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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참여 그리고 인터렉티브 : 하이브[HYBE] _interview

yoo8965 2014. 8. 8. 03:22


한창민, 유선웅 작가가 팀을 이루어 활동하는 하이브(HYBE)는 창의적인 매체와 경험의 가치를 생산하는 인터렉티브 아트 작가 그룹이다. 기술과 예술이 접목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시키는 하이브에게 ‘경험’과 ‘몰입’은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일관되게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이다. 또한 이를 구현할 때에 최첨단의 기술매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를 무비판적으로 쫓아가기보다는, 잊혀져가는 올드미디어에서 간과되어왔던 점들을 찾아내어 이를 독창적 아이디어로 재탄생시킴으로써 그 본질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는 그들 작품에서 재탄생하는 미디어가 ‘매체’로서의 역할만이 아닌,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교감’의 매개체로써의 역할을 해 나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Q. 하이브 멤버들이 팀을 결성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한창민) 저는 이전에 방송용 그래픽인 ‘모션그래픽’을 했어요. 모니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가 물리적 공간으로 상상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싶어 대학원에 가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하게 되었어요. 유선웅 선생님의 경우에는 사진을 전공하셨는데 사진 또한 2차원적인 평면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었고 이를 확장시키기 위해 대학원에서 미디어를 공부하게 된 것이지요. 대학원에서는 ‘미디어’에 대한 경계선을 허무는데 주력했어요. 모든 것을 미디어라 생각하다보면 다시 2-D로 돌아가게 되기도 했지만 이전보다 훨씬 확장된 영역의 미디어를 공부하게 되었지요. 저희는 2005년 영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처음 만났고 한국으로 돌아와 각자 활동을 하다가 2010년부터 하이브(HYBE)라는 팀으로 함께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Q. 팀명인 하이브(HYBE)는 어떤 뜻인가요? 


A. Hive for Hybrid Environment 약자에요. ‘Hybrid’ 라는 개념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정의가 없잖아요. 모든 것에 ‘이종교합’의 가능성, 즉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작업 방향에 대한 가능성의 의미로 Hybrid를 썼고, 저희가 만드는 작품을 (어떤 공간이든) 공간에 접목시킬 때, 공간과 작품이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Environment를 생각했어요. 이런 저희의 작업관을 반영한 Hybrid Environment를 HYBE라는 약자로 줄여 팀명으로 정했어요.



<Light Tree : Interactive Dan Flavin>, Interactive Lighting Installation



Q.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댄 플라빈을 오마주 한 작품인 <Light Tree>는 하이브가 댄 플라빈에 주목한 것인지, ‘빛’이라는 특성에 주목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저희 백그라운드가 미디어아트 쪽은 아니었기에 작업을 시작하기 전 처음에 했던 것이 관련된 모든 전시를 다 보는 것이었어요. 많은 작품들을 보며 ‘이게 왜 작품이지?’ 하다가 ‘오, 이건 뭐지!’ 하던 작품이 댄 플라빈 작품이었어요. 단순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왜 나를 이렇게 몰입 시킬까 궁금했어요. 여기서 정한 키워드가 ‘몰입’이었습니다. 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가 추후에 몰입감을 줄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처음 감동을 주었던 댄 플라빈의 오마주 작업을 해보자라고 결심하게 되었지요. 거기에 저희만의 스토리텔링을 첨부시켜서 <Light Tree>를 만들었어요. 관객과 작품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교감은 ‘만진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빛으로 세워지는 나무, 빛으로 숨을 쉬는 나무가 관객과 호흡하기를 원하고 있고, 관객이 만지면 빛이 관객을 받아들이고, 관객이 남기고 간 빛 덕분에 나무가 숨을 쉬게 된다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부제가 <Interactive Dan Flavin> 입니다.



