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앨리스온 에디터)
세상을 녹여버릴 듯 작열하는 태양아래 이정표는커녕 길이란 것 조차 없는 무심한 사막 한가운데를 걷어가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의지할 것이라곤 그저 자신이라고 하는 연약한 존재뿐이지만, 그나마 의식과 의지란 녀석은 이미 고개를 숙인 지 오래. 멈출 수 없는 운명에 처한 두 다리에 의지해 볼 뿐. 이 순간 불현듯 나타난 오아시스는 뼈 속 깊은 곳에 숨어들었던 마지막 에너지를 끄집어내어 다시 한번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런데 그 분명했던 영상이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린 신기루에 불과했다면…… 그런데 사막 한가운데에서나 만날듯한 신기루가 마치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 세계와 닮아있지는 않을까.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의식과 감각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되는 이미지 세계는 한 순간에 사라졌다가도 어느새 저 멀리에 혹은 바로 눈앞에 또렷이 등장한다.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면서 세계를 구성하는 이미지들은 사라져가는 것들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존재하는 것 또한 영원히 존재하지 않음을 경험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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