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Artist

로우테크로 빚어내는 나, 그리고 우리: 한진수_inter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3. 10. 19:22

지난 11월 SBS CNBC에서 주관하여 진행되었던 창조경제박람회 장의 한쪽에서는 <Creative Cube, 컨버젼스: 예술, 기술 그리고 혁신>이라는 이름의 미디어아트 전시가 진행되었다. 보는 이들에게 화려해 보이기도, 신기해 보이기도 한 전시장 내 여러 작품들 속에서 한진수 작가의 작품은 로우테크의 방식으로 조용히, 그러나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오히려 더욱 눈에 들어왔다. '기술'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하이테크의 방식만을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요즘, 앨리스온에서는 작품을 통해 로우테크의 단순함으로도 충분히 생각의 전환과 확장에 대해 사유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한진수 작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 본 인터뷰는 2014 11월에 개최된 창조경제박람회SBS CNBC <CREATIVE CUBE: 컨버젼스 예술, 기술, 그리고 혁신> 미디어아트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인 <더 크리에이터스 토크> 컨퍼런스를 앨리스온이 공동주관하면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였음을 밝힙니다.



Q. 안녕하세요. 앨리스온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작가 한진수 입니다. 저는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조각 전공을 한 후 쭉 한국에서 10년 정도 작업활동을 했어요. 그러다가 2006년, 제가 36살때쯤 불현듯 한번 나가야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늦깍이로 미국 시카고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유학을 가서도 계속 조각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그 때가 전공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시작한 때였기에 조각이었지만 제가 ‘조각적인 의식을 가지고 조각을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한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작업은 조각적인 베이스가 강하긴 하지만 인스톨레이션 쪽으로 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조각설치, 키네틱 정도가 될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있는 대부분의 작품은 유학시절의 배경을 토대로 작업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유학생활이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씀하셨는데, 유학가시기 전과 비교하여 작업에 대한 태도라던가 작업 자체에 대한 변화는 어떤게 있을까요?


A. 큰 변화가 있었지요. 유학을 다녀와서 안정이 되기까지 영향이 꽤 있었고 사실 지금도 있습니다. 유학가기 전에는 신념에 의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어디를 가야지’ ‘무언가를 이뤄내야지’ 이러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작업을 많이 진행했었다면, 유학을 다녀온 후로는 목표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 제가 생각하기에는 환경이 결정해주는 것들이더군요. 어떠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간다기보다는 조금 더 통찰적으로 ‘왜 우리는 목표를 가져야 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 아이덴티티가 흔들리면서 이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는 그 아이덴티티에 대한 목적 의식 보다는 조금 더 실증적인 이야기들, 아이덴티티란 어떻게 해서 생기며 우리가 왜 그것을 유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와 같은 포괄적인 생각으로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목표 의식을 잃었더니 오히려 작업하는데는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Q. 다양한 작품 소재를 사용하시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신가요?


A. 그렇죠. 표현과 함께 소재도 자유로워야된다 라는 생각이 있었던것 같아요. 그래서 일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요소 속에서 찾고자 하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채굴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소재를 정할 때는 제 감각 자체를 구성시키고 연결시켜줄 수 있는 생활 속의 오브제들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예를 들어 비둘기가 죽어있는 형태의 제 작품 모티브도 비슷한 겁니다. ‘왜 나는 비둘기가 죽은 것을 지저분하게만 느끼지? 어렸을 적엔 무척 비둘기를 좋아했었는데.’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항상 생각했었는데, 왜 이제 나는 더이상 그렇게 안느끼느냐 라는 부분이, 물론 커가면서 감정이 메말라서라는 부분도 있겠지만, 파고들어가봤더니 서울시에 비둘기가 닭둘기가 되기 시작한 이유는 88올림픽때 수천마리를 방생시키면서 서울시에 비둘기 문제가 생긴 것이더군요. 비둘기는 사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결국은 무엇인가가 계속 끊임없이 나를 변화 시키고 있고 이를 모두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지요. 어느 날 문득 그런것들이 죽었는데 지저분하다고 느끼는 저를 봤을 때 최악이거든요. 그런식으로 극단적인 상황으로 제가 부지불식간에 의미 없이 변해버렸다는거죠. 이런 것들이 작업 주제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Queen of Scarlet-queen’s Arrow, 2013