Q. <Iris>의 경우엔 홍채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보통 빛을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에 반해 <Iris>는 어둠을 생산해 내는 방식입니다. 빛을 막아내는 발상, 즉 어두움에 포커스를 맞추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한창민)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Light Tree>에서 빛으로 LED작업을 했을 때, 이 앞에 흑백의 단순한 그래픽이 움직이면 ‘참 예쁘겠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단순하고 선명한 그런 영상들을 좋아했었어요. 그리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매체가 LCD가 아닐까 하고 유선생님과 함께 상의를 하고도 한참 뒤인 3-4년 후에 나온 것이 <Iris>였어요. 


(유선웅)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만들어지지는 않아요. 미디어아트 작업은 맥락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작품 안에 담긴 메시지를 가지고 언제 어떤 장소에 선보이는지도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적절한 기회가 중요하고, 그런 기회가 있을 때 준비된 아이디어가 많이 있다면 작업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IRIS>, Interactive Media Canvas



Q. <Iris>는 미디어캔버스로써 이야기됩니다. 이를 작품을 제작하실 때 미리 고려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이 답변에 앞서 말씀드릴 게, 저희는 저희를 뉴미디어 아티스트라고 부르지 않아요. 저희는 새로운 매체를 개발한 것도, 발견한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오래된 매체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 응용하기 때문에 엄연히 따지면 저희는 올드미디어 디자이너에 가까워요. 이런 맥락에서 <Iris>는 LCD라는 올드미디어를 디자인 한 작업이라 할 수 있지요. LCD라는 물질이 개발된 건 1900년대 후반 이었고 상품화된 건 1950년대였으니까 약 반세기가 지난 걸로 알고 있어요. 오래된 만큼 검증이 된 매체인 것이지요. 그래서 고장이 적고 전기를 안 먹어요. 이점 때문에 저희는 충분히 미디어파사드로써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거였죠. 그리고 LED같은 경우에는 색을 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후에 A/S를 하게 되면 미색이 발생하게 되요. 하지만 LCD는 블랙/화이트이니까 그런 것도 전혀 없죠.



Q. LED는 빛공해 같은 부분도 문제시 되고 있다는 점에서 <Iris>가 새로운 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A. 빛공해도 저희 작업의 고려사항이었어요. 초기 작업이 LED였기 때문에 LED말고 또 다른 표현 방법, 또 다른 디바이스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앞에서 말한 미적욕구 말고도 고려했던 점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다루는 빛의 밝기와 색감이 아니라, 빛의 다른 속성인 ‘빛의 크기’였어요. 빛의 크기를 재현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게 <Iris>입니다. 


  이야기 나온 김에 말씀드리면, 저희 같은 경우에는 LCD와 같은 올드미디어를 사용할 때, 그 기본적인 성격들을 뺍니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LCD가 갖추어야 할 요건 중에 하나가 세그먼트, 즉 회판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reflection film을 붙여서 반사시켜 블랙을 잘 보이게 한다거나, 더 적극적으로 백라이트라고 뒤쪽에 조명을 달아서 LCD회판이 더 잘 보이게 만드는 건데, 그것 때문에 회로도 복잡해지고 저희가 원하는 비쳐 보이는 느낌도 줄 수가 없는 조건이었거든요. 그래서 과감히 빼버렸어요. LCD공장에 생산오더를 위해 도면을 보냈는데 공장에서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보통 숫자하고 그래픽 패턴들이 들어가 있는데, 저희가 준 건 다 동그라미밖에 없었으니까요. LCD에 그렇게 패턴을 넣어서 미디어캔버스를 만든 건 저희가 첫 번째 사례인거죠.



<LEAF>, Interactive Media Installation



Q. <Leaf> 작품을 보면 처음 서울역에서 전시가 되었고, 그 후에 다른 곳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변형이 되어서 전시가 되었습니다. 전시에 있어 작품 변형에 대한 원칙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의미가 맞으면 저희는 기꺼이 변형을 합니다. 크리스마스 때는 ‘위시트리’라는 제목을 받고 했는데, 자신의 소망을 담는 트리라는 개념이라면 변형을 해도 충분히 의미전달이 되고, 억지스럽지 않다고 판단을 해서 변형에 동의하게 된 것이지요. 비단 <Leaf>뿐 아니라 다른 작업에서도 의미가 부합하고, 억지스럽지만 않다면 변형 할 의향은 있습니다. 저희는 그런 점에 오픈되어 있습니다.



