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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송, 광고와 예술 그 사이, 분명한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 _interview

yoo8965 2013. 8. 21. 16:55




이지송 감독은 성공한 광고인이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광고계에 입문한 이후 35년간 강한영, 윤석태, 김영훈씨와 함께 다양한 CF 감독으로 활약해오며 한국 광고 1세대를 구성했으니, 환갑이 훌쩍 넘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절반 이상은 광고의 문법이 그를 지배해 왔으리라. 그러나 그는 최근 영상 작가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그리고 최근 리씨갤러리에서 진행되었던 개인전까지 왕성한 개인 영상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Q. 안녕하세요. 이지송 감독님. 앨리스온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지송입니다. 1972년부터 1997년 무렵까지 광고계에서 일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및 제과, 전자 패션 등등 다양한 영역의 광고 영상을 제작해 왔지요. 최근에는 광고계에서 은퇴하고 자유로운 영상 작업을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이지송 감독이 참여한 추억의 <부라보콘 CF>,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이라는 CM 송이 유명했다.


 

Q. 광고계를 벗어나 최근의 개인 작업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광고 쪽 영상을 제작하셨는데, 어떠한 이유로 작업을 진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광고 쪽 일을 하면서도 실험적인 영화와 영상 작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큐먼테리나 순수 영상 작업에도 흥미가 있었구요. 그러나 광고는 목적이 분명한 장르입니다. 일로서 작업을 진행해야 하니 한계가 있더군요. 좀 더 자유롭게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은퇴한 이후, 여행을 하며 줄곧 느낀 '아름다움'이란 예술적 감성을 영상으로 제작해보고 싶기도 했구요^^

 

Q. 답변주시면서 '광고는 목적이 분명한 장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한 광고 영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작업을 하시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A. . 맞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동안 광고 영상을 제작해오다보니,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들이 광고 적인 것이 참 많더군요. 그래서 개인 작업을 할 때에는 '광고를 잊어보자, 광고를 놓고 생각해보자'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광고는 목적에 의해 제작되기 때문에 뚜렷한 목적이 주어지지 않았을때, 구상 자체가 어렵기도 합니다.

 

Q. 처음 개인 영상을 만드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는 여행을 즐겨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거운 장비가 아닌 손에 들고다니는 모바일 기기들도 편하게 영상을 담을 수가 있더군요. 여행 중 발견한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감성을 표현하고 싶을때 모바일 카메라를 통해 좀 더 편하게 영상을 채집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75/1'>, 아이폰4, 10분 47초

Q. <1/75'>도 그러한 작품인 듯 보입니다.


A. ,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전주영화제에도 출품한 작업인데, 제가 뉴욕에서 시카고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10분 정도의 플레잉 타임을 가진 영상인데, 찰나의 순간이 모여 지속적 시간을 만들어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나가버리는 시간과 순간들이 자연 풍경의 변화와 함께 자연스러운 톤의 변화로 나타납니다.

 

*편집자 주 : 찰나

산스크리트어 kaa의 음사. 염경(念頃)이라 번역. 시간의 최소 단위. 1주야(晝夜) 30모호율다(牟呼栗多), 1모호율다는 30납박(臘縛), 1납박은 60달찰나(怛刹那), 1달찰나는 120찰나이므로 1찰나는 0.013초가 됨.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Q. 영상에 삽입된 사운드도 특이한데요. 영상과 잘 어울리는 효과를 자아내는 것 같습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사운드 캡쳐 또한 모바일 폰으로 하셨나요?

 

A. 기본적으로는 모바일 폰을 사용해서 사운드를 채집하였습니다. 이 작품의 경우엔  오래전 부터 알고지내는 소리하시는 분에게 '구음작업'을 부탁드려 삽입하였습니다. 다른 사운드보다 인간의 목소리로 만들어내는 '소리'가 영상의 톤과 어울릴 것 같다는 판단이었습니다.

