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창조 에너지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나비 쇼케이스 2007 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2. 1. 17:39





나비의 쇼케이스 2007은 지난 한해 동안 진행된 아트센터나비의 아카데미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활동의 결과를 공유하고 수업의 과정을 공개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열린 정보•자료에 의한 새로운 창의성 Open Source, Open Creativity’이라는 주제로 이주간 디지털 미디어 세미나, 워크샵, 공연, 전시 등의 복합적인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처음 이 행사의 소식을 받아 들었을 때, 아 이거다 싶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완성작을 감상하는 일반적인 미디어아트 전시를 기대하고 찾아온 관객이라면 미완성의 작품들과 활동의 과정을 보여주는 쇼케이스 방식에 당혹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단한 신뢰관계 없이는 힘든 창작의 과정을 나누고 창작의 에너지를 공동으로 키우는 커뮤니티와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그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번 쇼케이스 같은 행사는 1년의 진행과 1회의 행사만으로 평가 내리기엔 성급한 감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점은 단순히 보여주기를 위한 전시가 아니라 국내 뉴미디어 창작자들과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실질적인 정보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정기적인 나눔의 장, 그들의 축제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혼자만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은 욕구는 미디어 환경에서의 작품창작을 고민해본 작가라면 공통적으로 느꼈을 갈증일 것이다. 해외 특히 유럽에는 여러 센터와 연구소, 그룹들이 서로 연계하여 상호작용 하며 정보를 나누고 담론을 생성하고 창조의 에너지를 이어가는 데에 비해, 국내에서는 작가들이 점점이 활동하며 성과를 내고 있지만 눈에 띄는 네트워크와 교류에 의한 상승을 느껴보지는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세계 미디어아트 흐름에 획을 그은 아티스트, 그리고 해외 센터들과 교류가 왕성한 중심적인 미디어아트 기관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부족한 것은 국내에서 자생되어 서로 활발히 관계를 맺는 풀뿌리 같은-다소 잘아 보이고 눈에 띄지 않지만 깊고 단단하며 끝없이 연결된- 미디어 창작자들간의 교류와 거기에서 발생하는 창조의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비 쇼케이스 2007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전시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아카데미의 결과물을 전시하는 아카데미 시스템 전시와, 커뮤니티들을 소개하는 커뮤니티 시스템의 전시가 전체적인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간의 원형 극장에서 한주간 매일 디지털 미디어 세미나와 워크샵, 공연 무대가 열렸고 마지막 일주일은 커뮤니티 그룹인 INP의 결과물 전시가 열렸다. 아카데미의 수업은 아티스트를 위한 컴퓨터 언어의 이해와 같이 기술 중심적 강좌와 디지털 실험 애니메이션, 메이킹 사운드, 비주얼 시어터와 같은 미디어 아트의 실험적 접근, ‘도시미학: 매핑서울’과 같은 이론 수업이 있었다. 전시장에서 이 수업들의 결과물이 일부 보여졌으며, 수업내용에서 연장된 여러 디지털 미디어 세미나가 진행되어 자유로이 참여하여 들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쇼케이스의 주인공 격인 여러 특이한 커뮤니티들의 전시와 워크샵, 공연 무대도 열렸는데, 첫날 시청각적 요소들이 종합된 창조적 이미지 형성의 작업을 선보이는 자카리 리버만(Zachary Liberman)의 초청강연을 시작으로, 미디어밴드 옥타민의 그래픽 이미지와 사운드를 연동시켜 연주하는 공연, 패러사이트(Parasite) 예술기부 프로젝트의 ‘A4 해방운동’ 퍼포먼스, 비주얼 씨어터 프로젝트(Visual theater project) 공연 등이 오프닝 행사로 열렸다. 그리고 새로운 예술 매체로서의 게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UCA의 게임 아트 워크샵과 프로젝트 프로토타입 시연, 영화를 통해 미디어아트의 발전사를 고찰하는 Cine+MA의 워크샵, 소리와 소리를 둘러싼 현상을 분석하는 Test_Tone의 워크샵과 공연, 디지텉 미디어의 상호작용적 특성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INP의 프로젝트 결과물 전시 등이 진행되었다.

오픈소스는 창의성의 자유를 위한 철학적 개념을 넘어서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활용될 만큼 이미 공유되고 있는 주제이지만, 오픈 크리에이티비티는 쉽게 인정하기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열린 대화를 지향하는 커뮤니티 방식은 독창성을 중요시하는 창작자들에게는 아이디어 보호를 위해 꺼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검증된 미디어를 작품에 적용하는 소극적인 미디어아트 개념을 받아들이는 작가가 아닌, 속도 전쟁인 기술의 발전 속에 감각과 사유의 위치를 잃지 않고 상상력을 이용하여 이 변화를 다양한 실험 속에 엮어내려는 창조적인 개인이라면, 누구나 영역의 경계를 없애고 새로운 창작 과정을 만들어가는 이 흐름에 참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유로운 소통과 정보교류, 다 분야의 연합을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워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장’을 제공하는 측과 참여자간의, 참여자 서로간의 책임감 있는 신뢰의 구축은 요구될 것이다.




나비의 커뮤니티와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시간을 두고 발전되어 많은 실험이 진행되어, 섞이고 나누며 증폭되는 창의적 에너지의 예시들이 꾸준히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모임들이 여러 곳에서 거품 끓듯이 일어나고 발전될 때 국내의 미디어아트가 자생적으로 커갈 수 있는 토양이 다져질 수 있을 것이다. 나비 인큐베이터와 외부의 미디어아트 창작 그룹들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분산된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중심으로, 국내 미디어아트 창작자들이 모이고 정보를 나누고 배우고 교류하는 생동감 있는 축제로 쇼케이스가 발전될 수 있기를 바라며, 미디어와 기술의 영향력에 잠식되지 않으려는 창의적 개인들의 영역을 파괴하는 교류가 확대되어 다양한 예술적 실험과 실천의 노력들로 성장해가기를 기대해 본다.

글.박소현.미디어아티스트•기획자. ssonya at 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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