Q. <Leaf>의 경우, 관람객이 패드에 뭔가를 적고, 내용물이 출력이 되고 또 낙엽처럼 쌓이는 방식입니다. 이를 보면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작업에서 중요한 구성요소가 됩니다.


A. 이 작업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은 낙엽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부터 그 참여도가 엄청나게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기능적으로만 판단했을 땐 ‘이게 뭐야? 그냥 프린터잖아’라고 끝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경험을 제시하고, 관객들을 감상합니다. 관객들을 보며, 너무 단순한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를 할까를 생각해봤습니다. 관객들이나 대중들에게는 기술력이 다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훨씬 더 발전된 스마트폰이 늘 손에 있는걸요. <Leaf>는 작품의 배경이 9월, 가을이라는 계절과 서울역이라는 공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나왔던 아이디어였습니다. 공간하고 시기가 다 맞아떨어졌던 것이지요.


  어떤 분이 피드백을 주신 것 중, 옛날 기억이 나서 떨어진 메시지 하나를 주워 낙엽을 책갈피에 꽂아뒀던 것처럼, 자신의 책 사이에 출력된 메시지를 끼워놓았다고 하셨어요. 미디어아트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저희가 작업을 할 땐 분명히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작업을 하지만, 사람마다 저희가 준 메시지가 아닌 자신만의 메시지를 거기서 만들어낸다는 거예요. 결국엔 제가 메시지를 만들고, 제가 그 메시지를 받기도 하고. 다른 사람도 동일하고요. 저도 한 명의 사용자가 되는 거죠.



<In Between>, Interactive Theatre



Q. 또 다른 작품인 <In Between>은 작품 앞에 서 있으면 형체 없는 발자국만이 내 앞으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물리적인 형체는 없지만, 무언가의 존재가 나와 마주하는 느낌이 들고, 이 때 발자국 소리로 인해 더 몰입하게 됩니다.


A. 그 작업을 할 때 생각했던 점은, 인터렉션에 대한 감상 포인트만 잡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발자국이란 비주얼이 뭔가 보이긴 하지만 ‘이걸 채우는 건 당신이 마음속으로 한번 해봐라.’ ‘이 발자국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일까.’ 라는 생각으로 했던 작업인데, 저희의 <Iris>, <Light Tree>같은 기존의 작품을 봤을 땐 기술적으로 뭔가 화려한걸 보여줄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선보였을 때 발자국만 나오니까 어떤 분들은 이에 실망하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한번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화려한 기술보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감정을 만드는 게 관심사에요.



Q.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보이는 ‘사람, 경험, 환경, 몰입, 상호작용성’과 같은 성격에 주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한창민) 제가 미디어아트를 공부하면서 봤던 전시 중에서 저를 몰입시켰던 작업들이 그런 작업들이었어요. 제 논문 주제가 「다이렉트 인터렉션과 인다이렉트 인터렉션」이었어요. 다이렉트 인터렉션은 하나의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에요. 즉각적인 반응은 관객의 시선을 금세 매혹시키지만 인터렉션의 단순한 논리를 아는 순간 관심은 끝나게 되요. 인다이렉트 인터렉티브는 테오 얀센의 작업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 분은 작업을 본인이 만들어 놓고 개입하지 않아요. 바닷가에 던져놓거나 바람에 의해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되게 만들죠. 나머지는 작품이 속해있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거예요. 저는 그걸 인다이렉트 인터렉티비티라고 불렀어요. 어떤 대상과 대상과의 관계를 정립시켜놓고 작가는 거기에서 빠지고, 이 때 작품에 개입할 수 있는 대상은 관객이 될 수도, 자연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저희가 추구하는 작업도 인다이렉트 인터렉티비티에 가까워요. 저희 작품이 경험을 제시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은 그 안에서 구체적인 스토리는 관객 스스로가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그 상호작용을 보면서 즐기고 있어요. 



