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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이 미디어와 관계하는 세 가지 방법_aliceview

kunst11 2013. 9. 24. 16:52

   기 드보르(Guy Debord)가 지적했듯이 현재는 스펙타클한 이미지의 사회이다. 그러나 최근 이를 뛰어넘어 전자적 규율이 지배하는 사회, 즉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새로운 공간성과 규율에 의해 지배받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전면적 변화는 당연하게도 다양한 분야의 하부 요인들의 근본적 체질 변화까지 요구한다. 예술마저도 예외는 아니다.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진보 속에서 예술 또한 새로운 가능성들을 실험함과 동시에 새로운 옷으로 바꿔입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새로운 예술의 중심에 있는 미디어아트는 현재 예술의 다양한 장르들과 결합하여 그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예술의 장르파괴 현상 내지는 확장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나타나는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미디어아트는 과거 예술이 시도했던 일차적 융합이 아닌, 본질적인 부분에서부터 결합된 총체 예술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미디어아트의 발전을 위와 같이 이해해보자면, 현재의 예술에서 미디어가 어떻게 예술 영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진보는 사회적 네트워킹으로 옮겨 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집단 지성과 대중 참여와 소통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리좀(Rhizome)으로 정의되는 개념들이 그렇고, 오픈소스(Opensource)라는 혁신적인 열린 개념은 미디어아트 창작자들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사회현상들이 그러한 사실을 직접적으로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방식으로 대두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놓이게 되었고, 예술 또한 테크놀로지가 만들어 주는 다양한 통로를 통하여 더 원활한 창작과 소통, 공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창작과 소통의 방식은 미디어가 우리와 관계 맺는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가져다준 예술에 대한 혁신과 문화적 변화는 예술작품의 제작과 수용, 유통이라는 전과정에서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게 한다. 전통적 매체를 통한 예술작품과 달리 오늘날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은 관객의 존재를 수동적인 작품 감상자의 차원에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품창의 과정에 적극 참여시킨다는 것에 보다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다. 관람자 뿐 아니라 창작자의 위치에서도 미디어는 새로운 예술의 재료나 소재로 활용되며 그 창작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1. 미디어, 예술 작품을 매개하다


   전통적 매체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 미디어를 통해 새롭게 조명된다? 우리에게 미래의 미술관이라고 상상되었던 디지털미술관은 지금 현실이 되었다. 세계적인 미디어기업 구글이 첨단기술을 이용해 시도했던 구글 아트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자.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는 구글과 파트너 관계인 미술관 소유 작품을 온라인에서 고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2012년 현재 40개국 151개 미술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3만점 이상의 작품이 등록되어 있다. 20세기 후반의 미술의 규범을 특징짓는 컴퓨터를 매개로 하여 전개되는 다양한 실천과의 관련성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이 발전해 감에 따라 지구적 규모의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로이 에스콧의 선구안은 어떤 의미에서는 미술관이 그 인프라의 일부가 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제 3의 미술관이라 일컬어지는 디지털미술관은 인공적인 산물을 객관적으로 선택하고 보존하고, 보여줌으로써 문화의 변화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을 그 취지로 삼는 미술관을 띄어넘어 온라인에서 분산된 형태로 존재할 때 극도로 강력한 도구로 활용된다. 미디어에 의해 우리는 예술에 대한 지식 그리고 정보에 대하여 접근하는 방식, 즉 소통의 패러다임 전환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진다.

Art Project by Google



미디어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사용되는 패러다임은 라인 상에서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이 직접적으로 미술관에서 감상을 도우는데도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감상기법은 작품해설을 돕는 도슨트의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관람객들은 다양한 언어로 해설해주는 오디오를 사용했던 것을 벗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미지와 오디오를 함께 듣는 디바이스를 이용할 있게 되었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서 일반적인 지각 능력의 한계에서 벗어난 이면의 것을 느끼는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접하게 된다. 최근의 전시에서는 미디어를 활용하여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터페이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예로 국공립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에서 공예품이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우리의 눈으로 보기 어려운 세밀한 장식기법과 문양을 상세히 감상할 있도록 전시장 곳곳에 스마트폰 다바이스와 DID 고해상도 모니터를 비치한 경우가 그러하다. 특히 얼마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금은보화전>에서는 영상이 360 회전하는 디지털 신기술이 새로 개발돼 감상의 묘미를 더하게 했다. 람객은 터치스크린 형식의 안내화면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고려시대 금관의 세세한 부분까지 있었다. 다른 예로 미디어가 없으면 작품감상 자체를 시도할 없는 경우도 있는데 증강현실 작품이 그러하다. 증강현실 작품은 미디어를 통해 가상의 예술적 결과물을 현실에서 시각적으로 확인시켜준다. 이렇듯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까지 도움을 주는 미디어는 예술 작품 감상의 접근방식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금은보화전_삼성미술관 리움_2013



