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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진정한 창조주가 없거든. 단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재배열할 뿐이야. 오로지 신만이 창조할 있지.”


5. 주인공은고장 기계’를 수선하기 위해서 행동에 나선다. 돈에게 의뢰한 사람은 정치가로 변신한 브록덴, 그가 의뢰한 내용은 단순했다. 행맨이 프로젝트 관련자들을 찾아내 복수하고 있는 같으니, 진상을 파헤쳐 달라는 것이었다. 외계에서 돌아온 흔적도 발견됐고, 사업가로 변신한 번즈도 살해됐기 때문에 혐의는 더욱 짙었다.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려면, 행맨프로젝트 관련자들을 탐문하는 순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번째 대상으로 정신과 전문의 레일라를 찾아간다. 레일라는 브록덴과 의견이 달랐다. 브록덴의 생각은 망상이며, 행맨의 복수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행맨의 정체성을 의심한다. 원래 행맨프로젝트는 텔레팩터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계획된 것이다. 원격으로 조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차는 예측모형을 아무리 정교하게 구성해도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인격에 준하는 무엇인가를 텔레팩터에 설정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당연했고, 명의 내노라 하는 전문가들이 달려들었다. 레일라는 행맨이 성장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인격비슷한 것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그러나, 인간과 접촉하며 학습했다고 해도, 본시 인공지능인 까닭에 정확히 인격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실제 그렇다고 하더라도 명의 인격이 하나로 융합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나는 행맨이 인간의 간질발작에 해당하는 것을 일으켰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 식의 통제불가능한 전류가 전자기적 물질내부를 흘렀다면 사실상 마음을 지워버리는 효과를 가져왔을 거예요. 본인 입장에서는 죽거나 백치가 되는 것과 다름없는 현상이 일어났던 거죠.” 그리고 어쩌면 바로 그랬기 때문에 행맨이 망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결국은 교신이 끊어진 것도 일종의 정신분열증에 빠진 결과라는 얘기다.


6. 주인공은 여기서 이상한 낌새를 맡는다. 브록덴도 그렇고 레일라도 그렇고,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단순히 고장난 것에 불과하다면, 브록덴은 행맨이 무슨 이유 때문에 복수를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행맨은 심적으로 엄청난 갈등을 경험한 뒤에, 드디어 그것들을 통제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완전한 자율성을 획득했다는 뜻입니다. 행맨은 그때까지 자기마음을 갈가리 찢고 있던 악마 4인조를 제압했고, 과정에서 모든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들에 대한 전폭적인 증오를 획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브록덴이 의뢰한 시기를 생각하면 (말은 했지만) 자연스러운 추측이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무엇인가를 읽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바늘로 찔러도 방울 같은 레일라는 인문학의 깜찍한 소설이라며, 그녀는 깐깐하게 반응한다. 그녀의 반론도 단순했다. “정신분열증에 걸렸다면 자멸했을 거고,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면 복수는 불가능해진다는 뜻이에요.” 실패한 자아는 복수를 꿈꿀 여지조차 없으며, 완성된 자아는 복수를 꿈조차 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 군데 틈을 찾기 힘든 반론이었다. 하지만, 걸리는 없지는 않았다. 레일라는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관련자 펜트리스를 찾아가 봤자 소용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종교적 망상에 빠져서 원래의 명민함까지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한 우리가 창조한 존재가 광기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식으로. 따라서 그런 우리에게 천벌을 내리려고 돌아온 것은 정당한 심판이라고 느끼는 같더군요.”


7. 신의 영역을 침범한 광기에 사로 잡힌 과학자mad scientist 과학소설에서 매우 익숙한 소재요 인물이나, 때문에 도덕적 번민에 휩싸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심판 과학자와 가장 거리가 개념이 아닌가. 이러한 난제 외에도 주인공은 거북할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기 전에 함께 작업을 했던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얼마간 호감을 느끼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펜트리스는 기묘한 과학자였다. 과학자면서도 유사신학자의 면모를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행맨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펜트리스는 전보다 진후가 심해진 상태였다. 게다가 그는 몸소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말하기까지 하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주인공은 펜트리스와 유사신학적 논쟁을 벌이며, 혼자서 해결하려는 펜트리스를 압박한다. 핸맨이 복수의 천사라면 그에 맞서는 행위 역시 불경한 짓이며, 펜트리스의 생각이 틀렸다면 중요한 정보를 은폐함으로써 다른 관련자까지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펜트리는 자기가 실패하면 신의 뜻이라고 눙치고 넘어가지만, 노련한 주인공은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 전지전능한 신조차도 사람이 죽은 뒤에야 심판을 내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당신 말대로라면 당신이 언급한 교만함에 하나의 제목이 추가되는 아닐까요?” 펜트리스가 교만한 인간을 비난하던 내용을 근거로 그의 부덕을 공격한 셈이었다. 이렇게 하여, 어느덧행맨 인공지능이라는 형이상학적 문제에서 정신분열증이라는 심리학의 문제를 거쳐 심판이라는 신학의 문제로 탈바꿈된다. 그리고 심판은 실제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 주인공이 떠난 얼마 펜트리를 시작으로 곧바로 레일라까지 살해됐던 것이다. 이제 남은 사람은 상원의원 브록덴뿐이었고, 상황은 급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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