로 진행이 되면서 느낀 아쉬운점은 처음부터 계속 강렬함만이 존재해서 인지, 이내 반복되는 소음이 괴롭게 느껴지고 영상에 의해 눈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업사이클 라운드업 사운드 퍼포먼스는 단순히 음향신호 노이즈나 프로그래밍으로 생성되는 소리들로 사운드 퍼포먼스를 하는 공연이 아니어서 큰 의미가 있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의 물건들과 사용되지 않는 재생품들을 사용하여 어릴적 향수에서 부터 디지털 프렉탈 이미지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가 있어서 좋은 의미가 되었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노이즈 전자음악 퍼포먼스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 다양한 주제, 다양한 장르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경험하는 소리의 의미에 제한 없이 경험하도록 한 것이 본 공연의 가장 큰 의미였던 것 같다. 사이클이란 의미처럼 누구에게는 필요없고 의미없는 것들이 재활용되어, 소리로 재활용된 공연인 사이클 라운드업은 그 주제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좋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두번째, 세번째 공연에는 어떠한 재료들이 사이클 되어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된다.



업사이클 라운드업 vol.1 공연 영상




*리뷰 이미지, 영상, statement는 업사이클 라운드업 공연측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