Andreas Gursky_The National Art Center_Tokyo_2013

AR Museum_ Inter Communication Center_Tokyo_2013
 

 

2. 미디어, 자체로 예술 작품이 되다 


   미디어(매체)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활용했던 실험적 예술의 전통이 현재의 미디어아트를 만들어냈다. 소위 비디오 카메라 이후의 예술을 생각해보자. 하나의 예술 매체로서 비디오가 갖는 뜻밖의 가능성에 일찍 눈을 돌린 사람들은 시각예술가들이었다. 1965년 휴대용 비디오 카메라가 처음 보급되어 예술가들은 궁극적으로 브라운관을 대체된 캔버스로 봤다. 이러한 사실은 이제와서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비디오 이미지 조작의 간폄함은 이미지와 예술적 형태를 조작하는 영역에서 나타난다. 비디오 녹화기에서 실행되는 기본적인 작동들(뒤로 돌리기, 이미지 멈춤 등)은 당시에는 어떤 예술가든지 그 자신이 내리는 미학적 결정의 총체를 구성하게 하였다. 비디오 기기라는 기술 미디어가 이미지 생산 과정의 민주화라는 성질를 갖게 되면서 우리는 미디어가 예술에 직접적으로 수용되는 과정을 겪었다. 비디오라는 매체의 성질을 예술의 본질로 사용한 백남준, 이후 예술가들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나타내기 위해 비디오라는 물리적 기계장치에 의존하게 되었고, 예술가들은 점점 더 영화와 조각의 전통적 재료 역시 비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 기기들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러한 실험적 작업을 시도하였다. 처음부터 비디오 예술가들의 작업은 두 가지의 다른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는 단순한 녹화도구로써 비디오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 시스템의 특수한 속성을 이용한 실험적 탐구였다. 비디오 작품을 나누는 또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면 비디오 아트의 전개에 있어서 매체 그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활용했던 실험적 예술의 전통이 현재의 미디어아트를 만들어냈다는 데에 있다. 카메라, 모니터, 비디오 녹화 장치 등을 이용한 비디오 조작, 비디오 설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매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어 조형적 질서의 형식적 탐구를 했던 것은 기술적인 처리과정을 이용한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를 가져왔다. 흔히 예술가 자신의 신체에 집중된 개념미술과 관련된 행위나 해프닝을 녹화하는 넓은 영역을 넘어서 조각, 환경, 설치 등을 제작하기 위한 카메라와 비디오, TV의 결합은 비디오아트를 위시한 미디어아트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시간적 요소와 공간적 관계에 관한 이론적인 접근을 불러일으키며 더 크게 영역을 넓혀 나갔다. 마샬 맥루한이 말한 미디어의 촉각적인 특질을 상기해보면, 이러한 특징은 미디어를 직접적인 예술의 재료로 사용한 비디오 조각 및 복합적인 구조물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이러한 작품들은 관객 참여와 더불어 다른 매체들을 복합적으로 이용하기도 함으로써 미디어를 기능적인 매체로만 인식했던 우리에게 새로운 예술 영역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매체 예술과 어떻게 결합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종 혼합, 변형,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성격, 인터액티비티 등과 같은 몇몇 개념들이 이미 60,70년대에 다른 배경 속에서 이용되었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한다. 우리는 현대미술을 통해 시나리오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미지의 영역에서도 끊임없이 수정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열린 작품이라는 개념, 관람자를 참여하게하는 제작 과정과 지각 방식에 부여된 중요성과 같은 많은 태도와 개념들에 익숙해졌으며 바로 이러한 것들이 미디어아트의 특성을 이룬다.


