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티스토리 툴바


 

 영국의 사회과학자이자 지리학자인 도린 매시(Doreen Massey)는 말한다. 공간은 시간과 같이 언제나 도전속에 놓여있다고. 만약 시간이 우리에게 변화의 기회와 소멸의 공포를 제공한다면, 공간은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얽혀있음”의 결과물을 내포한다. 다시말해, 공간은 복수의 타자들과의 끊임없는 접촉과 대화를 요구하고, 그리고 그 교류는 다시 그 공간의 사회적 이미지를 생성한다. 지난 9 12일 개막한 2012산호세 제로원 비엔날레 Seeking Silicon Valley는 그러한 공간- 보다 세부적으로 산호세 라는 특정 공간 - 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큐레이터들의 고민이 녹아있는 전시이다.

Zero1 Garage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자리잡은 실리콘 밸리는 1990년대 가장 두각을 나타내었던 IT 기반 산업도시로서, 컴퓨터 발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유저 인터페이스 (user interface), 유비쿼터스 컴퓨팅 (ubiquitous computing) 등의 컨셉이 본격적으로 연구된 제록스 팍 (Xerox PARC), 구글의 본사인 구글 플렉스 (Googleplex), 인터넷 상업의 거대 통로인 이베이(Ebay) 등의 연구소와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자연스럽게 실리콘 밸리는 그가 가진 지리적 특성보다는 그 공간이 가진 사회적 의미, IT 산업을 대표하는 혁신과 창의, 그리고 미래적인 이미지를 상징하게 되었다. 2012제로원 비엔날레의 수석 큐레이터, 제이미 어스틴 (Jaime Austin)은 이러한 실리콘 밸리의 상징적이고 사회적인 의미에 주목한다. 2012제로원 비엔날레의 본전시 Seeking Silicon Valley라는 전시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전시는 실리콘 밸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하나의 지리적 장소라기 보다는 상징적인 개념로서의 실리콘 밸리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시간이 지나며 그 개념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예술적 탐구의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  

Seeking Silicon Valley

Seeking Silicon Valley는 실리콘 밸리에 대한 다각적인 시선을 포용하고 대화의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주기 위하여 협업큐레이션 제도를 도입하고, 어스틴 외에 각기 네 곳의 다른 나라 (네덜란드, 독일, 대한민국, 브라질) 의 큐레이터들 (Michelle Kasprzak, Regina Moeller, 최두은, Gisela Domschke)을 초청하였다. 각각의 큐레이터들은 실리콘 밸리가 대표하는 이미지를 상상하고, 그에 맞는 작가들을 선정하여 그 작업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전시장은 큐레이터 각각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실리콘 밸리가 상징하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단상들이 200명 가까이 되는 참여 작가들의 작업들을 통해 대화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꾸며졌다. 이 중에는 모리스 베나윤 (Maurice Benayoun)의 미디어시티 서울과 산호세 제로원 비엔날레의 전시장을 연결하여, 터널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다른 문화적 환경의 참여자들의 만남의 장을 열어준Tunnels Around the World, 참여자의 뇌파를 감지하여 빛을 깜박이는 웨어러블(wearable) 장치를 선보인 밋미디어 (MeatMedia)Brain Station 2, 에듀와도 칵 (Eduardo Kac)의 후각으로 읽는 시집, Aromapoetry도 눈에 띈다. 특히 한국 작가 송호준의 프로젝트 OSSI (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는 많은 외국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개인의 커뮤니케이티브 능력을 극대화함으로서, 어떤 정부나 기관과 같은 정치적 파워에 휘둘리지 않는, 무한한 정보에의 접근을 꿈꾸는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이다. 모마 (MoMA)의 디자인 전시에 참여함으로서, 꽤 널리 알려진 아람 바르톨 (Aram Bartholl), 공공장소에서의 자유로운 Peer-to-Peer방식의 정보공유를 제안한 오픈소스 프로젝트Dead Drop 2010또한 볼 수 있었다.





이전에 스티브 디에츠 (Steve Dietz)에 의해 이끌어졌던 제로원 비엔날레가 미디어 공공 미술의 가능성과 개념들을 탐구하는 보다 전진적인 형태의 전시였다면, 어스틴이 이끄는 올해의 제로원 비엔날레는 산호세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소통에 주안점을 두었다. 예를 들면, NASA의 연구진들은 넬리 벤해윤 (Nelly Ben Hayoun)의 프로젝트 An Opera in Space 에 참여하여 퍼포먼스를 이끌었고, 제로원 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e)Merge라는 스트리트 페스티벌에서는 산호세 주변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전시에 대거 참여하였다. 분명 이러한 시도는 미술계 전반의 커뮤니티에 기반한 지역성 (locality)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또한 멀리 보았을때, 지역주민들은 관람객이자 잠재적 후원자들로써, 그들의 참여는 비엔날레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2 제로원 비엔날레는 분명 지역주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잊지 않아야하는 것은 국제적인 미술 행사로서의 비엔날레가 갖추어야하는 자질이다. 몇 몇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는 전시 개막일 당시에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보여주었고, 미디어 전시에 항상 뒤따르는 기술적 문제들이 다소 많이 드러났다. 본전시에서 창고 형태의 전시 공간을 선택함으로서, 작품과 관객들의 거리를 좁히는데는 성공하였지만, 많은 관람객들을 통제할 수 있는 상대적인 수의 자원봉사자들을 교육, 고용하는대신, 단지 4명의 전문적인 앰버서더(Ambassador)”를 배치함으로서 전시장의 통제가 불가능했으며, 작업들의 관리도 잘 운영되지 않았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대하였던, 거리 축제의 형식으로 진행된 (e)Merge는 그 행사의 목적이 불분명 했으며, 출품한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비엔날레는 일정 부분 담론을 생성하고 이끌어내야하는 연구적 목적을 수행해야한다. 하지만 솔직히 이번 2012 제로원 비엔날레가 그러한 목적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오래전에 공공 미디어 미술은 굵직굵직한 전시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면에서 창고, 혹은 거리에서의 전시의 형태가 전혀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고, 컨텐츠 면에서도 참신하고 도전적이라기 보다는 안정적인 주제를 택함으로서, 제로원 비엔날레만의 특성화된 그 어떤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그리고 학적 연구 가치 로서의 비엔날레, 이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것이 분명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겠으나, 그 둘의 밸런스를 잘 조율하는것이 특히나 중요할 것이다.

 



제로원 비엔날레는 아직 갈길이 멀다. 2006년에 ISEA (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와 연계 오픈하여 큰 주목을 받았고, 어쩌면 지금까지는 유명 큐레이터인 스티브 디에츠의 역량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디에츠의 제로원이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의 문제를 놓쳤다면, 어스틴의 제로원은 그 소통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국제 비엔날레로서의 역량을 다하진 못했다. 국제 비엔날레에서 관람객들은 아마츄어리즘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동네 미술 축제가 아닌, 국제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비엔날레로서의 거듭나기 위한 제로원의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최정은(앨리스온 에디터, PhD Candidate, Visual and Media Studies, Duke University, USA)

jung.choi@duke.edu

 

 

 

 

 

신고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