 


<|>, 아이폰4, 10분 55초

 

Q. <|> 이란 작품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타이틀이 범상치 않은데요?^^

 

A. 이 작품은 ''을 의식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특히 자연 풍경 속에 나타나는 ''의 요소에 주목하였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 기차나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데요, 이러한 교통 수단을 이용하다보면 내가 가고 있는 도로라는 ''에 의해 좌우로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어찌 보면 내가 경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하여 각각의 창문에서 보여지는 영상들을 두 개의 채널로 만들었습니다. 양쪽 풍경을 좌,우로 배치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어울림과 교차, 동시성의 요소를 병치시키고 싶었습니다.

 

Q. 그러한 의도는 3개의 채널로 구성된 <안데스 산맥>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좀 더 강화된 느낌도 드는데요.

 

A. . 아무래도 그렇죠^^ 이 작품은 칠레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동하는 중, 3개의 모바일 폰을 버스에 붙여놓고 작업을 시도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버스에서 동시에 채집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의 화각에 따라 다른 속도로 영상 채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운드도 3개의 폰에서 실시간으로 영상과 함께 녹음된 것입니다.

 

<TORRES>, 아이폰4, 10분 21초

 

Q. 부산비엔날레에 출품하셨던 <색의 춤>은 조금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A. 이 작품은 제 스스로는 <Laundry> 시리즈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드럼 세탁기에서 돌아가는 세탁물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사실 세탁기에 다른 세탁물들이 들어갈때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속도에 의해 원래의 색이 혼합되어 하나가 되는 모습 또한 재미있었구요. 의미를 부여하자면, 삶의 흔적들이 뒤섞여버리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작품 제목을 <색의 춤>으로 한 것은, 원래 분리되었던 색들이 드럼 세탁기의 속도에 의해 회전하면서 마치 춤을 추는 형태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리씨갤러리에서 진행된 <해찰,()> 전시 출품작

 

Q. 이번에 리씨갤러리에서 진행하시는 개인전의 타이틀이 해찰,()’ 인데요. 어떠한 의미인가요?

 

A. 사실 제 작품이 주로 영상 작업이기 때문에, 움직임을 기초로 제작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움직임을 통해 오히려 관찰할 수 있는 정적인 느낌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보여질 것인데요. 영상을 통해 관조적이고 명상적인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리씨갤러리에서 진행된 <해찰,()> 전시 출품작



Q. 광고의 요소가 감독님 개인 작업의 한계도 될 수 있지만, 좋은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넓게 보자면 광고 또한 영상 예술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을 테니까요.

 

A. 처음 개인 작업을 시도할 때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광고의 요소를 영상에서 제거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광고의 요소를 예술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예전에 혼자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에는 영화적 요소, 광고적 요소를 넣은 영상 작업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Q. 감독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다시 광고 작업은 안하실 계획인가요?^^

 

A. 아무래도 광고 쪽에서는 은퇴했으니까요^^; 이후에는 개인 작업을 좀 더 진지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전시에도 참여하고 싶구요.

 


Q. 긴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A.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 / 글 : 유원준(앨리스온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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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송은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광고계에 입문해 유명 CF감독으로 활약했다. 강한영, 윤석태, 김영훈, 이종운과 함께 영상시대 광고인 1세대로서 무수히 많은 광고를 연출했다. 1982년과 1987년에는 한국방송광고 대상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그는 영상작가로 맹활약 중이다.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에 단편영화 <1/75>를 발표하며 아티스트로 데뷔한 이지송은 2012부산비엔날레 특별전에도 출품했다. 지난해 5월에는 영상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915 industry gallery), 10월에는 개인전 <Laundry:그림을 그리다>(487갤러리)을 갖기도 했다. 전시에 맞춰 작품집우주 극장: 이지송 영상회화’(수류산방 刊)도 펴냈다.

 


기사참조. 해럴드경제

아이폰4로 찍은 영상이 이렇게…” 이지송의 명상영상展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30625000391&md=20130628004430_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