백남준_TV is kitsch_1996

Tony Oursler_The eye in the sky_1997  


3. 미디어, 가상의 예술을 만들어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예술 작품을 미디어를 통해 구현하는 . 넓게 보자면, 컴퓨터 아트로부터 현재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이르는 범위를 현재의 미디어는 수용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가상예술은 어떠한가. 현재의 상항에서 미디어의 기술적 진보를 통한 예술적 가상화를 실현시킨 예들을 찾아보면 예술에 있어서 가상의 문제는 가장 근본적인 이미지의 문제로 귀결되고, 결국 미디어의 기술적 진화가 마치 진짜같은 '가짜 현실' 우리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오늘날의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미디어 장치를 이용해서 이차원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삼차원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눈과 귀라는 가지 원격 감각을 통해 문자 그대로 '몰입' 있는 공간을 뜻한다. 실제 또는 허구의 공간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여 사용자가 상호작용 있도록 구축한 가상의 공간은 미디어가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면서 조작가능성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현실같은 거짓현실을 만든다. 카메라옵스큐라를 시작으로한 미디어의 기술적 발전은 사진 이후 등장한 영화의 스크린 개념과 결합되면서부터 '파노라마 Panorama'라는 이미지의 몰입적 환경을 구현하게 되었고 가상성을 확대하였다. 1930년대에 프레드 월러(Fred Waller)라는 미국인이 일반적인 필름 포맷으로 눈의 시각장을 전혀 채울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네라마 Cinerama'라는 장치를 개발하였다. 시네라마 시스템은 전쟁을 대비한 비행 시뮬레이션용으로 만들어졌는데, 카메라와 영상기를 각각 3-5대씩 연이어 설치하고 반원형 스크린으로 관객을 감싸서 시각장이 영상에 완벽하게 몰입할 있도록 고안하였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은 현실과 같은 실재감을 제공했고, 관객들은 온전히 스크린에 몰입하여 가상적 이미지를 그려내는 새로운 세계 속에 빠져들 있었다.



Cinerama

Workspace Unlimited_Hybrid Space and the Panoramic Screen_Photo by Thomas Soetens © Workspace Unlimited 2008



또한 1984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인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만들어낸 '사이버공간' '사이버스페이스 Cyber Space'같은 용어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기술 미디어의 등장을 대표한다. 바로 컴퓨터를 통한 디지털 이미지 기술은 새로운 가상 예술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에는 현실과는 다르지만 실재하는 이미지 공간 사이버스페이스 같은 가상과 관련된 기술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스며들어 예술의 범위 또한 확장하고 있다. 최근 등장하는 SNS 모바일 기술사이버 건축,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르기까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점차 디지털로 구성된 가상 세계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체학자 프리드리히 키틀러(Friedrich Kittler) 광학적 미디어에 대한 강의에서 디지털화를 이끌고 있는 컴퓨터를 '모든 미디어들의 미디어' 정의하면서 컴퓨터 기술은 디지털 원리가 진정으로 실현되는 것을 이끄는 선도적인 미디어로 설명하였다.

출발점은 미디어가 예술에 개입하여 관계맺고 있으며 관람자나 창작자인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였다. 특히 19세기 이후, 사진과 영화같은 아날로그적 저장미디어로 부터 출발하여 0 1 이진법으로 출발한 디지털 기술에 이르는 미디어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한 처럼 예술에서 우리와 관계하고 있는 미디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혹은 다양한 인터페이스로 우리 앞에 있다. 미디어 기술이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이해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아마 가장 근본적이지만 극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미 오래전 부터 시청각 미디어나 전자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에 속해 있었고 오늘과 같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에서의 미디어는 기술적 차원에서 무한한 상상력 또한 제공한다. 결국 우리는 미디어와 매개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세계는 미디어로 매개된 세계이다. 미디어의 변화에 의해 생겨난 현재문화예술 환경은 기술적 상상력이 발현되고 그를 통해서 경험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결국 예술, 나아가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지각방식과 창조적 상상력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글. 정세라 (앨리스온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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