Q. 액체가 흘러내린다던가 거품을 쏜다던가 하는 방식의 작품과 같이 고정된 형태가 아닌 소재를 작품에 사용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건지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조소과를 나오다보니 작업 컨셉의 기본인 물성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편입니다. 물성중에 물이라는, 액체라고 하는 것들은 동양적인 사상에서도 이미지적으로 그 유동성 때문에 높게 평가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유동성, 그리고 끊임없이 상황에 맞춰서 변화해 나가는 확장성, 그런것 때문에 주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를 말하자면, 환경에 의해서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변하게 된다는 사실을 유학을 통해서 실감하게 됐었어요. 제일 큰 경험이 처음에 어학연수를 위해 뉴욕에 갔는데 픽업나오는 분이랑 약속이 엇갈려 못만나게 된거에요. 그런데 이전에 나름 고등교육도 받고 그 당시 나이도 서른 몇 살이나 먹은 제가 그렇게 되자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완전히 바보가 된 듯한 상황이 굉장히 큰 경험이었죠. 어떤 여건에 의해서 형태가 결정되는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액체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액체 속에서 잘 드러난다고 봤던거죠. 

  그리고 액체에서 한단계 더 뛴 것이 제 나름대로는 거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거품은 항상 깨지잖아요. 발생하고 깨지고 하는 끊없는 순환을 말하는 거지요. 제가 미국에 있다가 다시 한국에 온 후 다시 한국 상황에 맞춰 아이덴티티를 바꿔야 하는걸 느끼면서 사람이, 또는 무엇인가가 한번 존재한다는 자체가 (스스로 결정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외부의 영향에 의해서 언제든지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변화해야지 된다는걸 느끼게 되었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거품이나 액상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또 하나는 반대급부로 그 당시에 상당히 어지럽히는 작업을 좋아했었어요. 액체가 흘러넘치는 작업을 했던 공간이 복도였어요. 공공장소에 무언가가 흘러넘치는 상황을 표한한 이유가 외부에 의해서 내가 결정된다는 수동적인 느낌을 엎질러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던거죠. 이러한 양쪽이 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제 작품 안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했던것 같습니다.   


        

(좌) Red Blossom, 2008 / (우) Sky Generator, 2010



Q. 거품과 같은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를 어떤 작가분들은 순간 사라지고마는 특성때문에 사용하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염려는 없으셨는지요?


A. 그런 질문은 한국에 돌아와서 많이 들었어요. 그게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거지요. 저 같은 경우에도 소모되는 것 때문에 전시를 할 때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거품을 전시 내내 뿌려야 하거든요. 그런 것들 때문에 비합리적인 형태라고 생각은 합니다. 어떻게 보면 능률적인 방법이 아니겠죠.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한편으로는 굉장히 합리적인것이, 그런 비능률적인 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따로 있거든요. 전 항상 이원론적으로 보는 것이긴 하지만, 합리와 비합리가 동전의 양면같이 본질적으로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합리적이라고 해서 나쁘다고는 생각을 전혀 안하는데요. 일부러 깨질것같이 왜 만드냐는 질문은 ‘깨질것 같은 것들이 주는 미가 따로 있지 않을까’ 라는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Q. 거품은 덧없음을 가장 명백하게 보여주는 기표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그것들로 완전히 뒤덮혀버리는 오해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거품이 가지고 있는 찰나적인 이미지, ‘세상이 거품같다’와 같은 약간은 붓다이즘 같은 의미로 쓰기도 했었습니다. 한가지 의미가 아니라 다양하게 썼지요. 전 적극적으로 제 작업이 허무해지기를 바라는데요. 허무하기 때문에 더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바로 휴머니티의 의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허망성과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하는 노력 자체라고 그 전체의 구도를 잡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본질적으로 허망한걸 허망하걸로 잘 보여줄수록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말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Q. 제가 봤을 때는 다양한 작업들에서 일관되게 개인과 사회의 관계, 사회에서의 일이 사회 속 존재로서의 개인에게까지 미치는 영향, 그 감성에 대해 말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다양한 주제들 중에서 왜 이런점에 주목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정직하자’라는 것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은 제가 지식적으로 아는 이야기들 보다는 경험한 것들에 있어요. 머리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일들에 대해서 주목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생활 속에 발견이 되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작업이 되는거죠. 

