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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예술가들에게 기술은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개체인 경우가 많았다. 예술이라는 용어가 고대 그리스의 테크네 개념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예술과 기술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과학기술이 발전시킨 기계에 의한 복제를 통해 예술의 민주화가 15세기 이래 달성되었고, 이는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민주주의적 승리였다. 근대 사진술의 발명은 그 당시 기술 발달의 절정이었으나 사진에도 심미적 요소라는 인간의 선택 가능성은 당연히 존재하여 예술로 승화될 수 있었다. 후에 하이테크놀로지에 의존하는 뉴미디어아트의 등장과 더불어 예술과 기술의 만남은 더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예술과 기술》은  책의 저자인 루이스 멈퍼드(Lewis Mumford)가 1951 5, 컬럼비아 대학에서 ‘예술과 기술 Art and technics’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멈퍼드는 예술과 기술, 상징과 기술, 상징과 기능, 인간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의 균형을 강조한다. 그는 '현대인은 기술문명에는 초인, 도덕에는 악마, 미에는 백치'라고 현대인이 놓쳐버린 예술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왜 인간들이  정서적 불감증과 위축된 욕망으로 가득찬 생활을 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한 뒤 '이 시대의 가장 큰 과제는 현대인의 균형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이 책을 읽을 때 명실해야할 점은 저자의 사유의 시점이다. 저자의 글이 나온지 반세기 이상 지났다. 이론의 전제는 오랜 과거로부터 시작하지만 저자의 사유, 즉 문제의식은 반드시 당대의 현실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멈퍼드는 그 당시 19세기 현대인으로 하여금 자기가 만들어낸 기계의 무력한 동반자나 수동적인 희생자가 되는 대신, 기계에 명령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게 만드는 것, 서구인이 기계의 발전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의 삶과 바꿔버린 바로 그 순간에 잃어버린 개성, 창의성, 자율성 등의 기본적인 속성들에 대한 존경을 우리 문화의 심장부로 되돌려 주는 것, 이것이 현대문명의 가야할 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가 기술 자체의 유용성을 부정하거나 기술을 파괴하고 기술 없는 시대로 되돌아가자고 한 것은 아니다. 멈퍼드는 현대에 들어서면서 기술이 더욱 자동적으로, 비인격적으로 객관화되었듯이, 예술은 원시적이거나 유아적 상징주의로 퇴락했다고 보았다. 멈퍼드는 예술과 기술이 모두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구성적 측면을 대변하므로 그 둘을 결합해 활성적 관계를 맺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상황을 예로 들며 실제로 예술과 기술이 통일을 이룰 수 있음을 역설했다.  

현재 우리 시대의 새로운 기술들은 이전의 예술 작업이 가진 방법적 측면들을 포함하고 확장시키며, 기존의 것들을 재조합하며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기술에 의한 예술 작품은 그것이 가진 형태적인 측면의 변화를 넘어서 그것의 존재 방식과 수용 방식의 변화를 필요로 하며 우리를 예술과 기술, 그 경계 어디쯤의 새로운 미래예술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백남준이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 에서 역설했듯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의 존재 유무는 지금의 시대에서도 보자면 우리를 위협하고 멀리해야하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함께 진화해야하는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과거부터 예술은 기술과 결합하여 풍부한 의미를 발생시켰다. 기술이 예술에 영감을 주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보자면 예술과 기술은 서로의 공진화(共進化)에 의해 한층 더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글. 정세라 (앨리스온 편집위원)

루이스 멈퍼드(Lewis Mumford, 1895-1990)

미국의 문명비평가이자 도시계획가이며 문예평론가이다. 맬컴 카울리가 우리 시대의 '마지막 위대한 휴머니스츠'라고 부른 멈퍼드는 대학에서 정식으로 학위를 취득한 적이 없음에도 스탠퍼드 대학과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기술과 의미와 기계문명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한 저작을 비롯하여 인문, 사회, 예술분야를 망라하는 걸작을 남겼다. 주요 저서로 오늘날 고전이 된 <유토피아 이야기>, <역사 속의 도시>, <기계의 신화>, <예술과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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