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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문턱을 넘어선 비디오 아트 _IASmedia 인사미술공간 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3. 5. 11:10



미디어 아트는 태생부터 저항과 전복의 태도를 견지해왔다. 70년대 비디오 아트는 시청자를 수동적인 수용자로 마비시키는 텔레비전의 마력에 저항했다. 비디오카메라의 보급은 누구나 쉽게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화 시키는 듯 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과 기억들을 카메라를 통해 담아내고 시각화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렀다.





블로그와 UGC(user generated contents, 혹은 UCC)가 대세라고들 하는 요즈음, 초기 비디오 아트가 가졌던 참여와 저항의 가능성은 갤러리 한 구석에서 돌아가는 영상 속에 박제가 되어 버린 것일까?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논의와 담론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는 지금, 비디오 아트는 점점 과거가 되어가는 듯하다. 미술관 제도에 온전히 편입된 비디오 아트는 현재적이고 역동적인 기운대신 고착화된 고미술의 냄새마저 풍긴다. 우리는 회화나 사진 작품을 보듯 갤러리 한 쪽 벽을 채운 비디오 아트 작품을 본다. 작품 길이가 제법 길어지면서 보통 딱딱한 의자가 영상 앞에 놓이기 시작했고, 친절한 공간에서는 한 두 개의 헤드셋을 놓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문턱이 높은 화이트 큐브 안에 머무른 채 비디오 아트는 관객들의 호흡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런데 최근 '비디오 인 서울 2007'이란 행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기 시작한 IAS Media 프로그램은 한국비디오아트 작품의 체계적인 컬렉션과 배급을 통해 비디오 아트와 관객의 새로운 만남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월 8일에서 10일까지 3일간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린 '비디오 인 서울 2007'은 인사미술공간(이하 인미공)이 컬렉션한 한국 비디오 아트 작가들의 싱글채널 작품들을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영화관이란 공간에서 보다 다양한 관객들과 만나도록 한 '비디오 아트 상영회'였다. 인미공의 이번 비디오 아트 상영회에 앞서, 지난해에 이미 미술공간이 아닌 공간에서 비디오 아트와 관객과의 색다른 만남을 시도한 행사들이 몇 차례 있었다. 현재 청계광장에 설치된 올덴버그의 조소작품의 준공 공사를 위해 세워졌던 공사장 외벽을 스크린을 삼아 비디오 아트 작품들을 상여했던 '청계 미디어 씨어터'라는 프로젝트나, 서울시내 멀티플렉스에서 본 영화 상영 전에 비디오 아트를 상영한 가 사영되는 프로그램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인미공의 IAS Media 프로그램이 마련한 이번 행사가 남다른 점은 단발적인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국 비디오 아트 작품들을 차곡차곡 수집하고 아카이브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직까지 미디어 아트에 관한 체계적인 수집과 보존 그리고 유통이라는 것이 체계화되지 않은 한국 미술계에서, 비디오 아트의 '배급' 프로그램을 본격화 했다는 한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부분이다. 지금까지 신진작가의 발굴 · 지원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해온 인미공의 색깔과 장점, 그리고 인미공이 구축해온 국내외 미술 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한국 비디오 아트 배급이라는 활동에 접목하여 어떤 상승효과를 발휘할 지는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처음이란 것은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마련이고 그 만큼 몇 배의 노력을 담보한다. 처음인 만큼 앞으로 비디오 아트의 수집과 배급이라는 부분에 선례로 남을 것이 분명하고 이후의 활동들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과 더불어 몇 가지 노파심도 가져본다. 우선 미술공간에서 비디오 아트를 접해온 관객들에게 비디오 아트 작품을 보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한 다는 것은 낯선 일이다. 금액이 크고 적고의 문자라기보다는 미술품의 감상과 전시에 응당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미디어 아트에는 체계가 갖춰지지 못함으로 인해 지금까지 시행되지 못했던 이러한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상영회'나 '배급'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IAS 프로그램은 상당부분 영화의 유통 시스템을 모델로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비디오 아트를 미술공간이 아닌 제 3의 공간으로 가져나왔을 때, 새로운 전시 혹은 상영형식에 적합한 감상 형태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미술관과 영화관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공간인 만큼 판이하게 다른 감상 결과를 남길 수있다. 완전한 몰입의 공간인 영화관에서 거리두기가 필요한 비디오 아트 작품들을 감상할 때 수반되어야 할 점들을 좀 더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아직까지 정답이 없다. 프로그램을 꾸리는 사람이나 새로운 시스템을 경험하는 관객들 모두가 다양한 시도와 소통을 통해 구축해 나갈 부분일 것이다. 끝으로 이번 프로그램이 미술공간의 문턱을 넘어 보다 많은 관객들이 비디오 아트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이번 상영회와 같은 참신한 기획과 홍보로 본래의 취지를 달성해 가길 바란다.


인사미술공간 ISA Media 사이트 www.insaartspace.or.kr/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