  작업 안에서 보여지는 것이 사회라기보다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둘러싼 현실은 사실은 그게 절대선인지 절대 악인지는 자신도 모르는거지요. 사회를 보는 현실 차이는 모든사람이 다 다를것이고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정직했을 때 제가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제가 보는 현실 속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나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아마 사회라고 하는 내가 바라보는 현실, 내가 지내는 곳들, 그런 것에서 주제를 찾다보니 아무래도 개인과 사회라고 하는 큰 카테고리로 나눠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저에게 ‘개인과 사회를 연구해야지’ 이런것보다는 ‘우리’와 ‘생활’이라고 하는 존재와 현실이라고 하는 그 사이에 있는 문제들을 말하게 되는 것이지요.  


     

Green Monster, 2012


Q. 이런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서 키네틱 아트라는 방법을 사용하신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주제도 소재도 다양하게 다루고 작품 내에서도 어떠한 시간성을 도입해서 끊임없는 변화를 일으켜야만하는 그런 다양함이 어우러질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상태를 원하는데요. 이를 위해 저의 경우는 시간을 축적시키는 방식으로 키네틱을 이용해서 현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는 제 작업 하나가 현장처럼 느껴지길 원하는 것이지요. 시작도 있고 과정도 있고, 끝도 나고. 그렇게 되다보니 아무래도 키네틱을 쓰게 됩니다. 하이테크(high tech)보다 로우테크(low tech)에 충실한 이유도 시간성만을 좀 더 강화시켜 보이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아무래도 하이테크를 쓰다보면 다른 개입의 여지가 있어 또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기 때문에, 최소로 쓰기 위해서 로우테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미니멀리즘 보다는 기본적인 것에 더 가까운것 같습니다. 


Q. 사실 기술을 넓게 생각하면 하이테크만이 기술이 아니라, 작가님이 말씀해주신 거품을 사용하는 방식도 다른 기술을 가져와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아주 본질적인 기술을 사용하신다는 그 입장도 기술하고 예술의 결합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원하는 것은 기술의 특별함이 아니에요. 지금은 기술이 뭘 할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가 제 상상력을 너무 뛰어넘어 버린 것 같아요. 제가 기술이라는 것을 알아도 보통 분들보다 약간 더 아는 정도일테고, 이제는 너무나 많은 기술들이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나는 바람에 그것을 쫓아갈 수 있는 개인의 힘이라는 건 정확히 인식하는 것 조차도 불가능하게 되었고, 그렇게 됐을 때 그걸 제가 표현한다는 것이 힘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분명 기술을 좋아하고 그런 영역적인 확장, 표현의 확장이 지금의 기술을 통해서 거의 무한히 예술가들에게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경험하지 못한 걸 가지고 만드는 것 보다는, 제가 경험할 수 있는 수준 그게 지금 제 작품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 밑둥은 돌도끼랑 차이가 없을거라 봅니다. 새로운 것이 개발되었다고 해서 이질적으로 변한것이 아니라, 사실은 ‘Better’라는 것에 의해 축적되어졌던 거겠죠. 그러니까 본질을 알고 있다라는 것은 여러모로 유리하기도 하고요. 제 작업방향을 바꿔나갈때도 본질을 이해 하고나서 응용은 쉬운데, 응용에만 집중했을 때 겪을 어려움을 저는 굉장히 두려워하거든요. 