Q. 미디어아트에서의 기술은 필수요소입니다. 아이디어를 기술력에 맞추는 편이신지, 아니면 기술력을 아이디어에 맞추는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A. 후자의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합니다. 저는 ‘균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계속 업데이트 하는 거잖아요. 과학은 예전에 있던 데이터베이스를 이해하는 것이라면, 기술은 미래지향적인 것인데, 이 때 업데이트에만 관심을 가지다 보면 업데이트 하는 것에 지쳐버립니다. 기계, 기술에 집중하다보면 아이디어가 그 영역 안으로 제한되어버려요. 그래서 저희는 아이디어를 먼저 낸 다음에 저희 아이디어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할 매체를 선택하고 그 기술이 결정되면 그때부터 공부해요. 그래서 시간이 엄청 걸려 다작을 못해요. 계속 공부해야 하는 거지요. 그렇기에 저희의 작업은 전부 다 매체가 달라요. 솔직히 저희가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전자공학, 전기공학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요. 아이디어에 따라 아웃소싱이 필요하게 되면, 부탁할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를 뚜렷하게 정하고, 이에 맞는 가장 적절한 매체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Q. 아트와 과학기술, 서로 다른 두 분야의 ‘협업’은 어려운 과제인 것 같습니다. 이 어려움 때문에 하이브는 팀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시는 것인지, 기술적 한계는 느껴보신 적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A. 아직까지는 저희가 협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 적이 없습니다. 만약 그런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많은 이야기를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저희 둘이서 해결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해결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쪽은 협업하기 좋은 분야라고 생각하고 좋은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하고 싶습니다. 기술적 한계, 그건 생각하기 나름일 것 같아요. 저희는 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재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고, 쉽게 운용이 가능한 것들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법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주로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느끼지만 한계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WISH TREE>, Collaboration with Customellow_Kolon FnC for Seasonal Greetings 2013



Q. 그럼 지금까지의 작업들 중 가장 기술적으로 어려웠다고 생각하신 작업은 어떤 것일까요?


A. (유선웅) 초기 작업이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작업을 시작한지가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희의 백그라운드가 기계, 기술과 관련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작업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었어요. 쉬운 것도 많이 어려웠어요, 대표적인 것이 <Light Tree>에요. 그 작업이 눈에 보이는 건 아주 단순하지만 실은 그 기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고, 어려운 것도 많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사실 지금의 작업보다 더 어려운 건 아닌데 초기 작업이라 어렵게 느껴졌지요.  지금은 그래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부분을 비교적 쉽게 해결하는 편이에요. 한두 번 작업을 하다보면 노하우가 생겨서 점점 편해져요.


(한창민) 매번 힘든 것 같아요. 유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기술 쪽을 새롭게 업데이트 하면서 하셔야 하고, 저는 컴퓨터 안에서의 가상 오브젝트를 넘어 진짜 물질을 만들고, 가공을 해야 하잖아요. 설계부터 생산, 조립까지 모두 해야 하는 것이지요.



Q. 기존 하이브 자료를 보면, ‘적정예술’[각주:1]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신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예술의 대중성, 보편성, 상호작용성에 주목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이는데, 개인이나 사회, 적정한 예술에 대해서 하이브만이 가지고 있는 정의는 무엇일까요?


A. ‘적정예술’이라는 단어를 계속 써도 될지 모르겠어요. ‘적정기술’의 의미는 아시죠? 거기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거예요. 저희의 또 다른 마니페스토는 ‘너무 전문가가 되지는 말자’에요.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 경계 안에서만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는 그걸 철저하게 지양하고 있어요. ‘예술이라는 게 과연 뭘까?’라고 생각할 때 그 문화, 그 사회 아니면 그 모든 것들을 감안했을 때 가장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사람들의 생활패턴에 녹아드는 적정기술이라고 봤거든요. 기술의 우수성보다 보편적이고 삶에 가까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적정예술이라는 단어를 써봤어요.



HYBE : 한창민[좌], 유선웅[우]



Q.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횡단성이라는 성격이 중요해졌고, 하이브의 작업 또한 횡단성이라는 단어로 설명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이브의 작업은 어떤 경계에서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같습니다.