Q. 그 점이 미디어아트에서는 ‘깊이없음’이라든지 표피적이라든지 라는 비판을 받게되는 지점입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들이 겪는 어려움들을 들으면, 일부러는 아니지만 속도를 쫓아가기가 힘들어요. 제가 뉴미디어나 하이테크 쪽으로 작업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는 순간 지금의 2배는 더 해야 합니다. 기술을 계속 감각적으로 익혀나가야 하고, 본인의 조형언어도 익혀나가야지요. 끊임없이 입시생처럼 살지 않는다면 힘든 상태에 빠지게되죠. 그러다보면 처음 의지와 다르게 자꾸 지칩니다. 그걸 피하게 위해서 저의 경우에는 차라리 쉬운걸 충실히 해가는 방향을 택한 것 뿐이죠. 

  저에게는 이 시대가 신화적(mythical)으로 다시 변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더 찾아야되는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까 제가 미니멀 보다는 베이직이라는 말씀을 드린 것도 그런 의미에서이고, 그래서 로우테크 계열에 더 치중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Q. 미디어아트는 산업체와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예술과 산업이 결부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예술 이라는것이 영역을 잘 지켰다고 해서 칭찬을 받는 것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변화가 물리적으로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런 것에 대한 필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물론 변화에는 항상 보수가 있고 그것이 무게추와 같은 역할을 해주니 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만, 부정적으로 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탐구해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작가들이 이러한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대중이 주체가 되는 사회에서 얼마만큼이나 능동적으로 작가들이 예술을 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새로운 변화에 대해 방어적인 분들께 드리는 말씀 중 하나가 지피지기면 백승일텐데, 그 변화가 싫든 좋든 왜 그런것인지 그것에 대한 가치판단을 잘 해보신 다음에 반대의견을 작품 속에서 표현하시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죠. 증거가 있어야 되는거죠. 불평을 하는 것은 저도 이해합니다만 그걸 대신 너무 공론화해서 정당화시키고 주장으로 만들려고 할 경우, 근거가 없는 불평이 주장이 될 때 저는 불편하거든요. 작가들이 이런 변화를 잘 읽어내는 것이 시대정신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한 거부를 하든지 찬성을 하든지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검토를 열심히 해보시는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Bullets, 2009



Q.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작가님의 작업들, 앞으로 해나가실 작업들에 대해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주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제 작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저는 나름대로 오히려 되게 쉽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렵다라는 얘기를 들을때마다, 관객들이 새로운 느낌이나 자신이 보던 것들을 벗어난 흐트러진 것들을 봤을 경우 생기는 감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있어요. 물론 제가 표현이 안되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그건 제가 노력해서 개진할텐데, 관객분들도 제시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라는 매체를 통해 문화적인 이야기들이 발생되기 때문에 그것이 바르게 전시가 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노력을 해야 되겠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지금까지 만나 본 한국의 관객분들 중 많은 분들이 미술이라는 것을 지식적으로, 정보적으로 대하다 보니 경직된 상태로 오시고, 그러다보니 작업이라는 것과 사람들이 너무 멀어지는 현상, 괴리감이 거기서부터 생기더군요. 요즘 그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작품 가격도 이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몫을 한다고 봅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내용이 아닌 가격으로 보니까 더 어려워지는거죠. 작가에게도 그런 장이 없으니 처음부터 갤러리에서 팔릴 수 있는 그림에 매진해 버리고요. 그런것들을 좀 없애기 위해서 저보다 한참 어린 젊은 친구들이랑 움직여 보고자 합니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9월달 쯤 일본에서 소규모 전시를 만들고 페어도 참가하며 컬렉터와 작가와의 유기적인 관계도 만들어보고, 관객들에게는 편안하게 다가가보고자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작가들을 움직이는 것 뿐이거든요. 

  그 전에 3월에는 송원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물감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미대는 나오긴 했지만, 조소과에게 물감은 딴나라 이야기거든요. 평면작업을 몇 번 하다보니 만만치는 않지만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 나름대로 물감이라는 걸 가지고 무엇이 가능한지, 키네틱이랑 물감이랑 섞어서 작업을 진행해 개인전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김미라

진행. 김미라 [앨리스온 에디터], 이종완 [앨리스온 수습에디터]