A. 횡단성, 좋은 단어네요. 저희 작업을 딱히 이론화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적정예술’이라는 단어를 너무 함부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정예술이라는 게 어쩌면 보편적인 것이며, 소통이 용이하고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경계를 더 허물고 있어요.



Q. 하이브는 적정예술을 추구하며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시도를 하시는데, 혹시 이 소통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모든 작가가 사람, 소통을 중시해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관객의 입장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스스로의 작업을 감상 해봅니다. 지금 우리가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더 오래 있었잖아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최대한 오랜 시간동안 객관화 한 후 작업을 하고 있어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일방적인 주행은 안한 것 같습니다. 적정기술이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면 적정예술은 사람을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전에 황인중씨가 풀어준 ‘적정예술’을 보면 하이브가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관객들과의 소통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하신 것 같아요. 하이브 작품은 사람이 중심이에요.



Q. 최근 미디어아트는 예술적 요소보다 상업적 요소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하이브의 작품 또한 예술적 차원보다 상업적이거나 기술적 차원에서 평가되곤 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대답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예술이 일정부분 신성화되고 이론화 되어있는 경향이 있어요. 미디어아트의 예술성에 대한 기준도 일정부분 경직되어 있는 것 같지만 점점 바뀌고 있는 시점인 것 같아요.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보다 소통과 화합을 하는 쪽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시점에서 우리 같은 팀이 등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금천예술공장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십니다. 이곳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 어떠셨나요? 지내시면서 좋았다거나, 보완되었으면 하는 점은 없으셨는지요?


A. (유선웅) 금천예술공장은 저희가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한 프로그램입니다. 이곳에서 1년 반이란 기간 동안 있었어요. 3기 때는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4기 때 입주했어요. 저희가 다른 작가들과 조금 다른 성격의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지요. 레지던시는 오픈 스튜디오가 메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주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구로와 금천이라는 지역적 혜택이에요. 필요한 재료를 20분 내에 다 구할 수 있었어요.


(한창민) 이곳에 있으면서 도움을 어마어마하게 받았어요. 이분들을 통해 우리의 작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어떤 식으로 우리 작업이 평가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레지던시는 교류의 목적이 크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제도권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작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에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다 좋았지만 굳이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여러 성격을 띤 작가들을 한 시스템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Q. 최근 작업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테마는 ‘수다’인데 지금 두 개 밖에 못했어요. 가볍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아이디어 위주의 작은 작업들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Iris>와 연결되어 기업이나 기관에서 연락 온 제안서 작업 때문에 작업을 많이 못했어요. 해외의 여러 기업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한국에 있다는 지역적 거리감과 설치의 문제 때문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요. 올해는 작업에 집중하고 싶어요. 요즘 준비 중인 <Moment>라는 작업은 헥카톤이라는 워크샵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크게 움직이는 동작만 캐치해서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작업이에요. 자신의 모습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면 민망해하는 동시에 무척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요. 이 아이디어는 아인슈타인의 ‘시간 상대성 법칙에 따라 빨리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것’을 축으로 한 스토리텔링이에요. 저희가 말하는 가벼운 작업은 이런 유형의 작업이에요.



Q. 이제 곧 작업실을 옮기신다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지금까지 금천예술공장에서 작업을 해왔는데, 이제 곧 양재 쪽으로 작업실 이전을 합니다. 사실 이쪽으로 위치를 정한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저희 둘 집의 중간지점이거든요. 이제는 작업을 할 때 어떤 공구가 필요하고, 어디서 사야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생겨서 굳이 공구상가 근처가 아니더라도 작업하는데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이쪽으로 정했습니다. 
작업실을 이전한 후에는 10월 즈음에 다빈치, 상상력 발전소 등 3~4개 정도의 전시에 참여하게 될 것 같아요. 이 때 쯤에는 새로운 작업도 선보여 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 / 편집 : 김미라, 공다솜 [앨리스온 수습에디터]


  1.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보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환경적 조건을 고려하여 만들어지는 기술을 의미한다.(네이버 [헬로! 아티스트] - 하이브 편, http://navercast.naver.com)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